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제도, 형평성 문제 없나

[머니S리포트-슬픈 50대 ‘청약저축’ 이야기②] “우리가 낸 청약자금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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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수십년을 거치며 개정이 거듭된 정부의 주택청약제도는 그동안 여러 문제점을 보이면서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현실성이 부족한 오락가락 청약제도의 피해는 결국 청약통장 가입자가 입었고 “차라리 투기를 할 걸 그랬나”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열심히 일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지만 번번이 청약당첨에서 미끄러진 ‘슬픈 50대’의 이야기다. 이들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에 ‘불공정’을 호소한다. 다만 세대를 막론하고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똑같기 때문에 30~40대의 특별공급 물량이 늘어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이를 세대 갈등으로 비추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도 내비친다. 여기저기 집이 널렸어도 정작 ‘내 집’은 없는 50대의 그늘은 짙다.
최근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을 방문한 중년 부부가 주택 모형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임한별 기자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치솟은 집값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불안을 해소하는 게 목표다. 이에 청년이 아닌 50대라고 해서 정책 수혜를 받지 못하고 소외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20~30년 동안 중장년층이 낸 청약자금이 신도시 건설 등 각종 주택정책의 기반이 됐음에도 정작 이들을 혜택에서 배제해 정책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 청약통장 어디에 쓰였나”



‘내 집 마련’에 번번이 실패한 50대는 정부 정책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최모씨(53·남)는 “정부 정책을 보면 젊은 신혼부부나 60대 이상 고령층을 위할 뿐 50대는 철저히 배제한다”며 “정부 정책만 믿고 성실하게 청약통장에 돈을 넣었는데 결과적으로 정책에 기여한 50대를 외면하는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장모씨(54·남)도 “주택공급을 늘려도 정작 집 없는 사람에게 제대로 배분되지 않으면 실패한 정책”이라며 “젊은 세대의 주거안정이란 취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약통장에 꾸준히 납입한 이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선 아무리 20~3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은 50대라고 해도 서울시내에서 아파트 한 채 사기가 쉽지 않다. 기존 주택시장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기에 결국 신규분양만이 내 집 마련의 길인 셈이다.

수십년 동안 제도개선을 거치며 누더기가 된 주택청약제도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청약제도가 처음 도입된 때는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주택공급규칙)이 신설된 1977년 8월18일. 청약제도는 당초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공공주택에만 적용됐지만 이듬해 민영주택에도 적용돼 현재에 이르렀다.

청약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족이 있는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주택청약부금에 가입하고 일정 기간 일정금액을 납입하면 공공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부여해 청약요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민영아파트 역시 1가구1계좌 원칙에 따라 국민청약부금이나 청약예금에 가입해 일정 기간 일정금액을 넣으면 1순위로 분양받았다.

청약제도가 까다로워진 시기는 1980년 들어서다. 주택공급이 활성화되며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자 계속해서 청약조건이 바뀌었다. 민영아파트 청약예금 가입자 중 6회 이상 떨어진 가구에 우선 당첨권을 주는 ‘0순위 통장’은 1980년 들어 당첨권 전매 및 불법거래 등으로 변질됐다. 이에 0순위 통장 제도가 폐지되고 투기과열지구에는 채권입찰제가 실시됐다. 재당첨 금지기간도 공공 5년·민영 3년으로 강화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손보고 손봤지만 “현실성 결여”


이후에도 청약제도는 여러 번의 규제와 완화를 거듭하며 수정됐다. 1990년대 주택 200만가구 공급을 위한 1기신도시 건설 당시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아파트 공급량의 50%는 35세 이상 5년 이상 무주택 1순위자에게 우선 공급토록 하고 아파트 당첨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모두 1순위에서 제외시켰다.

민영아파트의 당첨권 전매가 금지되고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는 1순위에서 제외시키는 등 불법거래 차단과 당첨기회 확대를 위한 제도 수정도 거쳤다.

청약경쟁이 치열해지자 ‘배수제’도 시행됐지만 결국 폐지됐다. 배수제는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민영아파트 분양가구의 20배에 해당하는 장기 예치자에게 청약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지역에 따라 배수를 늘릴 수 있었고 서울의 경우 300배수까지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이후 1999년 폐지됐다. 1가구1계좌 원칙을 폐기하며 청약규제가 대폭 완화되기도 했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에도 수차례 청약제도를 손봤다. 2002년 투기과열지구제도를 재도입하고 2003년 투기과열지구 내 전매제한을 강화했다. 이듬해에는 85㎡ 이하 민영아파트의 75%를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공급토록 하고 다음해에는 공공택지 내 85㎡ 이하 민영아파트의 75%는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공급토록 했다.

2006년에는 최장 10년까지 전매를 제한토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2007년에는 청약가점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저축 가입기간(17점)을 점수화해 합산점수(총점 84점)가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제도가 갖춰진 시기다.

최근에는 정부가 단기간에 정책을 뒤집으며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2017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85㎡ 이하 물량에 대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리도록 했다. 이에 무주택기간 등이 낮을 수밖에 없는 30대 젊은층이 불만을 표시했고 로또 청약을 노리며 청약통장 가입에 열을 올렸다. 정부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민간분양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도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가점제 물량이 줄어 20년 동안 간직한 청약 통장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50대가 반발했다, 세대를 떠나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같지만 오락가락 제도 개선에 피해가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전가된 형국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시대별로 청약제도 수정을 거치는 동안 매번 자기 세대의 입장에서 불만은 계속 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처음 청약제도가 도입된 시기에는 4인 이상 대가족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가족구성원이 크게 줄었다”며 “그럼에도 부양가족 만점 기준을 6인 이상으로 두는 등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반드시 개선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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