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정말 독립이 맞습니까?"

[광복 75주년] 남북 분단·정치 대립…예술로 공통분모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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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뉴스1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정말 독립이 맞습니까?"

3.1독립운동 100주년 서화미술특별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 특별전,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 특별전 등 굵직굵직한 역사 전시를 기획해온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56)는 75주년 광복절에 이렇게 물었다.

광화문 광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우리나라가 외세의 힘으로 독립했고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는 독립은 '반쪽 독립'일 뿐이라고 15일 말했다.

외세의 이념논쟁에 휩쓸려 남북분단과 6.25전쟁을 겪은 비극의 역사를 보면 그에게 광복은 애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부터 백선엽 장군을 두고 벌어진 친일파 논쟁까지, 우리나라가 자주독립을 이뤄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조선 선비들의 '절의 정신'을 강조했다. 나라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고 순절한 그들의 정신을 기억하자고 했다. 간혹 시대를 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던 '위정척사파'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위정척사파들이 서양과 완전히 단절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들이 애국 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매진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권을 향해서는 '일침'을 날렸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과거 선비들은 나라와 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보수라는 의미가 전통과 근본을 보호하고 지킨다는 것인데, 보수 정치인들은 무엇을 지키겠다고 말하는지 모르겠고 진보 정치인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일제강점기 때와 별 다를 바 없다고 열변했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형국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 싸우기만 하고 합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그에게 암울하기만 하다.

그는 "싸움이 역사를 진전시키기도 하지만 공통분모가 없다는 건 비극"이라며 "정치가들의 조상들도 독립운동을 하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인데 당시 고결했던 정신과 역사를 내놓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역사의식의 단절이다.

그래도 그는 큐레이터로서 한 가지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30년 전에는 다들 이승만과 김구에게만 사람들이 주목했고 시대가 그랬지만 요즘에는 하나둘씩 이름을 모르던 독립운동가들에게도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생기는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갤러리 구루지에서 진행되는 '독립이 맞습니까' 특별전.© 뉴스1

그에게 되물었다. 독립을 완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동국 큐레이터는 '예술'을 얘기했다. 예술은 정치적인 통합과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도, 정신적인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예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녹여낸 서예를 보면서 극단의 사람들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나라로부터 수해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도 갈등 국면이지만 예술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볼 수 있다. 독립은 통일을 통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학창 시절부터 서예를 하고 1989년 예술의 전당에 입사해 30년 동안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서예 길만 걸어온 그에게 서예는 우리 것을 되찾는 진정한 '독립'을 위해 꼭 필요한 예술이기도 하다.

그는 "붓글씨와 그림이 한 몸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완전히 분리돼 그림은 미술로 편입이 되고 서예는 제외됐다"며 "100년 동안 서구의 문명을 받아들였지만 우리 것인 서예를 지키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은 서예를 동아시아 예술의 핵이라고 보고 장려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며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서만 예술을 보지 않고 우리만의 잣대와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것도 독립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국 큐레이터에게 그래도 광복 75주년은 큰 의미가 있다. 예술은 특정 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술의 일상화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전시회가 있고 이튿날인 3월2일에 이동국 큐레이터는 서러웠다고 고백했다. 당시 전시가 하루만 지나도 3.1운동과 독립운동 정신을 잊어버리고 마는 전시를 위한 전시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자각에서다.

이후 이 큐레이터는 예술의 일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시민들에게 가까이 갔다. 서울 구로구는 '독립이 맞습니까' 전시를 지난 12일~오는 29일까지 진행하고 이후에는 은평구 역시 관련 전시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3.1운동을 소재로 한 '자화상-나를 보다' 전시회도 지난 2월20일부터 오는 9월16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광복 75주년은 그에게 예술의 일상화를 이뤄가는 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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