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업가 살인' 교사범들 1심 檢구형보다 센 중형 선고(종합)

김씨 권씨에 징역 22년·19년…구형보다 4년·7년 높아 법원 "킬러 고용사실 인정…변명 일관해 엄중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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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015년 9월 필리핀에서 벌어진 한국인 사업가 청부살인 사건의 교사범으로 지목된 피고인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14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56)와 권모씨(55)에게 각각 징역 22년과 19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와 권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2년을 구형했는데, 검찰의 구형보다 크게 높은 형이 선고된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권씨, 권씨의 조카 등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권씨가 김씨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킬러 고용을 부탁받았다"며 "권씨가 독자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부터 권씨 조카를 통해 돈을 권씨에게 송금을 한 것에 대해 김씨는 "이전부터 권씨가 요청했던 일종의 사업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업자금이었으면 조카를 통해 급박하게 돈이 전달됐어야 하는 사정이 없다"며 "킬러에게 건네준 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씨 조카가 권씨로부터 '김씨가 피해자를 죽이기 위해 킬러고용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김씨에게 이야기하자, 김씨는 "(권씨 조카에게) '시간도 장소도 다르다. 권씨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며 살해 의뢰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 같은 주장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권씨에게 살해를 의뢰한 적 없다면 김씨로서 단순히 사건 개입에 대해 얘기할 뿐 내용면에서 반박을 할리 없어보인다"며 "이런 김씨 반응이 오히려 김씨와 권씨가 사전에 모의했음을 강하게 추정케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실제 살인을 한 일명 '건맨'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살해 전날 살해 모의 계획이 전달됐고 전달된 일시에 피해자가 살해된 점, 킬러가 권씨 식당으로 찾아왔고 인상착의와 신체적 특징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자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보면 피해자는 시청 공무원인 현지인이 고용한 킬러에 의해 살해된 점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누구로부터도 유린될 수 없는 불가침 권리인 생명권이 박탈됐고, 유가족들 역시 오랜 기간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권씨의 경우에도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는데도 오로지 경제적 이득을 위해 범행에 나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이 사건 원류(原流)임에도 자신의 잘못을 줄곧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씨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이 사건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점, 김씨의 경우 거액을 투자하고서도 정당한 대가는 고사하고 모욕적 대우를 받자 살해를 결심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2015년 9월17일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에서 벌어졌다. 당시 앙헬레스시티 소재 한 호텔의 박모씨(당시 60세)의 사무실에 필리핀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찾아왔다.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 그의 물음에 박씨가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갑작스러운 총격이 시작됐다. 목과 옆구리에 5발의 총을 맞은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청부살인이 만연했던 필리핀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킬러를 특정할 수 없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은 우리 경찰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살인교사범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결국 4년여만인 지난 1월 한국으로 귀국하던 권씨를 체포했고, 당시 한국에 있던 김씨와 함께 두 사람을 한국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킬러에게 살인을 교사한 장본인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권씨와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 투자자 김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 초기에는 자신에게 깍듯했으나,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모욕적인 언사를 해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친하게 지내던, 당시 식당을 운영했던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는 당시 앙헬레스 시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킬러 조직과도 연결돼 있던 필리핀인 A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김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약 2500만원)를 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권씨는 이후에도 A씨를 만나 "박씨를 살해하면 400만 페소(약 1억원)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킬러는 청부살인을 결심하게 됐고, A씨는 권씨에게 "킬러가 내일 박씨를 살해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권씨는 또 이 말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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