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따라 막대한 상속세 발생… 정답은 증여

[머니S리포트-경영권 승계의 그림자③] 주가 급등 시 상속세↑… 미리 증여 시 합법 절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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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파열음이 울린다. 창업주와 1세대로부터 2~3세대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막대한 상속세 또한 걸림돌이다. 그룹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선대가 가진 지분을 상속해야 하지만 평가가치에 따라 수천억원을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 이면에 숨은 재계의 고민을 들여다 봤다.
한미약품 상속세 납부방안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상속세가 재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속세 산정 기준 기간 동안 갑자기 주가가 폭등할 경우 물려받아야 할 선대의 지분 가치도 늘어나 납부해야 할 상속세 역시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리 증여해 절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지분을 넘길 경우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주가 상승, 상속엔 부담



최근 재계의 눈은 한미약품으로 향한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지난달 2일 타계하면서 상속세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최근 회사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상속인의 세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임 전 회장은 생전 한미약품의 지주사 격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2262만4496주)를 보유했다. 아내인 송영숙 회장은 1.26%,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3.65%,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 3.55%,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가 3.1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유족 간 협의된 유언장이 없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게 적용되는 법적 상속률 1.5대1을 따라 송영숙 신임회장은 임 전 회장의 지분 11.42%를, 세 자녀는 7.62%씩을 각각 물려받게 된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전 2개월과 그 이후 2개월 총 4개월 동안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우 임 전 회장이 별세한 8월2일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이후 2개월의 평균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의 별세 직후 곧바로 한미약품에 1조원대 기술 수출이란 호재가 나오며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4일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머크’(MSD)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 신약후보물질 기술을 8700만달러(약 1조387억원)에 수출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8월4일 5만4600원에서 하루만에 7만900원으로 1만5000원 이상 뛰었다. 임 전 회장 별세 직전 2개월인 6월2일~7월31일 3만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평균주가 역시 기술수출 발표 이후 현재까지 5만원대 후반~6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올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30억원 이상을 상속할 경우 과세표준은 50%가 적용되며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주주는 세율의 20%가 할증돼 총 6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단순계산할 경우 임 전 회장의 사망 직전 마지막 장인 7월31일 종가 기준(4만2200원) 5729억원이었던 상속세가 9월7일 종가 기준(5만8600원)으론 7954억원으로 2200억원 이상 늘어난다. 따라서 앞으로 유족이 상속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한미약품 측은 “상속세는 유족과 관련된 일이어서 회사에서 답변해줄 만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주가 하락 틈타 ‘증여 러시’



주가 흐름이 지분 상속에도 영향을 미침에 따라 주요 대기업 최대주주 일가는 주가가 하락하는 조정기에 주식을 미리 증여해 승계를 준비하는 방법을 택한다. 주가가 낮을 때를 이용해서 지분을 확대하고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가가 바닥권을 찍고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면 보유가치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J그룹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9일 CJ㈜ 신형우선주 184만여주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 각각 92만주씩 증여했다가 3월30일 취소한 뒤 다시 4월1일 재증여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은 증여가 발생한 월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로 이 기간 당사자 사이에 합의에 따라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세금을 아끼기 위해 재증여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최초 증여 시점인 지난해 12월9일 기준 증여세는 전후 2개월간 평균 주가에 최대 주주 지분 증여에 따른 20% 할증을 포함해 총 700억원이 넘는다.

반면 재증여시점의 해당 주식은 종가 기준으론 500억~550억원 수준으로 당초 책정된 증여세에 비해 150억~2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당시 CJ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부득이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한 기간 지분 증여를 택한 사례는 더 있다. SPC그룹의 경우 허영인 회장이 4월8일에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SPC삼립의 주가(6만6300원)가 지난해 말(8만7200원) 대비 24%가량 떨어지자 절세효과를 노리고 주식을 증여한 것이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3월12일에 아들인 김동욱·김현준 씨에게 동서 주식 15만주·10만주를 각각 증여했다. 구자열 LS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역시 지난 5월 자녀 및 친인척에게 총 95만9000주 증여했다. 동서식품이나 LS의 증여 시기 역시 주가가 떨어졌던 시점이다.

이상혁 하나은행 자산관리사업지원부 세무전문위원 “증여는 생전에 미리 주식을 넘기는 것이어서 주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상속은 갑작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점을 선택할 수 없다”며 “세법에서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증여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주가 흐름에 따라 증여시기를 미리 택해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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