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의 1단기어] ‘문콕’ 범죄자 만드는 좁은 주차장

1991년 기준 주차장 여전히 많아… 운전자 스스로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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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된 차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좁은 주차공간으로 인해 문을 열며 옆 차에 손상을 가하는 ‘문콕’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음에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크기는 점점 커지는 반면 주차장 규격은 30여년 전 기준이 적용된 곳이 많아서다.



차가 큰 걸까? 주차장이 좁은 걸까?



현재 상당수 주차장은 1991년부터 시행된 규격을 따른다. 주차장법은 1979년 4월 제정됐고 당시 주차 규격은 1대당 너비×길이가 2.5×5.5m였다. 미국의 규격을 참고한 것이어서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국내 실정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일었다. 신규 건축물 공사 시 해당 규격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등 건설업계의 볼멘소리에 ‘주차공간 효율화’라는 명분을 들어 한 칸의 너비×길이를 2.3×5m로 조정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폭이 꾸준히 넓어지면서 2008년부터 2.5×5.1m의 확장형 규격을 도입했고 2012년부터는 신규 건축물에 2.5×5m 규격 주차장 30% 이상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현재 적용된 주차장법은 2017년 개정됐다. 일반형 주차구획 규격이 2.5m×5m로, 확장형은 2.6m×5.2m로 늘어났다.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 3월에서야 신축 건물에 의무 적용되기 시작했다. 30년 전 규격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노상-노외 주차장 면(칸)수는 1990년 177만3774개였다. 이후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2019년 2491만2440개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 자동차 등록대수는 339만대였고 지난해 말에는 2368만대를 기록했다.

자동차 덩치도 커졌다. 현대자동차의 1993년형 쏘나타(쏘나타2)는 너비×길이가 1.77×4.7m였지만 현재 판매되는 신형 쏘나타는 1.86×4.9m다. 싼타페 2000년형은 너비×길이가 1.84×4.5m인데 비해 2020년형은 1.9×4.8m로 늘었다. 신형 싼타페를 이전 규격 주차구획 가운데에 정확히 주차하더라도 옆 칸의 여유공간을 합해 최대 40㎝가 확보된다. 만약 옆 칸에 세워진 차의 폭이 넓거나 정확히 주차하지 않았다면 타고 내리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

‘문콕’ 사고 발생 수(보험청구 기준)도 증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약 2200건의 사고가 집계됐고 2015년 약 2600건, 2016년 약 3400건으로 늘었다. 문콕 사고 등으로 인한 시비 관련 뉴스도 끊이지 않는다.
주차장 규격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운전자가 많다. 자동차에서 내리기 위해선 56~60cm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주차장 문제 해결 움직임



주차공간 관련 대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차장 관련 연구도 비교적 최근 진행됐고 개정 주차장법도 지난해에서야 시행됐기 때문.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교통안전 분야 전문위원은 “실생활에 필요한 교통안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차장 사고특성 연구에 따르면 차 문을 여는 각도가 최소 30도여야 하고 좌우 10㎝ 여유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내릴 수 있다. 이런 연구결과는 2018년 주차폭이 2.3m에서 2.5m로 확대되는 주차장법 개정에 반영됐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중형차 기준 너비가 1.85~1.89m이고 여기에 문 열림 각도 30도를 적용하면 필요 공간은 56~60㎝쯤이다. 따라서 2.41~2.49m 이상의 주차공간이 필요하다.

길고 넓은 승합차나 소형트럭을 위한 확장형 주차규격(2.6×5.2m)도 이 같은 계산을 거쳤다. 승합차와 소형트럭 폭이 1.74~1.99m며 문 열림 폭(56~60㎝)을 고려하면 최소 주차구획은 2.3~2.59m쯤이다. 기아 카니발 등 길이가 5m를 넘는 차종도 점차 늘고 있어서 확장형은 5.2m로 정했다.

최근 지은 아파트나 건물 주차장엔 소위 ‘주차명당’ 자리가 있다. 일반적인 주차공간보다 넉넉한 자리가 있다면 이곳이 확장형 주차규격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최근 출시된 대형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나 승합차를 구입했다면 되도록 확장형 주차구역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며 “현재 주차장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주차문화가 자리 잡도록 운전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3~4년 안에 자동주차기술이 보편화되면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일 위원은 “주차장에 주차 가이드라인을 그려 넣는 것도 좁은 주차공간을 해결하는 방법일 수 있다”며 “주차 시 바닥에 그려진 유도선만 신경쓰면 되기에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차장 경미사고, 모른 척 해도 되나
2017년 10월24일부터 건물 지하주차장 등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남의 차를 긁거나 작은 흠집을 내는 사고를 내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국토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 외 장소에서 주·정차된 차를 파손하고 연락하지 않은 채 차를 몰고 자리를 뜨면(물피도주) 20만원 이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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