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러시아를 활용하라”

[머니S리포트-열강에 둘러쌓인 한반도의 운명은②] 문제인 정부 '신북방정책'과 푸틴의 '신동방정책' 시너지효과 노려야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편집자주|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 등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수년째 안정적이라고 평가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한국의 경제에 큰 위기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정학(북한) 리스크’라는 불확실성 탓에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한다는 공통된 평가엔 여전히 변화가 없다. 북한 위협을 해소해야 국가 신용도가 향상되고 해외 자본이 관심을 가지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전쟁 70년이자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 남·북의 사정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균형이 미묘하게 유지되며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열강의 영향력을 재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머니S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한반도를 둘러싼 현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진단해 봤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외교는 보약을 먹는 것과 같아요.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미리 먹는 것이지 병이 났을 때 먹는 것이 아니잖아요. 외교도 결정적 순간을 대비하기 위한 예방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적절한’ 관심이 늘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대 러시아 외교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러시아 전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의 대 러시아 외교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한·러 양국이 1990년 9월30일 수교를 맺은 후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음에도 그동안 서로의 관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박 소장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에서 ‘적’으로 교육받은 탓에 러시아로 바뀌었음에도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이어진 것과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 등으로 양국 관계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고착된 남·북 관계를 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한 열쇠로 러시아를 꼽았다. 한·러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여러모로 잘 맞아떨어지는 만큼 미국·중국·일본까지 모두 견제할 수 있는 파트너로 러시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아가 문재인정부의 신북방정책과 푸틴의 신동방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적절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왜 러시아를 주목해야 하는지 박 소장을 만나 들어봤다.



Q. 한-러 수교 30주년을 평가한다면.



A. 러시아는 잘 관리해야 하는 국가다. 그동안 한·러 양국의 교역 규모만을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냉전시대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경영을 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 위상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와의 교역은 수교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고 한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늘고 있다. 1990년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못미쳤던 교역 규모가 2019년 223억달러(약 26조원)로 급증했고 현재 러시아는 한국의 열 번째 교역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수출품목은 일반 소비재에서 자동차·기계류 등으로 변화했고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와 원유 등을 수입하는 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양국의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2013년에는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됐고 2014년 1월부터 양국 국민이 비자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 결과 1990년 3만명 수준이던 상호 방문자 수가 지난해 77만명으로 늘었다. 러시아가 비자를 면제해주는 국가는 손에 꼽는다. 중국과 일본 국민도 러시아에 방문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한다.



Q.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계산하기에 바쁘다.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는 러시아가 남·북 화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지.



A.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소위 ‘안미경중’(安美經中) 방식을 채택해왔다. 이런 분위기에선 미국과 중국에 관심이 계속 쏠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야는 좁아진다. 하지만 안보 분야에선 방위비와 무기구입 등 일종의 서비스 이용료를 꾸준히 내야 한다. 그동안 한국기업이 투자를 이어온 중국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두고 보복을 가했다. 중국에 투자할수록 되려 볼모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제는 해외투자처에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이다. 각국은 거부권이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5개국 모두 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에 있어 러시아도 의견이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는 북·미의 직접협상이 아니면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북한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러시아는 북한이 원한다면 미국 단독이 아니라 다자 형태로 북한의 안전보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사진=장동규 기자



Q.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어떤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A. 강대국끼리는 ‘묵계’(默契·말 없는 가운데 뜻이 서로 맞음)라는 게 있다. 자기 영향권을 건드리지 않으면 가만히 있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상당히 많은 군사력을 배치했다. 언제든 북한 내정에 문제가 생기면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고 미국은 이에 반발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은 전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남·북 화합을 견제하고 적당히 이간질하는 게 전략이다. 만약 남·북이 무력 충돌할 경우 중국 경제를 이끄는 동부 해안도 함께 멈춰야 하기 때문에 중국 역시 타격이 크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네차례나 만났고 그 중 세번은 중국으로 불렀는데 이는 조바심의 반영이란 분석이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국가가 러시아다. 당장 중국의 입김이 세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북한을 세운 건 ‘소련’이다. 러시아도 북한을 자기 영향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의 움직임을 그냥 바라보진 않는다. 러시아와 중국은 4000㎞에 달하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여러모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나라인 만큼 러시아와 관계 유지를 잘 해야 한다. 남·북 문제 해결의 우군이 될 수 있다.



Q. 현재 한·러 사이의 주요 현안은.



A. 한·러 양국의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신북방정책의 9개 협력분야에 포함된 ‘남·북·러’ 삼각협력이 중요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LNG 가스관과 전력망 연결 등은 러시아의 핵심 관심사다. 아·태지역 진출 교두보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면 독립국가연합(CIS)에서도 유행한다. 러시아만 보면 1억5000만명 수준이지만 CIS까지 합하면 3억명 이상의 시장이다.

러시아의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수준은 매우 높다. 반면 소련 붕괴 후 어려움을 겪으며 제조업 기반은 약해졌다. 러시아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응용기술이 만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도 있다.

러시아와 함께하려면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경제 무게를 동쪽으로 옮기려는 러시아와 새로운 것을 찾아 북쪽으로 향하는 한국이 만나는 곳은 연해주다. 이곳의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필수과제다. 러시아는 이곳에 중국인이 과도하게 진출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한국에겐 분명한 기회다. 결국 남·북 관계가 원만해야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이니 어떻게든 관심을 보이고 관계개선을 응원한다. 이제 한국은 ‘경제영토’를 북쪽으로 넓힐 시기가 왔다.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 현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프로필
▲1956년 서울 출생 ▲경기고 ▲고려대 법학과 ▲1985년 외무고시 합격 ▲2016년 말까지 11년동안 4차례 주러시아 대사관 근무 ▲대표 저서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
 

박찬규 star@mt.co.kr  | twitter facebook

바퀴, 날개달린 모든 것을 취재하는 생활사회부 모빌리티팀 박찬규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360.81상승 5.7618:01 10/23
  • 코스닥 : 807.98하락 4.7218:01 10/23
  • 원달러 : 1132.90보합 018:01 10/23
  • 두바이유 : 41.77하락 0.6918:01 10/23
  • 금 : 41.67상승 0.3118:01 10/2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