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제국' SPC… 과징금 '647억'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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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니. 양산빵 브랜드 샤니는 빵 업계를 주름잡는 시장 1위 사업자였다. 잘 나가던 샤니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11년. 샤니는 무형 자산과 판매망을 같은 SPC 계열사인 삼립에 양도했다. 양도가는 이상하리만큼 낮았다. 정상가격 40억원보다 저렴한 28억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12억원의 손해를 떠안았다. 이듬해엔 밀가루 생산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넘기기도 했다. 여기서 나온 손해액은 37억원. 이뿐 아니다. 샤니는 2011년부터 8년 동안 삼립에 상표권을 제공하면서 13억원을 무상 지원해줬다.

# 삼립의 전폭적인 지지자가 된 샤니. 샤니의 행보로 SPC그룹의 양산빵은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이 통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0년 34% 점유율에 불과하던 삼립은 2년 만에 양산빵 시장에서 73% 점유율을 자랑하는 1위 사업자가 됐고, 삼립과 샤니는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계열화를 거치며 통행세 구조를 만들었다. 삼립은 이후 샤니로부터 매입한 양산빵에 마진을 붙여 외부에 판매하는 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반면 17년 넘게 업계 1위를 지켜오던 샤니는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으로 전락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0.5% 내외로 턱없이 낮다.

SPC그룹 계열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2년간 이어온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에 647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과징금을 부여하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검찰고발했다./그래픽=김민준 기자
SPC그룹에 ‘647억원’이라는 역대급 폭탄이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간 이어온 SPC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리기 전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업계에선 “제재 수위가 높다”며 놀라는 반응이다. 실제 SPC가 받은 공정위 과징금 규모는 역대 최고액. 직전에는 2007년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에 내려진 630억원이 최대 과징금이다.

SPC는 정말 역대급 부당거래를 저지른 것일까. 계열사를 통해 삼립을 밀어준 배경은 무엇일까.



계열사 총동원… 너도 나도 ‘삼립’ 몰아주기?



파리크라상·비알코리아·SPC삼립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SPC그룹은 자산 총액 4조3000억원(지난해 12월 기준)인 중견기업이다. 허영인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이 지주회사 격으로 다른 계열사 모두를 지배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과 소수 경영진이 2세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삼립을 부당 지원하는 방법으로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와 차남 허희수가 보유한 삼립 주식 가치를 높인 후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사람의 파리크라상 지배력을 높여 그룹 전체 지배력을 키워왔다. 허 회장의 두 아들은 파리크라상(비상장) 지분 32.9%,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 22.9%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배경으로 ▲통행세거래 ▲판매망 저가양도·상표권 무상제공 ▲밀다원 주식 저가양도 등을 지적했다.



통행세 구조 확립·주식 저가양도?… 덩치 키운 삼립



핵심은 ‘통행세’다. 공정위는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알, 비알코리아 등 SPC 3개 제빵계열사가 삼립을 통해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매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삼립은 역할이 없었음에도 약 4895억원 규모의 원재료와 완제품을 판매했고 이로 인해 총 38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3개 제빵계열사가 연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 마진을 삼립에 제공한 셈이다.

공정위는 또 SPC가 이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용한 계열사가 샤니라고 봤다. 샤니는 지난 2011년 삼립에 상표권을 무상사용하도록 하고, 연구개발(R&D)의 무형 자산과 판매망 등을 정상가격 40억원보다 저렴한 28억원에 삼립에 양도하면서 이를 통합했다.

삼립의 경영상황과 SPC그룹의 통행세 거래구조/그래픽=김민준 기자
당시 양산빵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였던 샤니가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을 진행했고 양도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거래 이후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고 삼립의 통행세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샤니는 삼립의 빵공장으로 전락했다.

샤니는 또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함께 지난 2012년 밀가루 생산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넘기기도 했다. 당시 정상가는 주당 404원. 하지만 주당 255원에 삼립에 주식을 양도하면서 20억원을 부당지원했다.

이 저가 주식 매각으로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입은 손실이 76억원과 37억원에 이른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2012년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고 통행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밀다원 지분을 적게 보유한 삼립에게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한 것으로 봤다.



조직적인 은폐·조작?… SPC “수직계열화 전략”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지속된 부당 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실제 이 기간 삼립의 회사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부당지원이 시작되기 전인 2010년 269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1조101억원으로 4배 커졌고 영업이익은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2011년대 초반까지 1만원대 머물던 삼립 주가는 통행세 구조가 시작된 2011년 4월 전후로 1만3000원대로 올랐고 2015년 8월에는 41만1500원까지 상승했다.

공정위는 SPC의 계열사 지원행위가 부당하다고 인식하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고 봤다. 특히 허 회장이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부당 거래 사항을 지시하고 실행시켰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허 회장과 조상호 전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을 검찰 고발했다.

SPC측은 일단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회사 측은 공정위의 판단을 부정하고 있다. 계열사 간 거래는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통행세 거래’로 보기 어렵고 총수 관여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승계 목적을 두고도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주식이 상장된 회사라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공정위 발표 곳곳에 허점… 허 회장 앞날은?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제재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SPC삼립의 역할이 없었다면서도 이를 통행세 거래로 규정한 것 ▲저가 인수만 문제 삼은 공정위가 결론 부분에서는 샤니 인수 자체를 문제 삼은 점 ▲파리크라상과 SPC삼립 사이의 지분율 차이가 적어 2세 승계 과정에서 공정위가 말한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사항은 더 따져 봐야겠지만 타기업과 비교해 과징금 액수가 지나치게 크고 형평성을 잃은 판단도 곳곳에서 보인다”며 “허 회장이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기업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공정위 제재를 받으면 그룹의 사업 자체가 위축돼 앞날이 불투명해진다는 평가가 많다. 역대급 과징금에 검찰 고발까지 받으면서 허 회장이 강조해 온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2030년까지 매출 20조, 일자리10만개) 도약에도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647억원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허 회장. 그가 빵으로 일궈온 공든 탑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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