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키운 풍력시장, 외산 독무대 될라… "韓기업 키워야"

[머니S리포트-그린뉴딜 바람 탄 풍력발전①] 지난해 국내 풍력발전기 국산 신규설치 사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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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그린뉴딜 핵심사업으로 풍력발전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점차 늘어나는 국내 풍력발전시장의 자리를 국산 제품이 아닌 외산 제품이 채우고 있어서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글로벌시장에서 유럽과 미국의 선두업체와 경쟁하려면 한국기업이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과감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풍력시장의 현황과 국내 시장의 문제점을 짚고 미래 풍력시장의 주역이 될 한국기업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소개한다.
지난 7월17일 전북 부안군 위도 근처의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국내 풍력발전시장에 외산 바람이 거세다.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축으로 풍력발전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현재 설치를 완료했거나 신규로 설치되는 풍력발전시설엔 국산 발전기가 아닌 외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에 16.5기가와트(GW) 풍력발전 설비가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이대론 국내 기업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공들여 키우는 국내 풍력시장이 외산 제품의 독무대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보다 강력한 우대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화 뒤처진 한국 풍력시장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G)가 지난 8월 발표한 ‘2019 세계 풍력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풍력발전 누적 용량은 651GW로 상승했다. 2019년 한해 신규설비 용량은 60.4GW로 전년대비 18% 증가했으며 2015년 63.8GW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성과가 좋았다. 신규설비 가운데 육상풍력 규모가 54.2GW이며 해상풍력은 6.2GW였다.

육상시장에선 중국이 23.8GW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9.1GW ▲인도 2.4GW ▲스페인 2.3GW ▲스웨덴 1.6GW 등이 뒤를 이었다. 해상시장에서도 중국이 전체의 37%에 해당하는 2.3GW를 설치하며 1위에 올랐고 ▲영국 1.8GW ▲독일 1.1GW 등이 추격하고 있다.

GWEC는 올 한해 전세계시장에 신규풍력발전 설비 76GW가 설치되고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70GW씩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해상풍력의 경우 매년 19.5%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풍력발전시설 건립비용이 육상은 1메가와트(MW)당 25억원이고 해상은 50억원임을 감안할 때 매년 200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성장성이 큰 미래먹거리지만 한국의 풍력발전시장 경쟁력은 현재로선 크게 뒤쳐진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국내 풍력발전의 보급실적은 20여년간 1.49GW에 불과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이 0.2%에 그쳐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정부는 2018년 ‘재생에너지 3020’을 통해 2030년까지 풍력발전설비 규모를 17.7GW로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입지규제와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인해 2018년 보급 규모는 목표 대비 84% 수준인 168MW, 지난해에는 목표 대비 20%인 150MW에 그치는 등 원활한 보급·확산이 지체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설치가 진행된 풍력시설에 국산이 아닌 외산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 설치된 풍력시설은 총 191MW이지만 국산 발전기가 설치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모든 신규설비에 100% 외산 발전기가 사용된 것이다. 이 때문에 2018년 51.9% 누적 점유율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외산을 넘어섰던 국산 발전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다시 45.3%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외산 발전기의 점유율은 2018년 48.1%에서 지난해 54.7%로 크게 늘었다.



국산제품 사용 대폭 늘려야


현재 국내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한 업체는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로 누적실적 기준 35%를 차지하고 있다. 2~3위인 한국의 유니슨(17%)과 두산중공업(10.6%)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조국 한국풍력산업협회 팀장은 “국산과 외산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사업자 의향이지만 기본적으로 국산 제품이 많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풍력발전산업은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이고 해상풍력의 경우 초기 연구개발(R&D)시장이나 다름없어 상대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설치 경험과 실적이 더 많은 외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의 대량생산체제가 구축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해외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 베스타스의 경우 풍력발전기 연간 생산능력이 3300여대인 반면 유니슨은 20~30대, 두산중공업은 10~2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산 제품 우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풍력발전 육성 계획으로 성장 모멘텀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국내 제조사를 위한 시장이 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국내 풍력시장을 키운다면서 정작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외국 기업만 배를 불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글로벌 선두 기업도 과거 자국 시장에서 대규모 안정적인 물량을 바탕으로 수주실적을 쌓아 성장기반을 갖췄다. 베스타스와 지멘스 등은 2009년 유럽에 공급된 풍력시설 8.6GW 가운데 95%의 물량을 가져간 바 있다.

이석호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내수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풍력산업의 경우 복잡한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해결한 후 좋은 환경을 갖춘 부지나 해상 공간을 개발해 사업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은 주민 수용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대상이나 보상비율 등을 규정하는 행정 절차가 있지만 한국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주민 수용성 문제로 몇 년씩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메가와트(㎿) : 가구당 한달 평균 소비 전력량이 대략 300킬로와트시(㎾h). 순시 소비전력은 300kWh/(30일X24시간)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평균소비전력은 420와트(W)정도. 따라서 1㎿는 2381가구(1㎿/420W)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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