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자치사무 국감 그만해야" 이재명 발언,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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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국정감사 당일인 지난 19일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를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며 "법에도 감사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예산이 지원하는 사업에 한정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수십 년 간 위법임을 알면서도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가 반복되어왔다"면서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2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송석준(이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심 지역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많다. 그런데 근거없는 지자체 감사를 중단해야 한다, 내년부터 국감 중단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기대에 동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은혜(성남분당갑) 의원 역시 이 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비서실 크기 변동 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 이 지사가 "자치사무에 관한 것이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지나치게 자치사무에 관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답하자 "아버지 없는 아들이 어디 있나. 국가가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것이다. 지자체가 국감을 안 받는다는 생각부터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방정부 역시 각 지역 주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중앙정부와 독립된 법인이다.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는 명확하게 구분돼있다. 이 때문에 국감 관련 법상 지자체에 대해선 국가 위임 사무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무에 대해서만 감사하라고 돼있다"며 "그런데도 오랜 시간 구분하지 않고 협조적 차원에서 지금까지 감사를 받아왔다. 그러다보니 적정선을 좀 넘어서는 경우도 없지 않다. 저희가 협조할 수는 있는데 100% 응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적정하게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국회인데, 법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국감법상 광역지자체는 대상…단, 국가 위임사무·예산 지원 사업에 한정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을 보면, 국회의 지자체 감사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갭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을 보면, 국회의 지자체 감사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갭처.
논란이 된 이 지사의 "국회는 '국정' 감사 권한이 있을 뿐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감사권한이 없다"의 발언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사의 말은 절반만 맞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법) 제7조 2항은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를 국정감사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즉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는 국감 대상인 것이다.

국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은 각 상임위원회 의결로 일정이 정해지는데, 통상 행정안전위원회가 2년에 한 번 국감을 실시하는게 일반적이다. 다만,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도 지자체 국감을 할 수 있으며, 전년도 국감이 열렸더라도 올해 또 개최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나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보다 사업이 많아 매년 여러 상임위 국감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단 국감법 7조2항 후반부는 국회의 지자체 대상 국감 범위에 제한을 뒀다.

그 감사 범위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지자체가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국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즉, 지자체의 예산으로 이뤄지는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국회가 국정감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자료 제출 요구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자치사무에 대해 국회가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법 조문에 따르면 사실이다.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자치사무 범위는 ▲지자체의 구역·조직·행정 관리 등에 관한 사무 ▲주민복지 관련 사무 ▲농림·상공업 등 산업 진흥에 관한 사무 ▲지역개발과 주민 생활환경시설 설치·관리에 관한 사무 등 다양하다.

대신, 국정감사 대상이 아닌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각 지방의회가 매년 감사를 진행한다

지방자치법 제41조는 "지방의회는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시·도에서는 14일 범위에서,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9일 범위에서 감사를 실시한다"고 명시, 지방의회의 행정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현실에서는 이러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공무원노조가 매년 국회의 '폭탄' 수준의 자료 요구를 규탄하며 국가 주요 사안에 집중해 국감을 실시하라고 목소리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이 지사도 SNS 글에서 "며칠째 경기도 공무원들은 물론 시군 공무원들까지 요구자료 수천 건을 준비하느라 잠도 못 자고 있다"고 적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글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글 갈무리.
이원희 한국행정학회장(한경대 교수)는 "선출 지자체장들이 정당 출신이다 보니 흠집내기식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자치와 분권 정신에 맞게 국회의원은 국가적인 것에 집중해 정책감사를 하고 자치사무는 지방의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지방 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자체 스스로 재정 독립성을 강화하고, 국회는 지자체에 대한 '중복 감사'(지방의회의 영역과 중첩되는 감사)를 피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영주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사무지만 예산 지원받는 부분이 많아 (지자체 사무 중에) 상당수 국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자체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하고, 국회 역시 제도를 개혁해 국정감사 대신 필요할 때만 특정 사안을 조사하는 국정조사 권한만 갖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 지사는 국감을 앞둔 지난 18일 SNS를 통해 "권한도 없이 독립된 자치지방정부의 자치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 자료로 요구한다.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 살림 간섭도 모자라 손자며느리 부엌 조사까지 요구하는 격이다. 분가시켰으면 이제 좀 놓아주면 안되겠나"라며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19 대응으로 파김치가 돼버린 공무원들이 오늘, 내일 밤 무슨 일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내년부턴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법과 원칙이 준수되는 원칙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국감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겠다. 헌법재판소가 법적 근거 없는 국감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지 궁금하기도 하다"면서 국감 거부를 시사하기도 했다.
 

경기=김동우
경기=김동우 bosun1997@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경기인천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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