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운 벗은 전공의들… "나는 떳떳한 의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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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젊은 의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정원확대 계획에 반기를 든 것. 전공의들이 말하는 의료계는 뭘까./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약속드립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들을 돌보겠습니다. 하지만 이자리에선 큰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느껴주세요. 떳떳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졸속 정책이 아닌 정말 전공의를 위한 정책을 부탁드립니다." 서연주 내과 레지던트.


8월 장맛비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에도 전공의들이 거리에 나섰다. 7일 오후 2시 집단 휴진에 나선 전공의들이 여의대로에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집회 측의 예측과 달리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다. 최소 5000명 이상 인원이 몰린 것으로 보였다. 대전협은 전국 200여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1만6000여명이 소속된 단체다. 이들은 대학병원의 의료에 핵심자원이다. 흔히 레지던트는 고생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불나방'으로 표현된다.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들을 먼저 살폈던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거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을 두고 반발한 의료계를 대표해 젊은 의사들이 가장 먼저 거리에 나섰다. 유례없는 총 집회이었다. 거리에 모인 전공의와 학생들은 '젊은의사 단체행동'이라는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크고 작은 진통이 있었으나 말뿐인 총파업이었을 뿐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집회로 의료인 총파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집단 휴진에 나설 만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 빅5 병원 중 한곳에서 근무하는 레지던트 A씨는 "정부가 앞에선 의료계를 칭찬하면서 뒤에선 우리의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공분한다"며 "우리가 왜 거리에 나왔는지 정부도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환호성 대신 피켓을 흔드는 전공의들./사진=머니S 지용준 기자



아수라장에서 질서로



파업에는 익숙지 않았던 것일까.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현장은 소위 아수라장이었다. 집회에 참석하려는 줄은 여의도 공원을 가득 메웠으며 더위는 이들을 참석 전부터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가며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무더위에도 전공의와 학생들의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

현장 집회의 시작은 예상보다 지체됐다. 오후 2시40분 집회가 시작됐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시간에 병원을 떠나 이곳에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단체행동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제가 하려는 일은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하나돼 영리하게 싸우고 치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이 돼 달라"고 역설했다.

과열될 것으로 보였던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떤 구호도 없이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만큼 전파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참석한 모든 전공의는 한마음으로 피켓(나는 양심적인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이자리에 나왔다, 전공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을 머리위로 들어 흔들며 목소리를 대신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문진표를 작성하는 모습./사진=머니S 지용준 기자



전공의들 처우 개선은 언제



의대 정원 확충, 공공 의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통을 해보자는 게 전공의들의 목소리다. 소통이 불가능 하다면 젊은 의사들은 언제든 자리에 나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유이기도 하다. 집회에 참여한 인턴 B씨는 "우리는 결코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나선 게 아니다 정부가 병원에 외압으로 집회에 나서지 못하게 했지만 나는 미래를 위해서 나왔다"며 "우리는 살인적인 근무 환경에서도 묵묵하게 환자들을 보살펴 왔다. 코로나에 ‘덕분에’라며 추켜세우다가 이제는 적폐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우리의 처우를 개선할 수 없다"며 "뭐가 먼저가 돼야할 지 정부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공의, 학생들이 피켓을 받고 있다./사진=머니S 지용준 기자

이자리에서 대전협은 4가지의 요청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 의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통 요청 ▲전공의-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요청 ▲전공의 관련 법령 개정 등 4가지다.

의료계의 총파업은 이날이 끝이 아니다. 대전협의 집단 휴업에 이어 의료계는 서서히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자리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학생들은 물론 전공의까지 현 상황에 대해 엄중함을 인식한 것"이라며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더 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용준 jyjun@mt.co.kr  | twitter facebook

산업2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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