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0세, 청약통장 나이 23세’

[머니S리포트-슬픈 50대 ‘청약저축’ 이야기①] 50세에 청약포기자… “투기만이 답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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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수십년을 거치며 개정이 거듭된 정부의 주택청약제도는 그동안 여러 문제점을 보이면서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현실성이 부족한 오락가락 청약제도의 피해는 결국 청약통장 가입자가 입었고 “차라리 투기를 할 걸 그랬나”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열심히 일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지만 번번이 청약당첨에서 미끄러진 ‘슬픈 50대’의 이야기다. 이들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 ‘불공정’을 호소한다. 다만 세대를 막론하고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똑같기 때문에 30~40대의 특별공급 물량이 늘어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이를 세대 갈등으로 비추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도 내비친다. 여기저기 집이 널렸어도 정작 ‘내 집’은 없는 50대의 그늘은 짙다.
최근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을 방문한 중년 남성이 주택 모형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1 지난 6월 한 중소기업에서 명예퇴직한 김모씨(51·남).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생산직에 뛰어든 그는 30년을 성실히 일하며 중역의 자리에 올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다소 이른 시기에 퇴사하게 됐다. 김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퇴사에 대한 아쉬움보다 평생의 꿈이었던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돈을 벌기 시작한 젊은 시절부터 매달 5만원씩 청약통장에 부어 이제는 여섯 식구가 살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청약을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평생을 전전한 전셋집만 남겨놓고 직장을 그만둔 현실에 막막하기만 하다.

#2 올해 50세가 된 자영업자 박모씨도 평생 전세살이만 했다. 대학 졸업 후 학원 강사·식자재 납품업체 직원·퀵서비스 업체 창업·식당 운영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28살 때부터 5만원씩 꾸준히 납입한 청약통장은 가장 든든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지원이 늘어나는데 정작 자신의 청약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수도권 3기신도시 사전청약 역시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100% 추첨제로 청년과 신혼부부를 우대해 20년 넘게 청약통장을 갖고 있던 박씨에겐 확률이 낮아 보였다. ‘진작에 집을 샀으면’이라는 생각만 든다.

평생을 무주택자로 살아온 50대들의 시름이 깊다.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집값이 뛰며 평생 모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청약정책은 갈수록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 층에만 집중된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꼬박꼬박 청약통장을 붓고도 청약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이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정부 주택공급 정책의 기반이 된 청약자금이 정작 후대에만 좋은 일 시킨 꼴이 됐다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일찍이 남들처럼 투자에 매달려볼 것을 이제 와서 후회만 하는 50대 청약 소외자의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청춘 내내 무주택자… 여전히 깜깜한 ‘내 집 마련’



지금의 50대가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한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경제 고성장 이후의 첫 불황이 왔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 불황과 회복이 반복되며 ‘내 집 마련’ 타이밍을 놓친 이들에게 청약통장은 유일한 희망 같은 존재였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정부가 수십 곳의 공공택지개발지구 개발을 통해 수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했지만 50대 청약 대기자의 당첨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졌다. 현 정부가 내놓은 3기신도시 역시 이 같은 50대 청약포기자(청포자)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국토교통부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 6만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3만3000가구 물량을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으로 책정했다.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의 55%는 신혼부부(30%)와 생애최초 주택(25%) 등으로 공급되며 100% 추첨제다.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 가점이 낮아도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 일반 아파트 청약에 비해 당첨 확률이 높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더 많은 신혼부부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까지 천명했다.

젊은 층의 취업과 주거안정 및 육아 공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정책 각 분야가 청년에게 집중됐고 내 집 마련 혜택 역시 이들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특별공급일 뿐 아니라 1~2인가구나 자녀수가 적은 세대의 선호도를 고려한 전용면적 60~85㎡대 공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년짜리 청약통장을 보유한 50대 가장에겐 ‘먼 나라 얘기’다. 사전청약 물량을 기존 9000가구에서 6만가구로 6배 이상 늘렸음에도 50대 무주택자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며 30~40대를 중심으로 소위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진정시키고 주택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정부의 조치가 정작 50대를 소외시킨 것이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세대원 모두가 이전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50대에겐 불리한 조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소득기준을 완화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생애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분양가 6억원 이상 주택에 한정해 소득요건을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30%(맞벌이 140%)까지 10% 확대해 기회를 늘린 것이다. 정부는 소득요건 추가 인하도 시사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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