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조원 코로나 대출 연장, ‘빚 폭탄’ 터질라

[조이면 더 살아나는 ‘대출 딜레마’] ③ 늘어나는 연체율, 은행 건전성 지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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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 8월 한 달간 시중은행 신용대출이 4조원 가량 불었다. 정부가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을 내 투자)가 살아나자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하락할 것이란 위기감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고삐를 조이면 더 살아나는 대출, 빚투 폭증에도 코로나에 덜미를 잡힌 대출정책을 진단하고 해법을 알아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이 사상 최대의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에 자금난까지 빠진 경제주체는 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 연명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 2월부터 4월까지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75조4000억원에 달한다. 기업대출이 1월 말 877조5000억원에서 4월 말 929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892조원에서 915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장기화를 대비해 은행권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수조원의 부실대출을 떠안게 된 금융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체율 폭탄에 동반부실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 대출’ 또 만기연장… 연체율 꿈틀


정부가 8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영업이 사실상 멈췄다. 대출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은행권의 긴장감은 커졌다. 올 들어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기준 총자본비율(BIS비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BIS비율은 14.53%로 전 분기 대비 -0.19%포인트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말 15.25%를 기록한 후 2020년 3월 말 14.72%, 6월 말 14.53% 등으로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자금난에 빠진 가계와 기업이 늘면서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올랐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말 대출 연체율은 0.23~0.36% 등으로 6월 말(0.21~0.33%)보다 소폭 올랐다.

기업대출도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18~0.38%에서 0.2~0.48%로 상승했다. 문제는 아직 코로나19 대출의 연체율이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년 3월 이자 유예조치가 풀리면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부실대출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주체 하단으로 불리는 저신용·저소득층의 대출 연체율 상승도 심상찮다. 지난 7월 5대 은행의 ‘햇살론17’의 연체율은 4.50~11.88%를 기록했다. 일반대출 연체율(0.23%)과 비교하면 최대 50배나 높은 수준이다.

햇살론17은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출시한 100% 정부 보증 상품이다. 연소득이 3500만원에 못미치는 경우나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서 연소득이 4500만원을 밑돌면 누구나 최대 14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서민층의 연체율 급등은 경제 전반의 ‘부실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금융부실이 사회 전반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국면에 크게 늘린 대출이 하반기 연체율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지원이 끝나면 부실대출이 드러나 은행의 수익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업 코로나 도산… ‘부실쓰나미’ 공포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하는 한편 정부가 금융부실의 파급 경로를 차단하면서 방역대책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과정을 밟았지만 코로나사태는 실물경제가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위기로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동아시아 문제로 국한됐다면 코로나사태는 전세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산동력이 꺾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특성상 해외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여기에 사실상 봉쇄령이나 다름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경우 경제 전반에 ‘패닉’이 올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 자영업자와 기업 도산으로 대출이 부실화하고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며 “지금은 금리나 환율정책을 사실상 쓸 수 없고 재정정책밖에는 대응할 수단이 없어 방역에 주안점을 두고 금융부실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이자상환 유예를 연장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은행이 이자마저 갚을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의 이자상환을 유예하면 기업 재무상태를 점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빼앗지 않은 우산 아래 시한폭탄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통상 은행은 대출만기가 지난 경우 신용대출은 2개월, 담보대출은 3개월 이후 각각 법적 회수절차를 밟는다.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될 경우 대출만기는 연장하더라도 이자상환까지 더 이상 미뤄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부정적 등급 전망과 하향 워치(하향 검토대상 등록)가 부여된 기업은 모두 57개사다. 긍정적 전망이 부여된 기업이 11곳인 것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등급이 상향보다 하향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대부분 코로나19 사태로 재무안정성에 타격을 입은 제조업체다. ▲서연이화 ▲대성엘텍 ▲대흥알앤티 ▲흥아포밍 ▲부산주공 ▲경창산업 등의 자동차부품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대거 하향조정됐다. ▲포스코 ▲세아베스틸 ▲세아홀딩스 ▲현대종합특수강 ▲넥스틸 등 철강업체 5곳의 등급 전망도 낮아졌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정부가 대출기한을 연장한 ‘연명대출’은 표면적으로 정상여신이지만 실제로는 부실여신”이라며 “기업의 신용등급 추이를 살펴보면서 이자상환을 선별적으로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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