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디지털헬스케어 이제 시작이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디지털 헬스케어 본부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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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헬스케어 본부장./사진=서울성모병원

“한국은 정보통신(IT) 강대국입니다. 그럼에도 의료와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일까요? 디지털 헬스케어의 생태계를 유지할 기반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기반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최근 IT기술과 산업 간의 융합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의료산업에도 디지털 기술이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IT 최강국인 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은 줄곧 의료의 디지털화를 꿈꾸지만 기반을 닦아줄 병원과 의사가 없었다. 

그 기반을 만들어줄 의사가 드디어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디지털 헬스케어 본부’ 초대 본부장을 역임하는 김대진 교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의료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선봉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환자가 일상생활과 병원 진료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이를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이 활용해 다시 환자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 전반에 걸친 서비스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디지털로 전환되면 많은 것이 변화한다. 예를 들어 응급실 환자의 정보를 미리 디지털화해 의료진이 진료 전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정보를 통해 의료진은 빠르게 치료와 약을 선별하고 위급한 환자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게끔 미리 조치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최전방으로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둔 계기는 2015년 ‘인터넷 게임 디톡스’라는 정부 과제를 맡으면서다. 김 교수는 “당시 메인프로젝트는 뇌 연구 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뇌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정부 과제는 스마트폰 중독 환자의 폰 사용 시간과 패턴을 평가하고 디지털화된 정보를 통해 적절하게 치료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가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연구하는 동안 환자 데이터와 치료방법 등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김 교수의 생각처럼 미국에서 2년 뒤인 2017년 치료제가 앱으로 탄생했다. 미국 스타트업 ‘페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중독 치료용 앱 ‘리세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으면서다. 리세트는 알코올·마약류 등에 대한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임상시험에서 증명되면서 전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가 됐다.
김 교수는 “중독과 관련된 앱이 이제는 치료제로 인정받는 시대”라며 “약물 사용량도 줄이고 치료의 빈도도 줄여준다. 기존 치료제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신개념 치료제”라고 했다.



의료정보 관리 병원이 나서야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은 김 교수의 사고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크다. 도입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 나아가 규제 체계 등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의 개인정보인 병력 등에 대한 보안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유출된 개인정보 도용 등 다양한 논란거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국민이 의사와 병원을 존중합니다. 처방하는 약도 먹고 수술 등 치료에 협조적입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신뢰의 축은 의료계이며 나아가 병원입니다. 환자의 정보는 의료기관이 맡아야 합니다.” 

개인정보 도용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뢰를 가진 의료기관이 목적과 윤리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환자는 병원에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은 이를 뒷받침해줄 시스템을 지원하며 병원 의료진은 정보를 이용해 치료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병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의료전략이 추진되면서 기업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의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치료에 반영되고 국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지면서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까지 확장된다”며 “잘 만들어진 구조는 의료비 절감과 보다 건강한 사회 조성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신경정신의학과 교수./사진=지용준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마련



김 교수는 디지털헬스케어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기반’이라고 꼽았다. 누군가는 기반을 닦아놔야 향후 생태계 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최근 1~2년 사이 데이터 중심 병원이라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환자의 정보를 담을 만한 기술이 없었지만 현재는 이미 모든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데이터 헬스케어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그를 디지털 헬스케어 초대 본부장으로 임명한 것도 초석을 만들어 줄 사람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의료정보시스템의 관리하는 것에서 벗어나 IT 인프라를 강화하고 첨단 시스템을 플랫폼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의 K-방역은 전세계로부터 우수한 평가받았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도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성장성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반을 닦기 위해 7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밑그림은 그려졌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앞으로 찾아올 초고령사회의 건강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용준 jyjun@mt.co.kr  | twitter facebook

산업2팀 지용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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