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험의 외주화’에 멈추지 않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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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일하다 죽어야 합니까.”
하청 노동자의 참변이 또 발생하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민주노총에서도 성명을 내고 “위험한 업무를 홀로 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고용형태가 문제”라며 “이 죽음의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달라”고 촉구했다.

9월10일 화물차운전자 A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톤짜리 석탄 운반용 스크루(나사 모양의 구조물로 석탄을 들어올리는 기계)를 화물차에 묶다가 해당 기계가 굴러떨어지며 그 밑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은 발전용 석탄을 운반하는 스크루 수리를 외부 정비업체에 맡겼고 이 업체는 스크루 운반을 다시 A씨에게 넘겼다. 그는 2톤 무게의 스크루 5개를 혼자 로프로 고정하다가 변을 당했다. 먼저 올린 스크루를 크레인으로 잡아주는 등의 안전조치까지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청업체와 제대로 된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채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 측은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숨진 운전자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닌 운송사업자 겸 운전자”라며 “사고 귀책사유는 경찰의 조사에 의해서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가 논란이 된 건 장소가 ‘태안화력발전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주업체 직원의 사망사고를 비롯해 최근 5년간 5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2018년 12월 이곳에서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 설비를 혼자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4시간이 지나서야 동료 노동자에게 발견됐다.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27일 국회를 통과해 올 1월16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안은 그의 비극 이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져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같은 곳에서 또 홀로 쓸쓸히 위험을 감수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계에서는 불합리한 고용구조를 바로잡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민주노총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싸웠지만 합의사항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아 김용균의 동료는 아직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동료 노동자가 사고를 당한 곳에서 같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 건 안전불감증과 노동 유연성을 빌미로 한 ‘위험의 외주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주화된’ 노동자는 공포에 떨면서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위한 노동일지라도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대신 인간답게 살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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