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도 무서워서 못 와요"… 쪽방촌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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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코로나도 무서워서 못 오는 동네야."

농담으로 듣기엔 너무 무거웠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인근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엿보였다. 이곳은 명색이 어린이공원이지만 어르신들 일색이었다. 통상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안식처로 통하는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사회취약계층에 더 치명적이다. 한가위를 앞두고 이동현 '홈리스 행동' 활동가를 만나 코로나19 위기를 맨몸으로 받아내는 쪽방촌 소식을 들었다. 이 활동가에 따르면 홈리스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자 ▲시설 생활자 ▲주택으로서 부적절한 곳(쪽방·고시원·여인숙·찜질방 등)에서 생활하는 자 ▲퇴거 위기에 처한 자를 가리킨다.

이 활동가는 "여태까지 쌓여왔던 홈리스 문제가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잘라 말했다. '머니S'는 지난 18일 쪽방촌을 들러 이곳의 방역실태를 살펴봤다. 

서울역 인근의 동자동 쪽방촌 모습. 생활공간과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이곳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사진=강태연 기자
서울역 인근의 동자동 쪽방촌 모습. 생활공간과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이곳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사진=강태연 기자



공용화장실 이용 불가피… 지키기 힘든 '쪽방촌 방역지침' 


쪽방촌의 분위기는 서울 아파트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멀리서 서로를 알아보면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 인사를 나눴다. 공원 운동기구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여러명이 "운동 열심히 해라", "날씨가 좋다"고 인사하며 지나갔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쪽방촌 사람들의 공포는 다른 곳보다 짙다.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나 한명 (코로나19에) 걸리면 쪽방 주민 전체가 걸린다는 생각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연쇄 감염에 취약한 생활공간 구조 탓에서다. 이 활동가는 "방이 과도하게 밀집돼 쪽방촌 주민들은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의 피로도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곳의 생활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서울시의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자동을 중심으로 분포된 서울역 쪽방촌에는 70개 건물에 1158명이 거주한다. 건물당 평균 방의 개수는 19개이고 거주 인원은 16.5명이다. 샤워실이 있는 곳은 47%로 절반이 되지 않고 건물당 평균 화장실 변기 수도 2.6개에 불과하다.

이 활동가는 쪽방촌에 대한 정부의 방역대책에 회의적이다. 앞서 지난 6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쪽방촌·고시원 방역지침'에서 공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구가 하나의 화장실과 부엌을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씻거나 용변 보는 일을 자제하라는 지침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봉책이라도 집단감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이 활동가는 "확진자와 접촉했을 때 혹은 의심 증상을 보일 때 자가격리를 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임시공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폭염 때 노인 등 고위험군을 수용하기 위해 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공주택사업을 꼽았다. 공공주택사업이 이번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홈리스의 주거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7월 영등포 쪽방촌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이 보다 넓은 공간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이 마련됐다"며 "영등포와 대전 두 곳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을 지역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리스 행동' 사무실에 걸린 "나는 게으름뱅이가 아닙니다. 가난은 가족의 책임이 아닙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태연 기자
'홈리스 행동' 사무실에 걸린 "나는 게으름뱅이가 아닙니다. 가난은 가족의 책임이 아닙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태연 기자



보호 대신 낙인만 존재하는 쪽방촌 의료체계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인테리어 공사장에서 작업반장을 맡았다는 B씨(남·60)는 아픈 곳이 있냐는 물음에 심장질환을 앓은지 오래라고 답했다. 병원에 자주 가냐고 묻자 "코로나로 일도 끊긴 마당에 그럴 여유가 어디있냐"고 반문했다.

쪽방촌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다. 더구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엔 치명적이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의 84.2%가 고혈압·당뇨·관절염·우울증·심장질환 순으로 질병을 갖고 있다. 만성질병이 있는 주민 중 32.5%는 최근 1년 동안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이 중 77%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전체 주민 중 장애인의 비율도 57.1%로 매우 높다. 

이곳 사람들에겐 의료서비스가 절실한 데도 그나마 있던 의료봉사마저 중단됐다. 동자동의 경우 3개 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봉사가 지난 1월 말부터 끊겼다. 이 활동가는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된 쪽방 상담소가 1100가구를 챙기기엔 역부족"이라면서 "의료라는 필수적인 서비스를 봉사에 의존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홈리스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꼬집었다. 서울지역 종합병원급 공공병원 6곳 중 5곳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코로나19 환자 외 초진 환자의 진료와 입원이 제한됐다. 다시 말해 쪽방촌 주민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 활동가는 "홈리스의 경우 노숙인 전담병원만 갈 수 있도록 정한 현 의료체계가 불필요한 낙인을 찍고 있다"면서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잘 구비해주는지 여부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가리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태연
강태연 taeyeon9813@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강태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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