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두뇌 95% 설계한 ARM 팝니다”

‘50수 앞 봤다’던 日 소프트뱅크, 투자실패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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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ARM 인수 발표를 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로이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년 전 손에 넣었던 세계 최대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매물로 내놓을 전망이다.
2016년 ARM 인수 당시 손정의 회장은 “바둑으로 따지면 50수 앞을 내다본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IoT)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ARM을 인수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잇단 투자 실패로 자금난이 가속화하면서 ARM 지분매각을 통해 고비를 넘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반도체의 생산설비가 없는 설계 전문 회사)로 전세계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95% 이상이 이 회사의 설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영상처리장치(VPU) ▲모뎀 등으로 구성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지 4년만에 내놓은 ARM은 반도체를 직접 제작하지 않지만 설계도 하나만으로 모든 반도체 업계를 쥐락펴락한다. 애플의 최신 AP인 ‘A13 바이오닉’은 물론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화웨이 ‘기린’도 ARM의 기술을 사용한다. 지난해에는 ARM이 미국의 ‘반(反) 화웨이 제재’에 가담해 거래중단을 선언하면서 화웨이가 단말기 생산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 바 있다. 이후 2019년 10월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ARM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확인시킨 사례로 남았다.



흔들리는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가 반도체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ARM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자금난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위워크, 우버, 오요호텔 등 각종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행동주의 헤지펀드(일정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매각, 배당확대, 구조조정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개선요구가 겹치며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410억달러(약 49조원)의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할 경우 약 40조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때 지불했던 금액이 320억달러(약 38조300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보는 장사는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ARM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높지만 매출 규모가 작다. 또 기록적인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적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2017년 ARM의 매출은 1524억엔(약 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243억엔 (약 276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16%로 양호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 소프트뱅크의 희망대로 40조원을 투자할 경우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현재의 영업이익을 145년 동안 쉬지 않고 기록해야 한다. 현재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추가적인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퀄컴의 스냅드래곤(왼쪽)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ARM의 코어텍스(Cortex)를 활용한다. /사진=뉴스1


ARM은 누구 품에 안길까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엔비디아, 애플, 삼성전자 등이다. 인텔은 시장 독과점 우려 때문에 ARM을 인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AMD는 현금 보유액이 너무 낮다. 화웨이의 경우에는 미국과 일본 등 반도체산업 주요 국가의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7월23일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ARM 홀딩스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그래픽카드 업체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슈퍼컴퓨터용 프로세서를 생산한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라 ARM 인수로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7월27일 기준 2507억8500만달러(약 300조2000억원)로 연초대비 73.3% 상승했다.

애플은 시장에서 언급되는 것과 달리 ARM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신은 “애플은 ARM의 사업구조인 라이센스 방식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판매하는 자사의 모델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ARM은 인수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칩 설계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비메모리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무리 삼성전자라 한들 40조원에 육박하는 ARM의 몸값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 관계자 A씨는 “인수설과 대상기업이 우후죽순 제기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향방을 가리기는 어렵다”며 “소프트뱅크가 ARM의 지분을 전부 매각할지도 미지수고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 가격이 문제다. 여기에 과거 도시바 인수전처럼 각국의 승인도 받아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다.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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