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효부 며느리의 시어머니 길들이기

당신멋져’의 경제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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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찾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은경 본부장에게 코로나19 재확산 현황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미래통합당


성미가 아주 고약한 시어머니가 있었다. 외아들을 장가보낸 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며느리를 세 번이나 내쫓았다. 어느 누구도 그 집에 시집가려는 처녀가 없었다. 한 처녀가 자원해서 그 집으로 시집을 갔다. 시어머니는 새 며느리도 첫날부터 들볶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그때마다 생글생글 웃으면 “잘못했읍니다”는 말만 했다. 때리면 맞고 차면 차이고 한 번도 대들거나 하소연하지 않았다. 차츰 그 동네는 물론 이웃동네까지 ‘하늘 아래 저렇게 좋은 며느리는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어느 날 남편과 시아버지가 멀리 외출했다. 며느리는 새끼로 시어머니를 묶고 회초리로 두들겨 팼다. “어머니가 미워서가 아니라 못된 버릇을 고쳐드리려고 하니 노여워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시어머니는 원통해서 “며느리가 자기를 때렸다”고 동네방네 떠들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도 “하다하다 안되니까 거짓말까지 꾸며낸다”며 들은 체도 안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시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이 있을 때 며느리를 때리고 차고 욕했다. 며느리는 고분고분하게 “잘못했읍니다”라는 말만했다.

다음날 남편과 시아버지가 외출하자, 며느리는 새끼와 회초리로 시어머니를 흠씬 두들겨 팼다. 또 동네방네 떠들었지만 오히려 자기만 못된 시어머니가 되었다. 결국 시어머니는 “잘못했다”고 했고, 며느리는 눈물지으며 매질한 것을 사과하고 더욱 효도하며 지냈다.



‘시어머니 길들이기’의 교훈



우리 옛날 얘기에 나오는 ‘시어머니 길들이기’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현재 상황을 푸는데 교훈을 준다. 첫째 문제를 피하지 말고 핵심을 파악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문제가 ‘며느리를 괴롭히며 즐거움을 얻는 가학성’에 있음을 알았다. 둘째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좋은 소문이 날 때까지 참기 힘든 시어머니의 구박을 웃으며 견뎌냈다. ‘둘도 없는 착한 며느리’라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즐겁게 지냈다. 셋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괴롭히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올가미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런 깨달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를 새끼로 묶고 회초리로 때리는 ‘패악’(悖惡)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당한 것에 대한 원한으로 되갚기 위한 복수가 아니라, 진정으로 좋은 고부(姑婦)관계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며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자신이 짠 얼개대로 시어머니의 못된 버릇을 깨끗이 고쳤다. ‘중용’에 나오는 지성여신(至誠如神)이라는 말을 증명했다. 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다는 뜻이다.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지극한 정성(至誠感天)은 개인과 사회는 물론 나라가 흥성할 때 반드시 좋은 조짐을 보여주며 나라가 망할 때는 반드시 요사스러운 재앙의 싹이 나타나 사전에 알 수 있게 한다. 행복과 화(禍)는 평소에 좋은 일을 했으면 경사가 올 것이며 불선(不善)한 짓을 저질렀으면 반드시 재앙이 닥친다는 뜻이다. 며느리는 생각과 행동에 삿됨이 없이 오로지 시어머지 버릇 고치기와 집안 화목만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 하늘이 그 정성을 알아 시어머니가 잘못을 고치고 좋은 사람으로 바뀌는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한 것이다.



모든 갈등을 해소해주는 도깨비방망이 ‘당신멋져’



못된 시어머니를 개과천선하게 한 며느리의 지혜는 몇 해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당신멋져’를 생각나게 한다. 당신멋져는 ‘당당하고 신나며 멋지게 져주자’는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와 그것의 의의를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싸움은 인정받기를 원하는 데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일 잘 되면 자기 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떼를 이루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 내 탓이라며 책임지려는 사람이 드문 것도 인정투쟁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신멋져는 모든 갈등의 원천인 인정투쟁의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꾼다. ‘잘못은 내 탓이고 좋은 일은 네 덕’이라고 하면 싸울 일이 없어진다. 모든 사람이 ‘당신이 최고’라고 치켜 세우는데 춤추지 않을 코끼리가 어디 있겠는가.

김서방네와 이서방네가 이웃으로 살았다. 어느 날 소고삐가 풀어져 온 동네 밭을 휘젓고 다녀 곡식을 망쳐 놨다. 김서방네는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김서방은 “여물을 안줬다”고 아내를 탓하고, 아내는 “소고삐가 풀려 나가는 것을 못봤다”며 며느리에게 면박주고, 며느리는 “소가 풀을 많이 뜯어먹도록 옮겨 매지 않았다”고 남편에게 핏대 올리고, 남편은 “소고삐를 단단히 매놓지 않았다”며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하지만 이서방네는 큰 소리 하나 나지 않고 웃음소리만 들렸다. 이서방이 “고삐를 단단히 매지 않은 것은 내 탓”이라고 하니, 아내는 “아침에 여물을 많이 먹이지 못했으니 내 잘못”이라 하고, 며느리는 “고삐 풀린 소를 빨리 잡지 못한 내가 죄인”이라 나서고, 아들은 “풀밭에 자주 옮겨 매지 못했다”고 했다.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19 대응법



코로나19 재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8월14일부터 3자리수로 늘어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에는 397명으로 급증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단계로 높이느냐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10명 이상 모이는 집회는 금지됐고,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종교 활동과 결혼식도 사실상 멈췄다. 노래방 PC방 식당 헬스클럽 등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의 주름이 생활 곳곳을 깊게 패이게 하고 있다.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코로나19에 대해서 당신멋져를 해보면 어떨까. 코로나19에게 당당하고 신나며 멋지게 져주자. 코로나19에게 ‘너 참 강하다’라고 인정하고 ‘내가 져줄 테니 이제 그만 싸우자’고 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꼭 끼고 사람 모이는 것을 가급적 삼가고 증상이 나타나면 솔직하게 방역당국에 가서 신고하는 것이다.

지는 것과 져주는 것은 매우 다르다. 지는 것은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며 대들었다가 능력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패배하는 것이다. 반면 져주는 것은 겨뤄보면 내가 이긴다고 확신할 때 상대를 생각해서 알게 모르게 이기지 않는 것이다. 지는 사람은 수치와 분노와 원한 같은 앙금이 남지만, 져주는 사람은 여유와 뿌듯함과 미소를 남긴다.

진돗개는 잘 짖지 않는다. 겁 많은 똥개만이 요란스럽게 짖어댔다. 스스로가 두렵다는 것을 짖음으로 속이려 한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강함을 잘 쓰지 않는다. 그저 잔잔한 미소를 띠며 양보한다. 당신멋져가 코로나19는 물론 갈등으로 뒤엉켜 있는 한국 사회를 구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지지 말고 져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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