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려달라”는 재계의 호소, 국회는 왜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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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가리지 않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해 기업은 사면초가다.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최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향해 날린 작심발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내몰린 상황에서 정부가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과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없애 시장경제의 건강한 발전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공정경제 3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법안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상법 개정안은 기업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혹은 경영권 위협의 빌미를 제공할 위험이 높다. 그동안 엘리엇을 비롯한 해외자본이 국내 기업과 수차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례에 비춰보면 전혀 허황된 우려가 아니다.

재계가 공정경제 3법 개정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공정경제 3법 개정을 추진하는 목적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마련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해달라는 점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상의 외에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줄기차게 국회에 공정경제 3법 개정의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읍소해왔다. 하지만 여야가 최근 공정경제 3법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함에 따라 재계의 호소는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경총이 최근 전국 5인 이상 673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67.0%,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68.1%에 달했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에서 실적감소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아 규모가 작을수록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증명했다.

국내 일자리에서 중소·영세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3.9%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며 수차례 추경을 편성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의 활로를 닫은 채로는 각종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살려달라”는 호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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