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모르는데 4차 추경 띄운 與…당내서도 "납득 안돼" 비판

지도부 "추경 예산 필요성 있어"…"예비비 집행이 순서, 선심성 추경인가" 목소리 정부도 반대 입장…홍남기 "기존 예산으로 충분히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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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8.1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이준성 기자,유새슬 기자 =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도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재정 지출 카드를 꺼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 복구 외에도 별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추경 편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재해 대응을 위한 예비비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은 가능한 빨리 피해 복구를 위해 당정이 할 수 있는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 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해 긴급하게 고위당정협의를 가지겠다"며 추경 논의를 공식화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긴급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수해 복구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예비비를 우선 집행하겠다며 추경 편성에 신중 기조를 유지한 민주당이지만 주말 사이 폭우로 인한 피해가 영·호남 지역으로 확대되자 입장을 선회했다.

아직은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도부 내에서는 추경 편성·처리 시점과 규모를 언급하며 4차 추경을 기정사실화 하는 모습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 규모는 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추경예산의 필요성은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피해 지역을 보면 그동안 늘 상습적으로 침수지역이 되던 지역은 안 보이고 오랫동안 안전지역이었던 곳들이 시설이 보강이 안돼 (피해가) 발생한 곳이 많다"며 "(시설) 보강이 안 된 지역을 추가로 보강할 때는 피해지원 외에 별도의 보강예산이 필요해 추경이 필요하지 않나 당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대총괄수석부대표는 4차 추경 규모와 관련해 "(4조원은) 안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4차 추경 편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데는 이번 폭우 피해 규모가 예년보다 크다고 판단해서다. 전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된 폭우 피해 상황을 보면 예비비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내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어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당내에서는 재해 대응을 위한 예비비도 집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4차 추경 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절차상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남아있는 예비비는 2조6000억원 규모로 목적예비비가 1조9000억원, 일반예비비가 7000억원이다.

1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천의 한 자전거도로가 폭우에 유실돼 있다. 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광주천 곳곳의 고수부지가 침수, 유실돼 통제됐다.(광주서구 제공)2020.8.10/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일단 정확하게 피해액이 얼마인지 나와야 하고 피해액을 예비비나 지방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고 순서"라며 "소위 당권주자나 최고위원 주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선심성으로 추경을 언급하는 것 같은데 예비비로 대응이 되냐 안 되냐를 따지지 않고 추경을 얘기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도 통화에서 "피해 규모가 산출돼야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데 (폭우 피해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9월에도 태풍 등 피해가 진행될 수 있다"며 "내년 본예산이 조만간 제출되는데 그 상태에서 추경을 또 한다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8월 국회에서 (추경을)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도 4차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비비가 2조6000억원 확보돼있는 데다가 기존 예산이 상당히 편성돼 있는 게 있고 일부 예산 구조상 정부가 이같은 특별재난상황에서 부채를 감내할 여러 보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기존 예산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극단적으로는 (피해) 복구가 한 두 달에 끝나는 게 아니라 제방 복구나 다리 복구 이런 것은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이런 예산은 꼭 올해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기획재정부 제공) 2020.8.10/뉴스1

민주당은 오는 12일 열리는 당정 협의에서 추경 편성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정 간 입장차가 확연해 추경 편성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추경 편성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수해 규모가 너무 커져 충당하려면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통합당 원내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시급성은 있지만 (추경에 대해) 제대로 된 심사를 하려는 게 우리 당 입장"이라며 "'꼭 필요하니까 빨리 하자'거나 '내용, 형식 없이 그냥 합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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