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기지개 켠 금소법, 금융사 “나 떨고 있니”

[금소법 시행이 두려운 금융업계①] 판매사 책임 대폭 강화… 금융사는 ‘과도하다’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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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결국 9년간 국회에 잠들어 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금융사는 금소법 시행에 볼멘소리를 낸다. 판매사에게 너무 과도한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각에서는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사 영업만 위축돼 그 피해가 다시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소법은 진정 ‘금융업계 저승사자’가 될까.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면서 금융사들이 현장영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판매사에 대한 책임이 과도하게 강화됐다는 주장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면서 금융사들이 현장영업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판매사에 대한 책임이 과도하게 강화됐다는 주장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9년 만에 기지개를 켠다. 2011년 법안 뼈대가 완성된 금소법은 여러 요인에 막혀 9년간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확산되면서 제정에 관한 공감대가 커져 드디어 내년 3월 본격 시행을 앞뒀다. 저축은행 사태·동양그룹 사태·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 등 굵직한 피해로 피눈물을 흘려온 금융소비자의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금융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소법이 판매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이번 법안 시행으로 자칫 불완전판매 책임만 잔뜩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21대 국회에 징벌적 손해배상법 등 보다 강력한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된 점도 금융사를 옥죄고 있다.



“6대 판매원칙? 사실상 지키기 어렵다”


2011년 처음으로 발의된 금소법은 9년 만인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자본시장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 일부 금융상품에 한정해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6대 원칙은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금지 ▲광고규제 등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강한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해 조정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조정이탈금지제도와 소송중지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은 금융소비자와 소액분쟁이 발생했을 때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해 이를 무력화시키는 등의 불합리함이 존재했다. 또 손해배상 입증 책임의 주체가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전환된다. 금융사에 비해 열세인 소비자가 위법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이때 소비자의 자료 요구권도 보장한다. 이밖에도 금융상품 구매 후 일정 기간 내 청약철회권 행사와 판매 규제 위반 시 소비자의 일방적 계약 해지 가능 규정도 포함됐다. 여러모로 판매사의 책임이 강화된 것이다. 

금융사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은행은 상반기부터 금융소비자보호부를 설치하고 나섰으며 영업현장에서의 판매자 교육도 보다 강화했다. ‘민원왕’인 보험사도 불완전판매 역풍을 우려해 현장판매에 보다 신중을 기울인다. 금소법 본격 시행 때 ‘긁어 부스럼’을 최대한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표=김영찬 기자
표=김영찬 기자

그러면서도 금융사는 금소법 시행이 자칫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한다. 금소법 핵심인 6대 원칙을 영업현장에서 제대로 지키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적정성 원칙은 금융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특정 상품을 구매하려 할 때 판매사가 소비자 재산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성을 판단한 후 이를 고지해야 한다는 의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을 우리가 적정성을 이유로 제지하는 경우 불필요한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때 다른 상품을 권한 후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면 ‘부당권유금지’를 위반했다고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판매과정에서 6대 판매원칙은 끼워 맞추기 나름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6대 판매원칙을 다 지키려면 공격적인 영업행위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6대 원칙 중 ‘설명의무 강화’에 대해서도 금융업계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주장한다. 설명의무 강화는 ‘판매사가 상품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대면영업 시 대부분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은 직접 육성으로 설명하고 나머지 내용은 판매설명서를 통해 제공하고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인 설명의무는 모든 금융판매사가 시행하고 있다. 이를 더 강화한다는 데 어떤 기준으로 강화한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판매사가 설명과정을 녹취해둔다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설명내용이 부실하다’고 하면 설명의무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골칫거리 ‘징벌제’ 통과될까


금융사의 골칫거리는 또 있다. 이달 21대 정기국회가 열리며 금소법 관련 개정안이 쏟아졌다. 9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금소법은 초기 제기됐던 내용이 상당수 빠져있다. 그 중 금융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핵심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표=김영찬 기자
표=김영찬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 범위에서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판매사에게 소비자 피해액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얘기다. 현행 제재 방식인 과태료나 과징금은 소비자 구제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당국은 “이미 판매사 책임을 강화한 것이 금소법”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을 이번 금소법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최근 전재수·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금소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 법안 통과 시 앞으로 사모펀드 같은 대형 피해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지도 모른다. 거대 여당을 뒤에 업은 이 법안은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법조계와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사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금소법으로 인한 금융사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가 떠안은 과도한 비용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조건적인 ‘금융사 옥죄기’ 법안이 아닌 판매사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개정안이 더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회에서 금소법 관련 다양한 개정안이 쏟아져 금융사 부담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금소법 하에서 ‘진짜 보호’를 받으려면 업계 입장도 법안에 담겨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정훈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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