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아픈손가락 '제주소주'… 팔릴까,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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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야심찼다. 2016년 이마트가 향토 소주 제조사 ‘제주소주’를 사들일 때만 해도 말이다. 당시 이마트는 190억원을 들여 적자를 내고 있던 제주소주 지분 100%를 취득했다. 업계에선 주류사업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애정이 와인에 이어 소주 사업으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이듬해 제주소주는 본격적으로 신세계 색을 내기 시작했다. 푸른밤 소주를 새롭게 출시하며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 판매. 인수 1년 만에 매출이 8배 늘었다. 

# 하지만 실상은 빚좋은 개살구에 가까웠다. 제주소주는 신세계라는 강력한 유통망과 판매채널을 뒤에 업고 매출을 키워냈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했다. 매출액이 뛴 만큼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 비용이 덩달아 뛰면서 영업손실 폭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상품. 모기업 이마트의 자금수혈이 계속됐지만 이마저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지 오래다. 제주소주 매각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온 배경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년 전 야심차게 인수한 제주소주가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 매각설이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사진은 정 부회장과 제주소주 실적 추이./사진=뉴스1, 그래픽=김민준 기자
‘제주소주’ 매각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배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진한 실적이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수익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구조조정 물망에 올랐던 삐에로쑈핑과 부츠는 현재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그 다음 타자가 제주소주가 될 것이라는 게 이마트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얘기다.

이마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돈먹는 하마’로 전락한 소주 사업을 품고 갈 이유가 없지만 정작 사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어서다. 제주소주 매각설 뒤에 기업 청산설이 동시에 따라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매각 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업계에선 제주소주가 일명 ‘정용진 소주’로 알려지면서 인지도 측면에선 그럴듯해 보이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인프라 측면에선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마의 1%… 돈먹는 하마로 전락



우선 제주소주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주소주는 2016년 인수 당시 1억60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을 지난해 43억까지 늘리며 외형을 키워왔다. 동시에 적자도 커졌다. 2016년 23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실은 지난해 143억원으로 7배가량 확대됐다. 높은 매출 원가와 마케팅 비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손실이 커지면서 모기업인 이마트의 자금 수혈도 계속됐다. 2016년 이래 모두 6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방식으로 670억원에 이르는 출자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제주소주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관건은 점유율이다. 제주소주가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점유율을 늘리고 판매를 늘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제주소주는 이마트에 인수되기 전이나 후나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1%에 못 미친다. 5년간 적자만 늘었을 뿐 매출확대에 따른 점유율 상승효과는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양강구도다. 나머지는 각 지방 소주업체가 조금씩 나눠 갖고 있다.

소주 브랜드 특성상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후발 브랜드가 시장을 뚫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제주소주는 제주도에서도 한라산소주에 밀릴 정도로 낮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제주에서조차 잘 팔리지 않지만 제주에서 생산된다는 이유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원자재, 물류비 등 원가 부담만 떠안고 있는 셈이다.



애매한 콘셉트 등 성장성 치명적 ‘약점’



업계에서는 ▲푸른밤 콘셉트가 애매한 점 ▲신세계의 유통채널 영업망에 의존한다는 점 ▲유흥시장 공략에 실패한 점 등을 지적했다. 유흥시장과 가정용시장으로 나뉘는 국내 주류 업계에선 우선 유흥시장을 잡아야 가정시장도 잡을 수 있다. 제주소주는 가뜩이나 경쟁사 대비 부족한 제품 콘셉트와 영업망을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 채널 홍보를 발판으로 넘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마트 가양점 주류 메인코너에 푸른밤 소주가 진열돼 있다./사진=머니S
주류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것 역시 제주소주엔 걸림돌이다. 과거 주류 시장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제조면허를 취득해 자체 생산시설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할 때만 해도 그랬다.

이 경우 제주소주가 매물로 나왔을 때 플러스 요인이 되지만 이번 주류 고시 개정으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현재 주류 면허는 제조장별로 쉽게 발급받을 수 있고 다른 제조업체의 제조시설을 이용한 주류 OEM(위탁제조)도 허용돼 활발한 주류 제조가 이뤄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이 제조업체와 손잡고 소주 제품을 출시하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드는 것 역시 주류 관련 규제 완화 효과”라며 “시장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누가 안 팔리는 소주를 만들겠다고 200여명에 이르는 직원 고용과 인프라 유지 비용 등을 떠안겠냐”고 꼬집었다.



골든블루 인수 해프닝… 결국은 청산?



상황이 이러니 살만한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위스키업체 골든블루가 제주소주를 약 250억원에 사들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았지만 이마저도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골든블루 입장에선 소주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고 대기업이 몇백억을 투자해 구축한 인프라를 고용과 함께 바로 꾸려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강력한 유통망과 인프라를 가지고 뛰어든 대기업도 실패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보단 청산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마트가 소주 사업을 접으면서 건물과 땅을 다른 사업에 활용하고 제주소주 직원들은 이마트 소속이 되는 시나리오다. 어찌됐건 이마트가 제주소주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래저래 정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된 제주소주는 새 주인을 만나 제2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비운의 소주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질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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