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에 여는 지갑] 벤츠 마이바흐보다 '비싼 TV'

[머니S리포트①] 프리미엄 가전제품, 불황 무풍지대… 제조사 실적 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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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프리미엄’ 브랜드의 홍수 속에 이를 뛰어넘는 ‘초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이 등장했다. 고급 외제차보다 비싼 수억원대 TV가 나오는가 하면 오로지 주문자 취향대로 만든 수십억원짜리 자동차도 모습을 드러냈다. 일종의 액세서리처럼 인식돼 온 스마트폰은 초고가 제품과 보급형으로 양극화됐다. 희소성뿐 아니라 더욱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만족시키려는 기업의 대응이 관련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은 기존과 다른 차별화 요소를 추가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과감히 지갑을 열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며 관심을 모은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시장을 진단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 / 사진=삼성전자
가전업계가 ‘프리미엄’에 집중한다. 성장이 정체돼 대표적 레드오션으로 꼽혀온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만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불황에도 끄떡없는 수익모델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정형화된 형태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접목해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극대화한 점도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긴 프리미엄의 힘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호조는 국내 양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엿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했던 2분기에도 프리미엄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가전 부문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73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했다.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80억원으로 다른 사업부문의 적자를 상쇄하며 회사 전체 이익(4954억원)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양사는 이 같은 가전 부문 실적이 프리미엄 가전 효과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에어컨, 건조기,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제품 믹스 개선, 운영 효율화 등으로 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프리미엄 신가전 가운데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이 본부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가전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월등히 높다. 냉장고의 경우 삼성이 최근 출시한 슈퍼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셰프컬렉션’ 냉장고 신제품은 최고급 모델 가격이 1200만원을 넘어서고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 얼음정수기 냉장고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한국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문형 냉장고가 100만~200만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6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에어컨 역시 삼성전자의 ‘무풍’ 라인업 고가라인 출고가는 600만원 후반대, LG시그니처의 경우 1290만원에 달한다. 삼성이 하반기 출시예정인 가정용 마이크로LED TV는 기존 출시된 상업용 제품 가격이 146인치 기준 3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억대의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출시할 롤러블 올레드 TV도 7000만~1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외제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은 보급형에 비해 적게 팔아도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CE부문 영업이익률은 7.2%,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12.2%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TV를 포함한 실적이어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생활가전 기준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LG전자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라인업 / 사진=LG전자



‘과시소비’ 아닌 ‘가치소비’



이처럼 높은 가격대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의 주요 타깃층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고소득층”이라며 “이 같은 고소득층의 증가세를 감안할 때 프리미엄시장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층에 속하는 소득 5분위(상위 20%)의 올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115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3% 늘었다. 이는 1~5분위 전체 평균 소득(535만8000원)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성장률 역시 계층 평균 소득 성장률(3.7%)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달라진 소비성향도 프리미엄 가전 인기의 요인이다. 이제는 가전제품이 소비자 개인의 개성과 만족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노경탁 연구원은 “가전도 이제는 기능만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없고 소비자 성향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최근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다. 이 냉장고는 소비자가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레고처럼 조합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흰색이나 그레이색으로 점철됐던 기존의 냉장고를 탈피해 다양한 컬러를 도입한 점도 큰 호응을 얻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비스포크는)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 팬덤이 형성된 제품”이라며 “국내 냉장고시장이 재작년까진 역성장했는데 지난해 비스포크 출시 이후 해당 세그먼트에서 15%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는 단순히 비싼 물품으로 부를 과시하려는 소비와는 차이가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제품은 주로 집 안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어서 옷이나 신발처럼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과시적 소비 제품과 다르다”며 “자기만족, 자아실현의 관점에서 나만의 경험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소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집안에서 여가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프리미엄 가전 소비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비주얼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화면이 크고 화질이 더 좋은 대형 프리미엄 TV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라고 전망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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