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배터리?…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배터리3사 잘나가지만 ‘실적은 물음표’] 코로나19·초기 투자·완성차 공세에 K-배터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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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직원. /사진=SK이노베이션
배터리는 한국 산업의 주력인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로 불린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K-배터리 3사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나가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밀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넘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 24.6% ▲삼성SDI 6.3% ▲SK이노베이션 4.2%의 점유율로 각각 1위·4위·6위를 점했다. 

한국판 뉴딜을 주창한 정부는 배터리 산업 육성에 의욕을 드러냈고 주식시장에서는 K-배터리 관련 지수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전세계의 친환경 자동차 관심이 더해지며 배터리는 가장 뜨거운 산업으로 우뚝 섰다. 배터리3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90조원을 육박한다. 주가 급등 속도도 엄청나다. LG화학 주가는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의 저점에 비해 186.5%나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138.5%, SK이노베이션은 146.1% 급등했다. LG화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해 오는 12월 전지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정했다. 



코로나19·투자에 등골휘네


 
하지만 K-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로 성장하기엔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키우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는 전지 부문에서 모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LG화학 전지 사업은 영업손실 518억원을 냈다. 지난해 4분기 2496억원 손실을 본 뒤 이어진 적자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영업손실 2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은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영업손실은 1049억원으로 적자 폭이 지난해 대비 180억원 늘었다.

배터리 3사의 올해 2분기 분위기도 무거웠다. SK이노베이션은 영업손실 113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6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고 LG화학이 그나마 1555억원 흑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이전 점유율 확대 전략에 따라 손해를 감수하면서 납품했기에 수익성이 없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점유율 확대보다 필요한 업체에 공급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지고 이익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공장이 셧다운되고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며 무엇보다 기대했던 중대형 전지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이 배터리 업계에게는 뼈아팠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됐다. 삼성SDI의 경우 2분기 중대형전지사업부에서만 690억원가량 영업적자를 냈다. 소형 전지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소형 전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소형 전지 수요 감소의 주범이었다. 

외풍에 흔들리자 기업은 배터리 사업 목표치를 나란히 낮췄다. LG화학은 연간 전망 매출액 15조원 중 10~15%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올해 배터리 부문의 매출 목표 2조원에서 약 10%를 하향 조정했다. 수익을 내는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한 해 미룬 2022년으로 제시했지만 2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시작됐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아직까지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로 나가는 금액이 많아 부침이 특히 크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그래도 ‘배터리’


자동차 배터리셀. /사진=LG화학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미래는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19년 117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147GWh로 26.9배 성장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180조원으로 메모리반도체(17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전기차 지원 정책은 날로 강화되며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전기차 중심의 지원 정책을 전격 발표했고 2025년 친환경차(클린카) 생산량 연 100만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은 전기차 지원 정책을 내놓고 보조금을 최대 50% 확대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지원정책 확대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은 상반기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뒤 테슬라의 ‘연간 전기차 생산량 2000만대’ 목표가 실현될 경우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수요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전기차 내수시장 회복세와 맞물리면서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긍정적 신호가 감지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 부문은 3분기 각각 1470억원과 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에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방향성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회사는 올해 20GWh, 2025년 100GWh로 생산 능력을 늘린다는 가장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등 경쟁국 배터리 업체의 추격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 기업이 배터리 점유율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배터리 업체에 완성차 업체가 가세하며 배터리 시장이 그야말로 무한경쟁으로 가고 있다”며 “전기차 내수시장이 점차 회복되고 있고 기술력이 뒤처진다고 생각했던 중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간극을 좁히고 있어 기술력·원가 절감·안정적 조달을 중심으로 한 전략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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