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반복' 끊임없는 남북관계 딜레마, 해법 있나

[머니S리포트-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 운명은④] 이장희 "자주적 역량 강화" VS 남성욱 "북한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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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 등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수년째 안정적이라고 평가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의 경제에 큰 위기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정학(북한) 리스크’라는 불확실성 탓에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한다는 공통된 평가엔 여전히 변화가 없다. 북한 위협을 해소해야 국가 신용도가 향상되고 해외 자본이 관심을 가지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전쟁 70년이자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남·북의 사정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균형이 미묘하게 유지되며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열강의 영향력을 재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머니S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싼 현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진단해 봤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딜레마의 연속인 남·북 관계 해결을 위해 정부의 자주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자 전세계가 환호했다. 이전 정권 10여년 동안 경색된 분위기와는 달리 완연한 봄기운을 몰고 온 이날의 감동은 남·북 관계 개선에 미래지향적 물꼬를 터준 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관계엔 먹구름이 끼었다. 급랭된 양쪽 관계를 다시 녹이고 관계 개선을 통해 미래 협력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정부의 자주적 역량 강화’를,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결단’을 각각 해법으로 짚었다.



Q. 계속해서 표류하는 남·북 관계, 원인은 무엇인가.



▶이장희 명예교수: 깊은 딜레마에 빠진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나 비핵화에 지나치게 종속된 상황에서 당사자이자 중재자인 남한의 자주적 역량에 한계가 있음을 북한이 감지했다. 이에 남한을 거치는 것보다 미국과의 ‘직거래’ 노선이 낫다고 판단해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됐다.

▶남성욱 교수: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데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남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남한과 만나서 문제를 논의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다 보니 남·북 관계가 답보 상태다.



Q. ‘북한 리스크’가 한국의 국제외교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나.



▶이 명예교수: 단지 ‘북한 리스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막대한 경제력 및 발전된 민주주의가 결합한다면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고 국제적 위상을 재편할 것이다.

▶남 교수: 국제사회 외교에 공짜는 없다. 남한은 한·미 동맹 구조 속에서 안보를 지키고 외교를 해왔는데 계속 남·북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며 전세계를 상대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만 하니 정작 국익을 지키는 외교적 노력엔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



Q. 남·북 관계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주변국 활용법과 한국의 역할은.



▶이 명예교수: 미국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남·북 관계를 계속 신냉전 구도로 만들어 그 속에서 실익을 챙기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려 한다. 이를 막으려면 미국 주도의 양자 구도를 다자로 바꿔야 한다. 남·북과 중·미·러·일 등을 합친 가칭 ‘동북아다자평화회의’를 만들어 자주적 남·북 관계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

▶남 교수: 주변국 활용은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 비핵화 성과를 거둬야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할 텐데 속도가 더디다.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틀을 미국과 먼저 푸는 게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다. 그것이 없다면 한국과 주변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 해법의 키는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DB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협력 등 한국이 주도할 협상 카드는.



▶이 명예교수: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남·북이 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부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면제 신청을 내고 남한이 주도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로 전환됐기 때문에 화상통화를 통한 이산가족 상봉 등도 제안할 수 있다고 본다.

▶남 교수: 북한은 아무리 어려워도 남한의 지원은 받지 않는다. 북한의 요청도 없는데 지원 카드를 들고 나와 남·북 관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고 이론일 뿐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손짓을 할 때 나아갈 수 있도록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Q. 미국 대선이나 일본 스가 총리의 등장 등 주변국 정권 상황에 따른 남·북 관계 변수는.



▶이 명예교수: 과거처럼 몸을 사리는 외교가 아니라 국제법에 걸맞는 ‘논리외교’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자주적 역량을 키워야 상대국 정권에 변수가 생겨도 아닌 것에는 당당히 ‘노’(No)라고 외칠 수 있다. 정부만 상대하는 외교가 아닌 상대국가의 양심적 지식인을 설득하는 과정도 국익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남 교수: 일본의 스가는 아베의 기조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미국 대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내년에 다시 한번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기대된다. 반면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전략적 인내’ 흐름이 예측된다. 적어도 1년은 외교 시스템 정비와 대응책을 마련을 위한 소강상태가 전망된다.



Q. 북한 비핵화 기대감이 사라졌다.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로 가기 위한 해법은.



▶이 명예교수: 남한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핵화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이자 북·미의 문제다. 지나치게 비핵화 문제에 남·북 관계를 결부시키는 것은 무모하다. 남·북은 비핵화와 관계없이 판문점 공동선언 등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남 교수: 결국은 북한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 의지를 꺾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미궁 속이다. ‘키’는 북한이 쥐고 있어 밖에서 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Q.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 관계 상황에서 한국기업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이 명예교수: 기업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민족 사업이란 사명감을 갖고 개성공단 등에 진출한 기업이 폐쇄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의사 전달 구조를 보완하고 대북 진출 절차 간소화와 법적 보호 제도를 갖춰야 한다.

▶남 교수: 개성공단 재개 등 경제협력은 비핵화와 ‘동전의 앞·뒤 문제’여서 북한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할 때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 섣불리 나설 수 없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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