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유찰 인천공항 면세점… 신세계와 수의계약?

임대료 인하에도 6개 구역 모두 유찰… 올해 안에 주인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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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세 차례 연속 유찰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세 차례 연속 유찰됐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 2018년 5월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두산그룹에서도 총수 일가인 박서원 전무가 참석했다. 회사를 이끄는 수장들이 총출동한 이유는 직접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기 위해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입찰은 그만큼 치열했다.

# 2020년 2월·9월·10월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에서 세 차례 연속 유찰이 발생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면세수장들이 직접 나서 경쟁 PT를 펼치던 바로 그 자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할퀴고 간 자리엔 굴욕만 남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이 찬밥 신세가 됐다. 코로나19로 면세업계 매출이 급감하고 온라인 면세점 비중이 늘어나는 등 업황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던 공항 면세점이 더이상 과거와 같은 영화를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료 인하에도… 유찰 또 유찰 



인천공항 T1 제4기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T1 ▲DF2 향수·화장품 ▲DF3 주류·담배·식품 ▲DF4 주류·담배·식품 ▲DF6 패션·기타 등 대기업 사업권 4개와 중소·중견기업 DF8·9 등 6개 구역 사업권이 모두 유찰됐다.

지난 13일이 입찰 마감일이었으나 이미 그 전에 유찰이 점쳐졌다. 입찰 전날까지 내야 하는 참가 신청서를 두 업체만 제출하면서다. 대기업 사업권에는 신세계면세점, 중소·중견기업은 그랜드면세점만 참여했다. 결국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해당 사업권 입찰이 유찰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공사는 지난 2월 총 8개 구역에 신규 입찰 공고를 냈지만 6곳이 유찰됐다. 입찰 업체 수가 미달되거나 낙찰되고도 코로나19 여파를 이유로 우선 협상권을 포기한 업체들이 있어서다.

이에 공사는 입찰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존엔 고정임대료를 받았으나 면세업계 경영난이 심화된 점을 고려해 공항 이용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8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매출 연동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건으로 진행된 2차 입찰 역시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세계 1위’ 상징성·수익성 사라졌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실적이 나빠진 데다 전망도 불투명해 입찰을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3’는 일제히 올 상반기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롯데 753억원 ▲신라 964억원 ▲신세계 694억원 등에 달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자체도 꺾였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인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면세점 매출은 2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규모는 매달 2200억~23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 1165억원으로 줄더니 3~4월 500억원대, 5~6월 2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면세점 비중이 늘면서 공항 면세점의 위상이 떨어졌다. 롯데면세점 모바일앱(왼쪽) 신라면세점 모바일앱. /사진=각사 모바일앱 캡처
온라인 면세점 비중이 늘면서 공항 면세점의 위상이 떨어졌다. 롯데면세점 모바일앱(왼쪽) 신라면세점 모바일앱. /사진=각사 모바일앱 캡처


인천공항 면세점의 가치가 이전만 못하다는 점도 업계가 돌아선 원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전 세계 1위라는 상징성, 홍보 효과에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등 이점이 있던 곳이다. 입점만으로도 면세점의 바잉파워(구매 협상력)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연 1조원이라는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입찰에 사활을 걸었다. 공사 측이 제시한 입찰가보다 2배 많은 낙찰가(임대료)를 제시하는가 하면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나서 입찰 PT에 참여하는 등 의욕적으로 나서왔다.

하지만 내국인 고객은 주로 온라인(인터넷) 면세점을 찾고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등 외국인 고객은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면서 공항면세점의 매력 자체가 전보다 떨어졌다. 업계에선 이미 온라인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바뀐 지 꽤 오래 지났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즈음부터 인터넷 면세점 비중이 공항 면세점을 넘어섰다”며 “매출 비중은 ▲시내 면세점 50% ▲인터넷 면세점 30% ▲공항면세점 20% 정도”라고 설명했다.

면세산업의 구조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그동안 업계는 공항 면세점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시내 면세점에서 낸 이익으로 이를 메우곤 했다. 하지만 특허 남발과 업계 간 출혈 경쟁으로 시내 면세점 수익성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수의계약 가나… 업계 눈치싸움 시작 



세 차례 유찰되면서 공사는 수의계약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계약법상 국가 상업시설은 똑같은 입찰 조건에서 두 차례 연속 유찰될 경우 상대를 임의 지정하는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수의계약 시엔 협상을 통해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입찰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 선정을 둘러싼 업계와 공사 측의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사 측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위기다. 당초 공사는 면세업계에 수의계약 진행 시 3차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을 대상으로만 수의계약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유찰이 발생하자 누구나 수의계약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실행 여부는 미정”이라며 “이번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힌 면세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수의계약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천공항 면세점이 올해 안에 주인을 찾긴 어려울 거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물 건너 갔고 내년에 사업자 선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공항공사가 당장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사장 자리가 공석이라 의사결정을 빨리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면세 사업자들이 내년 2월까지 계약을 연장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또 다시 재연장을 할 수도 있다”며 “면세점 입장에서도 매출 연동제로 재연장을 하자고 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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