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얼마나 심하길래?] 대출 조이니 전세금 올려 ‘갭투자’ 했나?

[이슈포커스] ②정부당국보다 똑똑한 투기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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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해결을 위한 추가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전세난 해결을 위한 추가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사진은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사진=뉴시스 김명원 기자
전세난이 진정되지 않자 정부는 결국 세입자 보호를 위한 추가대책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슬그머니 뒤로 빠진 채 부동산정책의 전면에 나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전세난의 당사자가 됐다. 정부와 시장 안팎에선 전세난 타개책으로 ▲전·월세 전환율 추가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표준 임대료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대책으론 지금의 시장 상황을 정상화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투자’라는 허울 속에 감춰진 투기세력의 ‘수’가 정부 당국자보다 훨씬 높아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세보증금을 올려 ‘갭투자’를 유지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연동할 수밖에 없다. 전세난이라고 전세시장만 들여다보는 1차원적 해법으론 투기세력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정부가 24차례에 달하는 대책을 내놓고도 헤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남기씨’ 된 부총리


10월1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김은혜 의원(국민의힘·경기 성남분당갑)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의 직접 거주와 퇴거를 통보받은 세입자 A씨 사례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A씨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장관이 “새집을 알아보셔야 할 것 같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즉각 “서울 마포에 사는 홍남기씨 사연이었다”고 했고 김 장관이 다시 “그런 것 같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세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홍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로의 출·퇴근 시간을 감안해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이 직접 거주 의사를 통보해 내년 1월까지 다른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서울 서초갑)이 전셋집을 구했는지 묻는 질의에 “아직 못 구했다”고 했다.

홍 부총리에게 난감한 상황은 또 발생했다. 지난 8월 초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시 내손동 아파트 매매계약을 9억2000만원에 체결했지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매수인이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세입자는 당초 재계약을 안 하기로 합의했다가 전셋값이 급등해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하지 못하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홍 부총리는 계속되는 전세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감에 앞서 10월14일 주재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세 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면밀히 점검·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대책을 시사한 말이다.
계속되는 전세난에 홍남기 부총리가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먹구름이 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계속되는 전세난에 홍남기 부총리가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먹구름이 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전세난 해결할 카드는


전세난 해법 방안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건 ‘전·월세 전환율’ 추가 인하다. 전·월세 전환율은 계약갱신 과정에서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비율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현재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있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금을 받아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힘든 만큼 월세 선호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종전 4.0%였던 전·월세 법정 전환율은 2.5%로 인하했다. 강력한 세입자 보호대책을 내놨음에도 전세금이 올라 세입자의 고통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세가 준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월세를 조금이나마 낮춰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세입자가 전세만 선호하는 현상도 진정시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란 판단이다.

‘표준 임대료’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도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월세 소득공제는 현재도 시행 중인 정책이다. 연소득이 5500만~70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월세의 10%를 공제받을 수 있다. 무주택자여야 하고 연간 지급한 월세가 75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대 750만원까지 공제받는다. 이를 확대할 경우 월세 부담이 줄고 전세수요를 일정 부분 감소시켜 전세난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표준 임대료의 경우 집주인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가 적정 임대료 수준을 정해주는 것이어서 논란도 많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 소득공제 확대는 무주택자가 월세로 지출하는 비용을 줄여 전세 선호 현상을 다소 진정시킬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전·월세 전환율 인하는 재계약 때 전세를 월세로 변경하려는 집주인에게 적용하는 규제여서 신규계약을 찾는 세입자에게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표준 임대료의 경우는 임대주택 공급량을 더욱 줄어들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미래주거추진단’을 꾸리고 전세난 해법 찾기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자문을 받고 전세난 문제와 공급대책, 1가구 세제 혜택 등 부동산 현안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창성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김창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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