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구멍가게… 편의점 '판'이 바뀐다

[‘32살’ 편의점 만능시대①] ‘점주 모시기’ 1위 탈환전… 갑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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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는 업태가 있다. 편의점이 바로 그 주인공. 기본적인 생필품 판매는 물론 택배·배달·세탁·금융·보험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장착한 덕분에 편의점은 지난 32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편의점업계의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 경쟁도 치열하다. 이제 편의점은 단순 소매점을 넘어 생활 종합 플랫폼이자 ‘인싸’들의 집합소가 됐다. 그야말로 ‘편의점 만능시대’다.
# 구멍가게로 불린 동네슈퍼가 대부분이던 1989년. 국내 최초로 편의점이 등장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에 1호점을 낸 주인공은 당시 미국계였던 세븐일레븐. 소비자들은 난생 처음 보는 편의점을 매우 생소하게 여겼다. 세븐일레븐의 생존전략은 간단했다. 특별한 제품을 팔지도 그렇다고 싸게 팔지도 않는 것. 다만 동네슈퍼들이 문 닫는 시간을 공략했다. ‘24시간 영업’이란 참신함에 점점 이용객이 늘어났다. 뒤이어 ▲훼미리마트(현 CU) ▲미니스톱 ▲LG25(현 GS25) 등이 줄줄이 시장에 등장하며 판이 커졌다. 국내 편의점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 30년이 흐른 지금, 국내 편의점 수는 4만5000여개에 달한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갓길까지 마주치는 수십개의 편의점을 지나치지 않고는 길을 다닐 수 없을 정도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인구대비 편의점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성장 속도도 세계 최고다. 편의점산업은 출범 이후 단 한해도 성장을 멈춘 적이 없었다. 소비 침체와 정부 규제로 유통공룡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때도 ‘나홀로 독주’를 이어갔다. 워낙 잘나가다 보니 점포수를 늘리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1989년 5월6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 선수기자촌(올림픽아파트) 상가에 우리나라 첫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첫 편의점의 당시 사진./사진=세븐일레븐
그야말로 편의점 공화국. 편의점시장이 24시간 내내 뜨겁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00만명이 편의점을 이용하고 편의점 불모지로 통했던 마라도, 울릉도, 백령도에도 점포가 들어설 정도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지난해 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장을 3000개가량 늘렸다. 매출 성장률도 한자릿수대를 유지했다.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이 쇠락기를 걷는 가운데 편의점만 예외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편의점 지각변동… 20년 만에 점포수 1위 탈환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시장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3사가 점유율 80%를 장악한 과점시장이다. 나머지 20% 중 10%는 신세계의 편의점브랜드 이마트24가, 10%는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스토리웨이, 365플러스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점포수로 보면 업계 1위는 GS25다. GS25는 지난해 12월 기준 점포수 1만3918개로 20년 동안 점포수 1위 자리를 지켜왔던 CU(1만3877개)를 제쳤다. 점포당 매출도 GS25가 앞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GS25의 면적(3.3㎡)당 평균 매출액은 3106.3만원으로 CU(2651만원)보다 16%가량 높다. 점포당 매출은 각각 6억6500만원과 5억8900만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점포수 증가에 힘입어 GS25의 성적도 좋다. 올 1분기 GS리테일 편의점 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028억원과 406억원.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동기대비 51.3% 급증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1조3921억원에 영업이익 232억원을 올렸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업계에선 3위인 세븐일레븐이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한 사이 GS25-CU의 양강 체제가 더 확고해졌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경쟁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후 승승장구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새로운 시도나 트렌드 변화에 뒤처지면서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과 점포 수도 제자리걸음. 지난해 기준 점포수 1만16개로 ‘마의 1만’ 고지를 넘어서긴 했으나 지난해 롯데그룹 전 계열사가 반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점포 이탈이 늘었고 실적도 급감했다.

그 자리를 매섭게 꿰차는 곳이 이마트24다. 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지난해 말 기준 점포수가 4488개다. 편의점 업계가 근접 출점 제한 등으로 성장둔화를 겪는 시점에서 1년만에 점포수 1200개 가까이 늘린 것은 대단한 성과라는 평이다. 이마트는 곧 50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3년 말 신세계가 편의점 위드미를 이마트24로 리뉴얼할 때만 해도 점포수는 80여개에 그쳤다.



3000개 새 점주 모시기… 각사 전략은?



업계에선 올해가 편의점 시장 지각변동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편의점 근접 출점 규제 등으로 신규점포 확대에 발목이 잡힌 업계가 새 점주를 끌어올 수 있는 대규모 재계약 물량이 쏟아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재계약을 앞둔 편의점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출점한 편의점 수는 2964개. 편의점과 본사가 평균 5년 가맹 계약을 맺는 만큼 올해 계약을 유지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는 편의점이 그만큼 나오는 셈이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올해 3000개를 시작으로 2021년 3617개, 2022년 4213개의 점포가 각각 재계약 물량으로 나올 예정”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3년간 재계약 점포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편의점업계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내다봤다.

CU 가맹점 상생 이미지/사진=BGF리테일
각 사업자는 저마다 차별화를 앞세워 새 점주 모시기에 나섰다. GS25는 지난해 6월부터 가맹점 이익 배분율을 파격적으로 높인 ‘상생계약조건’을 신규점과 재계약점에 본격 적용하고 있다. 상생계약조건은 기존에 제공했던 지원금을 이익 배분율로 변경하고 가맹점 상생 차원의 배분율을 추가해 가맹점 이익 배분율을 평균 8%포인트 높인 파격 조건이다.

CU는 가맹수수료율 상향을 경쟁력으로 내걸고 있다. 24시간 운영의 틀을 깨고 가맹점주에게 운영 시간 선택권을 부여함은 물론 매출이익 배분율을 기존 65%에서 최대 80%까지 늘린 신 가맹형태를 선보였다. 매월 점포 수익금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가맹본부가 차액을 보전해 주는 초기안정화제도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이마트24는 기존 3사와 다른 수익구조로 가맹점주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24는 가맹점과 본사가 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배분하는 3사와 달리 월 65만원 또는 165만원의 월회비를 지급하고 나머지 수익은 가맹점주가 가져가도록 했다. 수익이 높으면 높을수록 타사 대비 점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셈. 조건 없는 24시간 미영업 선택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현재 이마트24 심야 미영업 가맹점은 전체 점포의 80%에 달한다.

다만 빅3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상품구색이 3사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도 있다. 프랜차이즈체인(FC) 방식이 아닌 볼런터리체인(VC)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배분형과 월정액이 줄어드는 장단점이 있다”면서 “재계약 시 상품 마진을 넣어서 공급하는 방식과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 경영주와 목표가 함께 가는지 여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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