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세입자 내쫓는 개발사업은 이제 그만”

People / 조정흔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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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45·사진)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업계에서 거침없이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고 정부정책을 비평하는 논객으로 통한다. 올해 감정평가사 16년차인 그는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밝히고 때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사진=김노향 기자
조정흔(45·사진)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업계에서 거침없이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고 정부정책을 비평하는 논객으로 통한다. 올해 감정평가사 16년차인 그는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밝히고 때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사진=김노향 기자
“2005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막 수습 딱지를 뗀 시절 뉴타운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업무를 맡았어요. 낡은 상가와 비닐하우스, 주택이 마구 섞인 가난한 동네의 한 집에 들어섰을 때 천장이 검게 그을리고 탄 냄새가 심하게 났어요. 몇 주 전 그 집에 살던 세입자가 분신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해요. 고등학생 아들은 혼자 남아 이불을 뒤집어쓴 채 꼼짝도 안 했어요.”

조정흔(45·사진)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업계에서 거침없이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고 정부정책을 비평하는 논객으로 통한다. 올해 감정평가사 16년차인 그는 언론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밝히고 때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8년에는 삼성 에버랜드 공시지가 조작 의혹을 제기해 감정평가업무와 한국 부동산가격의 구조적인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자격증 취득 1년차에 경험한 뉴타운 사건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인간의 삶과 터전을 파괴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큰 충격을 줬다. 그는 “부동산 개발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이란 명분으로 이뤄지는데 실제 차량 진입도 안되고 무너져 내릴 듯 위험한 계단과 좁은 골목길을 오를 때 서울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며 “하지만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대체로 집 한 채가 전부이거나 세입자다. 개발 후 좋은 아파트는 비싼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대신 차지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임대차3법 후 분쟁조정 늘어날 것”


조 평가사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전문 직업인으로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감정평가사 역시 여느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고객이나 조직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신념과 다른 업무도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은퇴할 나이가 됐을 때 생계를 위해 돈만 좇던 ‘감정평가사 조정흔’이 아니라 보람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그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법 지식과 전문정보 취득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적 약자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부동산 관련 분쟁 시 법원이 지정하는 감정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 서울시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공정임대료 전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임대차3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일부가 시행되며 앞으로는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서울 번화가에 한 상가 세입자가 의뢰한 권리금 감정을 맡았다. 이전 세입자가 권리금을 부풀리기 위해 포스 매출을 조작, 형사처분을 받은 사건이었고 아르바이트생의 고발로 실체가 드러났다. 조 평가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데 건물주뿐 아니라 같은 세입자끼리 이렇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각종 개발사업과 도시재생 등의 환경적 변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상권 성장이 부동산 투기세력을 불러들이고 세입자를 더 힘들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예 부동산가격이 낮은 지역에 작전세력이 몰려들고 ‘떴다방’처럼 부동산을 매집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건물은 새로운 투자자에게 손바뀜되고 결국 수익률을 가장 쉽게 극대화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쫓는 방법이 동원된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급등을 막기 위해 현 세입자와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조 평가사는 “작전세력을 통해 조작되고 만들어진 불로소득의 실체, 상가 투자자의 수익률 극대화 수단은 누군가의 전재산과 인생을 건 대가”라며 “우리가 그동안 서울 곳곳에서 목격한 강남역·홍대·경리단길·연남동의 급변하는 상권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뒤엔 이웃의 눈물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은옥 디자인 기자
사진=김은옥 디자인 기자



“투명한 부동산 정보, 국민의 권리”


그는 주택이 투기수단으로 변질된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실도 꼬집었다. 지인이나 이웃에게 감정평가사라고 소개하면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일이냐고 궁금해하다가도 부동산을 평가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순간 눈빛이 변한다. 좋은 투자 정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기본이고 결혼 전 소개팅에 나갔다가 첫 만남부터 온종일 부동산 상담만 했던 기억도 있다.

조 평가사는 “사람들이 유망지역을 묻고 심지어 콕 찍어달라는 주문도 한다”며 “정작 부동산 거래와 보유·관리에 드는 비용, 세금, 투자의 위험성 등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행 실거래가제도가 부동산의 투명성을 높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고도 지적했다. 패턴과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조 평가사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중 가장 높이 평가할만한 것이 바로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만든 일”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비정상적인 부동산 환경에선 실거래가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정보가 투명하진 못한 이유는 현장 특성을 잘 모르는 수백명의 전산 직원이 책상에 앉아 만든 통계와 데이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소유의 수백 수천억원대 건물과 수억원짜리 서민주택 가격을 같은 기준으로 감정평가할 경우 공정한 과세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조 평가사는 “부동산의 경우 특성에 따라 분류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조차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일이라고 제시했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는 국민의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로 분석한 투자·매매·임대가 이뤄져야 실거래가가 신뢰할 만한 정보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임대료 정보도 투명화해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동산을 통한 자산구조의 양극화, 분배의 왜곡을 해소하는 게 지금 우리에겐 가장 해결이 시급한 시대적 과제 아닐까요.”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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