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공정경제 3법' 드라이브… 재계 '좌불안석'

[머니S리포트-재계 덮친 ‘공정경제 3법’ 공포②] 공정경제 3법 이어 집단소송제 등 규제입법 확대에 경영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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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소위 ‘공정경제 3법’ 개정을 본격화하면서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재계는 공정경제 3법의 신중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치권 반응은 냉담하다. 공정경제 3법을 둘러싼 논란과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당정이 공정경제3법을 비롯한 기업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종덕 기자
정부가 재벌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면서 재계의 한숨이 깊어진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소위 ‘공정거래 3법’ 개정안에 이어 노동법 개정·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다양한 규제 입법이 쓰나미처럼 몰아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화된 상황에서 규제 입법 추진이 강행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돼 성장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주요 경제단체는 연일 국회의 문턱을 넘나들며 신중한 법안 처리를 읍소하고 있지만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짓겠다며 귀를 닫은 모양새다.



잇단 규제에 투자동력 상실 우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목표로 한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 기업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합리화 ▲대기업집단 경제력남용 근절 ▲혁신성장 뒷받침 등 공정경쟁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는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인해 기업의 경영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기업 이사회에 외국금융투기자본과 투기세력의 참여를 허용해 기술과 영업기밀을 노출시킬 위험성이 높다며 투기자본의 이사회 진입 시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 법 집행 체계 개편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 기업집단 규율 법제 개선의 내용을 담았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는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검찰 자체 판단으로도 고발이 가능하다. 공정위 조사와는 별도로 검찰의 개별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보유 지분 기준도 ▲상장회사 20%→30% ▲비상장회사 40%→50%로 높아진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재계는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과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기업의 소송관리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반발한다. 특히 자회사 의무지분율이 강화되면 지분매입 비용이 증가해 기업이 투자 여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연쇄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34개 상출제기업집단 가운데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 가정 시 지분 확보에 약 30조9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 비용을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24만여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한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만큼의 고용창출 효과가 증발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자산 5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비지주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 ▲위험관리 체계 구축과 자본적정성 점검 등 금융그룹 감독방안 마련을 골자로 한다. 이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당국은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개 금융그룹의 위험관리실태와 자본적정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 보험·카드·금융투자업으로 나뉜 업권별 금융감독과 별개로 금융 계열사가 속한 그룹사까지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중규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우려에도 추가 규제 ‘우르르’



더 큰 문제는 공정경제 3법 외에도 재계의 부담을 높이는 입법이 줄줄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당정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해 ▲실업자 ▲해고자 ▲퇴직 공무원과 교원 ▲소방 공무원 ▲대학 교원 ▲5급 이상 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권만을 강화하고 있어 노사관계에서 힘의 불균형과 산업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며 “노사 대등성과 노동시장 경쟁력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도 재계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법무부는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집단소송제도를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분야로 넓히고 위법행위를 한 기업은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가습기 살균제 등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의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손해배상 길을 열어준 것이지만 재계는 블랙컨슈머나 특정 목적을 가진 법률브로커 등이 해당 법안을 악용해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현재도 제조물책임법·자동차관리법 등 분야별 20여 개 법률에서 상거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거래업자 등의 보호는 높은 수준으로 보장한다”며 “해당 제도의 도입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잇달아 규제법안이 쏟아지자 주요 경제단체는 연일 국회를 드나들며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가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처리시기를 연기하거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제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달라는 절박함에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차례로 예방해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기업은 기업대로 생사가 갈리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크다”며 “지금은 한 템포 늦춰서 문제점을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지난 6일 이낙연 대표를 만나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기”라며 법안 처리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당·정은 단호한 입장이다. 이낙연 대표는 경제계의 입장은 충분히 듣겠다면서도 “공정경제 3법의 입법방향을 바꾸거나 시기를 늦추기는 어렵다”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어떤 제도가 수립되고 기업이 그 범위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재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12월9일 종료된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가 26일 끝나면 각 상임위별로 본격적인 법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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