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왕좌의 게임’… ‘○○의 난’ 잔혹사

[머니S리포트-경영권 승계의 그림자①] 재계 세대교체 바람 속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빈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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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파열음이 울린다. 창업주와 1세대로부터 2~3세대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막대한 상속세 또한 걸림돌이다. 그룹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선대가 가진 지분을 상속해야 하지만 평가가치에 따라 수천억원을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 이면에 숨은 재계의 고민을 들여다 봤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왼쪽),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 사진=뉴스1 DB
세대교체에 나선 재계 일부 후계자 사이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한창이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이 경영권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고 한진그룹과 롯데그룹은 언제든 분쟁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남매의 난’·‘형제의 난’ 등 골육상쟁을 벌인 끝에 남보다 못한 사이로 갈라선 사례도 있다. ‘피보다 진한’ 경영권의 민낯이다.



피보다 진한 경영권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4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곳의 지난 5년간 핵심 계열사 지분가치 변화를 조사한 결과 5년 전에는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이 창업자나 1~2세대 위주로 이뤄져 평균이 1.7세대였으나 현재는 3~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해 평균이 2.0세대로 전환됐다.

하지만 세대교체 과정이 매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회사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자녀세대 간 갈등을 빚는 기업도 있어서다. 최근 ‘남매의 난’으로 내홍에 휩싸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대표적이다.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지난 6월 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매각하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현식 그룹 부회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

불을 당긴 것은 조희경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은 부친이 차남(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에 대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이에 대해 조양래 회장은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오래 전부터 해온 생각”이라며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며 조희경 이사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장남·장녀-부친·차남’의 분쟁구도가 형성됐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 19.31%에 부친의 지분을 더해 총 4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의 그룹 지분율은 각각 9.32%와 0.83%로 한참 뒤처진다. 차녀인 조희원씨(10.82%)가 힘을 보태더라도 조현범 사장의 지분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 측이 국민연금(7.74%) 등 주요 주주들과 힘을 합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최종적으로 한편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이 다른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정립됐지만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 등과 3자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 체제를 반대하며 불협화음이 지속되는 것.

조원태 회장 측은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 및 백기사인 델타항공 측의 우호지분 등을 바탕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 측 3자연합과 올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펼친 끝에 경영권을 방어했다.

하지만 최근 3자연합 측이 한진칼 지분율을 46.71%로 확대하며 조 회장 측(41.38%)보다 5%가량 우위를 점한 상황이어서 내년 정기 주총에선 경영권 방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조원태 회장이 잇따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대출받은 것도 내년 주총 대결을 염두에 두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그래픽=김은옥 기자



‘회사 가치’ 최우선 고려해야



롯데그룹 역시 수년째 고(故) 신격호 창업주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유죄 전력 등을 이유로 줄기차게 해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다툼에서 신동빈 회장 측이 수차례 승기를 잡으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신동주 회장이 또다시 자신이 대표를 맡은 회사이자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하며 분쟁이 재점화됐다.

기존에도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꾸준히 있었다. 범현대가는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타계할 무렵 불거진 경영권 분쟁으로 10년 넘는 다툼을 벌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사이의 ‘왕자의 난’으로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현대그룹 등으로 기업이 쪼개졌다. 정몽헌 회장의 아내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의 난’을 비롯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시동생의 난’ 등을 벌였다.

두산그룹에서도 2005년 박용오 전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형제의 난’을 빚은 끝에 박용오 전 회장의 퇴출로 다툼이 마무리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주인 박인천 전 회장의 삼남인 박삼구 회장과 사남인 박찬구 회장의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진 상황이다.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은 “경영권 분쟁은 회사 자체의 의사결정 주체를 다원화시켜 불확실성을 늘리고 경영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권 승계는 ‘회사의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순히 재산을 상속하는 것 외에 경영과 발전의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진과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프로세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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