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도 떠난다" 한국은 왜 외국계 보험사의 무덤이 됐나

[한국시장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①] 업황 부진에 국내 영업풍토 부적응… 회계기준 부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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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외국계 보험사가 속속 한국시장을 떠나고 있다. 보험업계 M&A(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외국계 보험사 매각이 진행되거나 앞으로 추진될 것이란 설이 무성하다. 저출산·저금리 기조에 성장동력이 떨어진 한국시장에 더 이상 외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또 갈수록 심해지는 보험업 자본 규제와 대기업이 한국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점도 이들의 철수를 부채질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보험업황에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시장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한국은 5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3만달러를 넘어선 1인당 GDP(국내총생산) 등으로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보험시장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한국은 수입보험료 1745억달러를 거둬들이며 전세계 7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자리했다. 보험상품에 대한 니즈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국민들에게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의 보험시장 규모가 커지자 ▲푸르덴셜 ▲ING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금융기업이 1990년말 이후 한국 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보험사를 매각하며 한국시장에서 손을 터는 분위기다. 한국 보험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들은 왜 떠났나


# 2008년 영국 ‘아비바그룹’은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LIG생명’을 인수해 ‘우리아비바생명’으로 한국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아비바생명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에 의존하는 영업구조 ▲고손해율 상품 대거 판매 ▲노사간 갈등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2014년 아비바그룹은 약 700억원의 헐값에 우리아비바생명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후 우리아비바생명은 DGB금융에 재매각돼 현재 DGB생명이 됐다.

# 1999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알리안츠생명’은 남성설계사를 대거 도입하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2010년부터 3년간 1600억원의 고배당을 진행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다 2012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과거 고금리 저축보험 판매 부담까지 겹치며 2016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결국 회사를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넘겼다.

위 두 사례는 한국시장에서 헐값에 보험사를 매각하고 철수시킨 외국계 기업이다. 이 밖에도 2010년대 이후 네덜란드계 기업 ‘ING생명’은 2013년에 MBK파트너스에, 영국 푸르덴셜계 ‘PCA생명’은 2017년 미래에셋금융에 매각됐다. 올해 9월에는 ‘알짜 생보사’로 자리 잡은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에 흡수됐다. 한국시장에서 나름 족적을 남겼던 외국계 보험사가 몇년 간격을 두고 잇따라 회사를 매각하고 철수한 것이다. 최근에는 프랑스계 ‘악사(AXA)손해보험’이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표=김영찬 기자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보험 업황 때문이다. 보험사는 저마다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애쓰지만 현재 시장환경은 저금리에 저출산까지 겹치며 보험업을 영위하기 더 어려워진 상태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해외 본사에서 낮은 금리에 들여온 달러를 운용해 자산을 불리며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자 사실상 달러 자산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자기자본규제도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이유 중 하나다. 알리안츠그룹은 유럽에 자기자본규제 ‘솔벤시(Solvency)Ⅱ’가 도입되자 결국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감으로 한국법인을 철수시켰다. 변경된 회계기준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했다.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잡히면 회계 관점에선 재무상태가 악화됐다고 평가한다. 수천억원대 자본증자를 하기보다는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한국이 앞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시장을 떠나게 만든 이유가 됐다.



‘국내 영업환경’에 한계 느꼈나


표=김영찬 기자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식 영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보험설계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 이에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보험설계사 판매채널에 차별화를 주는 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보험아줌마’로 대표되는 여성 중심의 설계사 조직을 2030세대의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운 남성설계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또한 고학력 설계사를 대거 유치해 고액 인센티브로 영업력을 끌어올렸다. 당시 외국계 보험사 설계사는 판매수수료가 높고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기준인 계약상품 유지기간이 3개월 정도로 매우 짧게 설정됐다. 당연히 설계사가 외국계 보험사로 몰렸고 실적도 단기간에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무리한 보험판매가 이뤄지며 불완전판매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년 전 분쟁 건수가 가장 많은 생보사 상위권 5개사 중 외국계 생보사는 ▲PCA생명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3개사에 이르렀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이 2006년 판매한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은 5년 만기가 지난 후 원금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이 당국에 대거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은 외국계 보험사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고 규제도 점차 강화됐다. 이후 설계사가 대형 생보사로 이탈하자 외국계 보험사는 영업력이 꺾이기 시작했다.

외국계 보험사가 대기업이 지배하는 국내 금융환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상위권 보험사는 삼성·한화· DB 등 계열사를 대거 거느린 대기업에 속해있다. 이밖에 NH농협·신한·KB 등 공룡 금융지주사 소속 보험사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대기업과 대형금융그룹이 가진 계열사 상호 시너지 효과와 자본력, 브랜드 이미지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 내부 관계자는 “한국 법인에 내정되는 외국인 CEO들 자체가 한국시장에서 뭔가를 이뤄보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편이다. 승진 과정에서의 한 코스로 인식한다”며 “또 외국계 마인드가 강한 관리자층과 한국식 영업방식이 박힌 실무직원은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장 업무에서도 불협화음이 야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더 많은 외국계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에는 미국 ‘시그나그룹’ 본사가 ‘라이나생명’의 매각 주관사를 선정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015년 이후 초회보험료가 감소세인 미국계 ‘메트라이프생명’은 몇년 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돌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2016~2017년 총 1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실시하며 고배당 진행 후 회사를 매각했던 알리안츠생명과 유사한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관측도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가 더이상 국내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푸르덴셜생명이 2조원대 가격에 매각되자 ‘팔릴 수 있을 때 팔자’라는 인식이 확산돼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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