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촌·이대의 눈물… 코로나에 '빈 가게'와 '떠나려는 사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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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상권. 한 가게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지금은 매출이라고 말할 것도 아예 없어요. 학생들이라도 나와야 뭐라도 팔릴 텐데… 이제는 상권이 아예 죽었다고 봐야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가 인근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진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풀었지만, 반짝 도움에 그친 데다 그마저도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많아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상인들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일시적인 재난지원금 효과 이후엔 더 침체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상권 죽었어도 이 정도까지는”… 상인들의 한숨



7월28일 낮 12시30분쯤 찾은 신촌·이대역 인근 거리는 차분하다 못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방학을 맞은 학생과 직장인으로 붐빌 점심시간 무렵이었음에도 거리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유명 맛집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던 학생과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던 아주머니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낮과 밤, 가리지 않고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던 신촌 명물거리 앞 버스킹 존도 텅 비어 있었다.

신촌·이대는 연세대·이화여자대·서강대 등 대학교 문화가 자리 잡은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꼽힌다. 세 대학을 상권으로 두고 있어 학기 중이면 언제나 학생으로 붐비고 금요일과 주말에는 일반인의 방문도 잦았다. 패션과 화장품 등 이대의 쇼핑 상권과 음식점과 주점, 카페 등이 많던 신촌 상권이 서로 상호 보완하며 성장한 셈이다.

한땐 신세대의 상징으로 명동과 종로에 이어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힐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권이 침체되고 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면서 여러 차례 파고를 넘긴 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점심시간인데도 신촌 먹자골목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사진=김설아 기자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 3~4월은 신입생 환영식과 대규모 개강파티 등으로 매출 특수를 노리는 시기인데 올해는 아무 것도 없게 됐다”며 “배달 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매장 매출이 70% 정도 줄어든 걸 생각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자카야를 운영 중인 B씨는 “예전부터 신촌 이대 상권이 죽어가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불난 집에 제대로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며 “사람이 없으니 장사는 당연히 전멸이다. 15년 넘게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매달 내야 할 월세가 매출액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했다. 인건비 때문에 종업원 2명도 모두 내보내고 혼자서 지루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촌 거리 상점 대부분은 중·소상공인들이 운영하고 있어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지만 체감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C씨는 “긴급재난지원금은 동네 근처에서 주로 쓰지 그걸 쓰기 위해 신촌까지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장사를 접어야 하나 기로인 상황인데 재난지원금이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고 말했다.



곳곳에 붙은 폐점·임대 딱지… “하루 매출 0원”



상인이 처한 위기는 거리 곳곳마다 나타났다. 문을 닫은 채 장사를 하지 않거나 ‘임대 문의’ 딱지가 붙은 곳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떡볶이와 아이스크림, 와플 등을 팔던 길거리 노점상은 아예 장사를 포기했다. “나와도 하루에 한 개도 못 팔고 가는 날이 허다하니 한 달 넘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게 앞 가게 상인의 귀띔이다.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길거리 노점상이 코로나19 여파로 몇달 째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사진=김설아 기자
이대 인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촌보다 지나다니는 이가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골목 상점 10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았거나 공실이었다. 이대 정문 앞에서 역으로 가는 중심거리에도 건물 곳곳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다. 

이대 정문 앞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많이 줄었냐”는 질문에 “매출이 아니라 ‘오늘 개시는 했냐’가 맞다”며 “하루 건너 하루 꼴로 매출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D씨는 이어 “매출이 있는 날도 티 2개 팔아 2만원, 아니면 원피스 한 개 팔아 3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래도 코로나 전에는 하루 평균 매출이 80만~90만원 정도는 됐는데 이제는 사람 자체를 구경할 수가 없으니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대 정문 앞 거리. 빈 가게 옆에 또 다른 빈 가게 모습이 보인다./사진=김설아 기자
D씨 말대로 코로나19 사태에 개강이 미뤄지고 방학까지 맞은 대학가엔 학생을 찾기 힘들었다. 교정에는 소수의 교직원과 학생만 조용히 지나다녔다. 정문 앞 벤치에는 몇몇 어르신들이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피어싱가게를 운영하는 E씨는 “이곳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어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상황이 빨리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하면 할수록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라 조만간 장사를 그만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효과도 사각지대… 배달업만 선방



대학가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를 끼고 있는 아현역 주변도 상황이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아현역 인근에는 약 220여개 점포가 모여 있는 아현전통시장이 있는데 이곳 역시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아현역 앞에서 20년 동안 분식 노점상을 운영하다 시장에 분식점을 차린 지 15년이 됐다는 F씨는 요즘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F씨는 “죽지 못해 장사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학생들이라도 와서 떡볶이나 김밥을 먹어줘야 하는데 학생들마저 보이질 않으니 매출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하루 10만원 팔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G씨는 “아현시장이 5호선이 뚫리기 전엔 공덕동 사람도 걸어와서 장보고 사람이 많아 떠밀리듯 가던 곳이었다”고 회상하며 “대형마트가 생기고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니 가뜩이나 장사가 안됐는데 코로나까지 길어져 애로사항이 많다”고 혀를 찼다.

아현시장 골목. 손님이 없다 못해 적막감이 흐른다/사진=김설아 기자
시장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재난 지원금 효과도 사각지대가 있다”고 한탄했다. 시장 안쪽에서 아들과 함께 분식점을 운영하는 H씨는 “그릇가게나 순댓국집 이런 곳이나 재난지원금 효과를 봤지 이런 장사는 덕이 하나도 없었다”며 “한참 재난지원금을 홍보할 때도 하루 매출이 1만4000~2만3000원 뿐이었다”고 말했다. H씨는 “동네 가서 남은 음식을 주변에 나눠주는 게 일상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떡가게, 분식집, 미용실, 방앗간, 이불가게, 옷가게 등이 길게 늘어선 아현 시장은 손님보다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시장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할 뿐 딱히 구매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었다. 중국집은 배달주문으로 그나마 유일하게 장사가 되는 듯했다. 조용하고 한산한 시장 거리에 오토바이만 왔다갔다 하며 음식을 받고 배달 나가기를 이어갔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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