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대가… 구광모 8000억, 삼성은?

[머니S리포트-경영권 승계의 그림자②] 세계 최고 수준 세금에 지분상속 부담↑… 경영권 안정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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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파열음이 울린다. 창업주와 1세대로부터 2~3세대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막대한 상속세 또한 걸림돌이다. 그룹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선대가 가진 지분을 상속해야 하지만 평가가치에 따라 수천억원을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 이면에 숨은 재계의 고민을 들여다 봤다.
재계가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로 인해 고민이 크다. 사진은 주요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종로 일대 전경. /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재계가 상속세 고민이 빠졌다.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위해선 선대가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아 경영권을 공고히 해야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로 인해 천문학적인 조세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일(사망일)을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등 총 4개월 동안 주식 종가의 평균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산정된다. 이때 상속세율은 5단계 누진세율 구조로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가 부과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주주는 주식을 상속받을 때 세금이 20% 할증된다. 사실상 상속세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인 25.3%의 2.4배다.



LG 1조원, 롯데 4500억원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은 상속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5월 타계한 부친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지분 11.3% 가운데 8.8%와 지난해 12월 별세한 조부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0.96% 전량을 각각 상속받았다.

구본무 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9215억원이며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7215억원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600억원 안팎이다. 구광모 회장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낸다. 매년 1300억원 가량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미 일부를 납부해 현재 남은 상속세는 54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1월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가진 그룹 내 지분을 신동빈 롯데 회장·신동주 광윤사 회장·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신유미 전 호텔롯데 고문 등 4명이 나눠 갖기로 지난 7월 합의했다.

신격호 창업주가 보유했던 국내 주식은 ▲롯데지주 보통주 3.1%와 우선주 14.2% ▲롯데제과 4.48% ▲롯데쇼핑 0.93%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1.30%와 비상장사인 롯데물산 지분 6.87%가 있다. 일본 주식은 ▲롯데홀딩스 0.45% ▲광윤사 0.83% ▲LSI 1.71% ▲롯데그린서비스 9.26% ▲크리스피크림도넛재팬 20% 등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중 보통주 1.3%와 우선주 5.9%, 신동주 회장은 보통주 0.7%와 우선주 3.5%, 신영자 전 이사장은 보통주 1.1%와 우선주 4.7%를 각각 상속받았다. 롯데쇼핑 지분은 신동빈 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이 각각 0.4%씩, 신동주 회장이 0.2%를 나눠가졌다.

롯데제과 지분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87%, 신동주 회장과 신영자 전 이사장이 각각 1.12%와 1.49%를 가져갔다. 롯데칠성음료는 신동빈·신동주·신영자 남매가 각각 0.54%·0.33%·0.49%씩 받았다. 신유미 전 고문은 한국지분은 상속받지 않는 대신 일본 지분을 상속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4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국 재산에 대한 상속세 부분은 3200억원으로 신동빈·신동주·신영자 등 세 사람이 부담한다.

한진그룹의 경우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 17.84%를 아내인 이명희 고문이 5.94% 갖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각각 3.96%씩 물려받았다. 이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총 2700억원으로 이명희 고문이 900억원이며 세 남매가 각각 600억원 가량을 내야 한다. 이들은 5년 동안 6차례에 나눠 내기로 하고 1차분인 460억원 가량을 납부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상속세 재원 마련에 한숨… 삼성 9조원 추산



다만 잔여분에 대한 재원마련이 고민이다. 항공업 위기로 실적이 급감해 조원태 회장 등이 받는 임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선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대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시가 문화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이를 막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 회장이 최근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400억원을 빌린 것도 재원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세대교체는 이뤘지만 아직 지분승계가 미완인 그룹도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4.2% ▲삼성생명 20.8%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의 지분가치가 16조9000억원에 달해 이를 상속하려면 9조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5.33% ▲현대글로비스 6.71% ▲현대모비스 7.13% ▲현대제철 11.81% 등의 가치가 4조1000억원으로 상속세 규모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초 보도에서 한국 상위 25개 그룹의 상속세가 210억달러(약 24조3000억원)로 추정된다며 “한국 재벌가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성장시키며 부와 권력을 구축했으나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전통을 계승하고 기업의 영속성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보다 불리한 상속세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 50%를 25%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제도는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에 따른 세금을 공제해 주는 것인데 이를 대기업으로 확대 적용하고 공제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것.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업상속공제의 취지는 원활한 승계로 기업의 투자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를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기업에만 적용하기보다 대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는 대신 이로 인한 이익만큼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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