완성차업계, 중고차 시장 수질 관리 성공할까?

[머니S리포트②] 구매자와 판매자 정보 격차 커… 불공정 구조 해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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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허위매물에 성능조작, 사기와 협박. 온갖 병폐가 난무하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새 바람이 분다. 완성차업계가 대대적 정화 작업이 필요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시장을 점유해 온 중고차업체는 ‘생존권 위협’을 내세워 결사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업체의 외침을 의심 없이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간 ‘깜깜이 장사’를 해오며 남긴 상처가 곪아 터졌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제대로 된 수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는 중고차 시장의 대변혁을 기대한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을 구입함에도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한 데 따른 분노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완성차업계의 진출을 두려워하는 중고차업계. 시장의 구조적 맹점과 관련업계의 이해관계를 점검해 보고 혼탁한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례를 살펴본다.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큰 불공정한 구조를 꼽는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고차시장. /사진=박찬규 기자

국내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이 급물살을 타면서 중고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입을 온몸으로 막고 있지만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허위매물과 사기가 넘쳐나고 무서운 시장으로 만든 주범인 기존 중고차업계가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큰 불공정한 구조를 꼽는다. 신차를 구입할 때는 다양한 제품을 두고 제원과 가격을 비교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중고차는 어딘가 막막하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구하기 어렵다. 판매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도 제한적인 데다 그 내용도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완성차업체를 맹렬히 비난하던 누리꾼조차도 중고차업계만큼은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이에나 판치는 중고차 시장



중고차 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출이 막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업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13년 5288개에서 2018년 6361개로 20.3% 늘어난 데 비해 매출은 같은 기간 5조2063억원에서 12조4216억원으로 138.6%나 급증했다. 중고차업계에선 연관 종사자를 약 30만명으로 주장하지만 정작 통계청에 등록된 해당 업체 종사자 수는 약 3만여명에 그친다. 소수가 큰 이익을 남기는 구조인 셈이다.

중고차 시장은 연간 거래대수를 비롯해 정확한 업계 종사자 수 등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전국의 중고차 관련 전산망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은 데다 각 지역 조합에서 보고하는 내용을 취합해 공유할 뿐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자료는 등록 대수로 파는 것과 사는 것 모두 중고차 거래실적에 포함된다. 관련 시장의 실태조사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와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중소벤처기업부조차도 정확한 시장 현황 언급을 꺼린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동안 중고차 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된 탓에 관련 통계와 자료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업계의 구분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76.4%가 시장 구조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매입부터 판매까지 중고차 유통과정은 ‘깜깜이’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관련 시장은 정화되기는커녕 더욱 혼탁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중고차 판매업’을 두고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동반위 관계자는 “다양한 부분을 검토했으나 산업적으로나 소비자 측면으로나 생계형 업종 지정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려 중소벤처기업부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함께 논의된 생계형 중 대표적인 업종은 꽃집이나 자판기업종 등이다.

완성차업체의 진출을 두고 중고차 시장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건 7월2일부터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양대 중고차 협회와 자동차산업협회, 수입자동차협회 등이 참석한 업계 간담회에서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업 진입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낮은 신뢰성’인 만큼 소비자들도 이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득권 싸움 본격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으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기존 중고차업계는 ‘밥그릇’을 빼앗긴다며 저항한다. 완성차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동차산업협회가 나선 것과 수입차업체의 인증중고차사업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BMW는 1만18대, 벤츠는 6450대의 인증 중고차를 각각 팔았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정비와 부품판매 측면에서도 수익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소비자가 전시장을 찾을 이유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시장 진출을 반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고차업계가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매물 독식’ 우려 때문이다. 한 중고차 딜러는 “완성차업체는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며 매물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 뻔하다”며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내 국산차 비중은 90%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차업계가 매물로 나올 중고차 물량을 되팔기 위해 대거 매입할 경우 기존 중고차업계는 팔 차가 없어지고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는 일선 영업점에서 자동차 판매와 매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며 “타던 차를 내놓고 매장에 전시된 중고차를 바로 가져가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함에도 기존 중고차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쿼터제 도입을 예상한다. 매입 물량의 수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늘리는 식이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장 잠식을 우려해 판매대수를 제한하며 관련업계와의 상생을 유도한 적이 있다”며 “이번엔 쟁점이 되는 중고차 매물에 대한 대수 제한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는 수입차업체의 인증중고차를 눈 여겨 본다. 사진은 BMW 부산 BPS 전시장 /사진제공=BMW



상생 가능할까… 시장 정화는 필요



완성차업체의 진출이 독점적 지위만 바꿀 경우 중고차 시장 정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에게도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고차 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오토비즈컴의 오정민 대표는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현대캐피탈과 현대글로비스 등을 통해 중고차 매입과 유통과정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이미 확보한 만큼 이미 시장에서 많은 권한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지만 업체 간 체급 차이를 고려해 되도록 공정한 경쟁을 펼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핵심은 제품 상태와 가격인 만큼 이를 만족하는 쪽으로 소비자가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등 해결의 열쇠를 쥔 정부는 일단 업계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어서 논쟁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현재 중기부는 동반위의 실태조사 보고를 받고 관련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갈등이 있다 보니 의견 차이를 줄이고 상생 논의를 위해 간담회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양측의 상생협약이 체결되는 방향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갈등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심의위원회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이 성숙하려면 일정 부분 진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려는 게 소비자의 일반적 모습”이라며 “하지만 중고차는 웃돈까지 얹어주며 인증된 매물을 사는 행동을 보이는 건 그만큼 시장이 혼탁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꼬집었다.

기존 시장이 투명하지 않기에 ‘수질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양인수 마이마부 대표는 “현재 이 시장엔 숨겨진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소비자 피해가 줄어든다”며 “완성차업체의 진출은 시장에 긴장을 가져오고 경쟁하며 성숙할 것”이라고 평했다.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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