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바닥이 끓어” 쪽방 탈출…눅눅한 박스 노숙 우울

취약계층 더위속 집중호우까지 더해져 열악한 환경 더 악화 노숙인들 "비 오면 너무 우울” …끼니 맞춰 비 뚫고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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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건물 복도© 뉴스1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김근욱 기자,원태성 기자 = 방 안으로 들어가자 곰팡내 나는 눅눅함이 '훅' 느껴졌다. 활짝 웃는 손녀딸 사진이 붙은 냉장고와 포장을 뜯지 않은 식재료, 옷가지와 책이 한곳에 쏠려 있다. 나머지 공간은 성인 한 명이 다리를 뻗고 눕지 못할 정도로 비좁았다.

이곳에서는 쏟아지는 폭우도, 모처럼 떠오른 태양도 보기 어렵다. 창문이 없어 바깥을 구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오후 4시쯤 종로구 돈의동 한 쪽방의 모습이다. 회색 콘크리트로 된 복도를 지나는 동안 스산함이 느껴졌다. 누런색 천장 절반은 빗물로 변색된 상태였다.

직사각형 형태 건물 1층에 3~4개 쪽방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쪽방 문 사이로 손바닥만 한 선풍기가 회전하고 있는 게 보였다.

건물 밖에 나와 있던 박진수씨(가명·50대)는 "비가 쏟아지면 바닥이 끓는다"며 "숨이 막혀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서울 지역 누적 강수량은 75㎜를 돌파했다. 며칠 새 들이닥친 비로 한강 수위는 높아지고 도로 곳곳은 침수됐다. 지난 주말 강남역 주변은 물바다가 됐고 영등포구 도림천 급류에 휩쓸려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남들은 폭우 때문에 외출을 꺼리지만 이곳 사람들은 문밖으로 탈출해야 했다. 쪽방 문들은 모두 열려 있었다. 주민들은 "침수 피해보다 무더위가 더 걱정"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골목가에 모인 노년 남성 4명 가운데 한명은 "이곳은 옛날 왕실이 있던 곳이다. 지대가 아주 높은 덕분에 내가 35년 동안 살면서 침수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랑처럼 말했다.

서울역 앞 노숙인.© 뉴스1원태성 기자

문제는 폭우와 함께 무더위가 쪽방으로 밀려든다는 것이다. 장마도 더위를 막을 수 없고 습기를 만들어 결국 방바닥을 들끓게 한다. 검은색 민소매 차림의 박호상씨(가명·70대)는 "시원한 대나무 깔판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 한 번 보라"며 자신의 쪽방을 가리킨 뒤 "여기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새벽에 다 밖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주거 취약 계층은 재해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을 이유로 '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섬처럼 고립된 채 산다는 노숙인들은 재해조차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했다.

겨울용 패딩과 긴 바지를 입은 노숙인들이 서울역 계단에 앉아 있다. 빗물에 젖어 눅눅해진 박스 위에 한 중년 남성이 앉아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낡은 갈색 구두를 신고 지하철 역 옆에 걸터앉은 노숙인 장대호씨(가명·60)는 '수해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내가 잃을 게 뭐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장씨는 "쉼터보다 이곳(밖)이 더 편하다"고 했다. 노숙인 김철수씨(가명·57)도 쉼터보다 서울역 앞이 편하다. "쉼터에는 사람 많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게 싫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그는 쉼터에 가서 이틀에 한번 꼴로 샤워한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를 맞는 것도 보는 것도 김씨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김씨는 “몸도 안 좋고 이도 다 빠졌는데 비까지 오면 감정도 너무 우울해 진다"고 했다. 끼니 때가 되면 김씨는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비를 맞으며 쉼터로 가야한다. 그는 "밥 때가 되면 비를 뚫고 쉼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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