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200일] 3040 ‘영끌’로 수십억 서울 아파트 사는 이유

[머니S리포트-불로소득에 취한 대한민국②] 주담대·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까지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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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전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210여개 나라에서 170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고 지병을 앓고 있던 환자와 노약자층을 중심으로 7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750만명이 넘는 환자가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다. 각국은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고 국가 간 필수불가결한 인적·물적 교류도 상당수 끊기면서 일부에선 고립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DB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시장 규제에도 30~40대는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한 서울 아파트시장 입성에 열을 올린다. 가진 돈을 탈탈 털고도 주택담보대출과 2금융권 신용대출·신용카드 대출·보험대출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돈을 총동원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고 또 사들이는데 매진한다.

길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경기 침체와 함께 정부 규제가 집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믿을 건 부동산’이란 의식이 더욱 팽배하다. 단기 급등을 목격한 3040세대에게 서울 아파트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어도 ‘무리수’가 아닌 가장 훌륭한 ‘재테크’ 수단일 뿐이다.



서울아파트만이 ‘살 길’… 리스크는 없다



# 결혼 7년차 맞벌이 부부 A씨(42)는 합산 연봉이 1억8000만원인 고소득자다. 직장에 다닌 지 10년이 넘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수도권의 넓은 면적 아파트를 여유 있게 살 수 있었지만 출·퇴근 거리와 육아여건 등을 고려해 ‘인서울’(In Seoul)을 택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지만 서울 아파트 입성은 힘겨웠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신용카드대출, 보험대출까지 받아 3년 전 서울 성동구의 전용면적 109㎡ 신축 아파트를 10억원에 겨우 샀다. 그야말로 ‘영끌’로 매입한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16억원. 무리하게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큰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한 달에 나가는 대출 원리금은 800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그는 “그래도 서울 아파트”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37)는 고민에 빠졌다. 직장이 서울 강남이어서 결혼을 준비하며 금천·관악·구로 등에 전세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숨이 턱 막혔다. 그나마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싼 지역이어서 은행 대출금을 동원하면 전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노후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5억~6억원이 넘고 새 아파트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다.

빌라로 눈을 돌렸지만 낡거나 교통이 불편하다. 경기도로 이사를 생각했지만 출·퇴근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게 아까웠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가 갈수록 심해 ‘앞으로 집 사기 더 힘들어진다’는 말이 돌면서 주변에선 “더 늦기 전에 사라”며 부추겼다. 결국 B씨는 ‘영끌 대출’로 아예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고 요즘엔 대출금을 끌어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 서울 소재 IT(정보기술)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C씨(34)는 최근 영등포구 소재 한 노후 아파트(84㎡)를 7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 C씨는 정부 규제에 갈수록 집사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나오자 서둘러 1·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 자가주택 구입에 성공했다. 신혼집으로 살 곳이어서 새 아파트를 알아 봤지만 대기업 연봉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어 포기했다.

하지만 지인과 공인중개업소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를 사두면 나중에 차익을 내는 데 유리할 것이란 얘길 듣고 고민 끝에 노후 아파트를 골랐다. 아직 집을 매입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3000만원이 오르자 C씨는 ‘서울 아파트=재테크’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3040세대의 올인… “부동산=재테크”



“갈수록 집 사기 힘들어진다. 지금이 기회다.”

최근 3040세대의 입에 붙은 말이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로 대출 길이 막힌 데다 청약요건 강화로 새 아파트 진입 문턱까지 높아져 앞으로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심리적 위기감이 높아졌다. 올들어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됐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끝을 모르고 치솟자 이들에게 부동산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각인됐다.

“그래도 서울 아파트”, “결국 오를 곳은 오른다”, “영끌 대출 도전” 등의 말은 각박한 현실에서 부동산만 바라보게 된 이들의 절박한 심정과 희망이 뒤섞인 상황을 대변한다. ‘영끌 대출’로 너도나도 부동산에 뛰어들자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은 62만8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만4108건)보다 두배가량 치솟았고 최근 5년 평균치(45만7543건)도 크게 웃돈다. ‘6월 주택 매매거래량’만 보면 13만8578건으로 5월(8만3494건)보다 66.0%, 지난해 6월(5만4893건) 보다는 무려 152.5%나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권 가계대출도 36조원 넘게 불어 2017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침체돼 가계 자금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저금리 기조와 아파트값 상승세가 맞물리자 ‘영끌 대출’을 통한 부동산 열풍이 거세진 탓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대출을 최대한 받아 상승 열차에 탑승하려는 불안 심리와 초조감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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