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발 떨어진 '중국몽'에… 빈 점포만 남았다

[머니S리포트-로드숍 가맹점주의 눈물②] 'K-뷰티 신화' 만든 로드숍… 왜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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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K-뷰티 신화를 이끌었던 로드숍(거리매장) 생태계가 흔들린다. 화장품 업계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중심을 옮겼고 반대급부로 가맹점주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2000년대 초 전성기를 함께 누렸던 본사와 가맹점주가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와 실태를 짚어보고 상생 방안을 모색해본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 골목의 상점들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 골목의 상점들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미샤·네이처리퍼블릭·더페이스샵·스킨푸드…. 2000년대 초반 1세대 뷰티 로드숍의 출발은 야심찼다. 거품을 뺀 가성비 좋은 중저가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의 마음까지 빼앗았다. 서울 명동과 강남역 등 번화가에서도 임대료가 가장 비싸다는 1층 상가에 어김없이 로드숍 브랜드가 자리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위기는 로드숍 운명을 바꿔버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브랜드숍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날개가 꺾이기 시작했다. 뷰티 트렌드가 올리브영과 같은 H&B(헬스앤뷰티)스토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쓴맛을 봤다.

매장을 축소하고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하는 등 자구책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 여기에 온라인으로 구매 트렌드가 이동하면서 기세는 더 빠르게 전환됐다. 주요 상권을 장악하던 로드숍은 하나둘 간판을 내렸다.



기형적으로 늘어난 브랜드… 부메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미샤·더페이스샵·스킨푸드·이니스프리·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 등 로드숍 매장 수는 2016년 4834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4775개로 줄었다. 2018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4300여개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엔 500개 정도 줄어 4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감소세가 더 빨라지는 추세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 매장은 지난해 말 598개에서 551개(10월21일 기준)로 줄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도 같은 기간 550개에서 482개로 감소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은 521개에서 470개로, 토니모리는 517개에서 487개로 각각 줄었다.

로드숍 사업 호황을 주도했던 아모레퍼시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이오페·마몽드·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모아둔 아리따움 로드숍 매장은 한때 1186개(2018년 말 기준)에 달했지만 현재 880개로 줄었다. 역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매장은 750개에서 546개로 감소했고 에뛰드 매장은 321개에서 170개만 남았다.

로드숍은 어쩌다 이렇게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외부요인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위기가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드 여파로 주 고객층이던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

화장발 떨어진 '중국몽'에… 빈 점포만 남았다
내부적으론 무엇보다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에 의존해야 하는 로드숍의 태생적 한계가 성장을 방해한 요인으로 꼽힌다. 로드숍 붐을 타고 유행에 편승해 기형적으로 급조돼 생겨난 브랜드와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는 지적이다.

매출이 줄어들수록 소비자의 무관심은 더 심해졌다. 로드숍은 뒤늦게 할인 이벤트로 등 돌린 국내 소비자들 마음 잡기에 나섰지만 매 시즌 신제품으로 무장한 고급 브랜드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신제품과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개발 없이 유행 따라 잘 팔린 제품의 미투 제품으로만 범람했던 로드숍 특성이 결국 시장을 전부 죽이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컸던 업계 특성상 별다른 생존법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급격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며 “그동안의 성장 자체가 실제 역량보단 트렌드를 잘 만난 운이 컸던 만큼 재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실적… 온라인 밀려 점유율도 ‘뚝’



이런 구조는 로드숍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811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적도 급감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 1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매출액은 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도 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출도 40% 감소한 88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에뛰드 또한 전체 매출이 35% 줄었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온라인에 밀려 시장 점유율 역시 급격히 하락했다. 온라인 구매가 늘고 인디 브랜드가 득세한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2986억원으로 전년 9조8404억원 대비 25%가량 급증하면서 침체에 빠진 로드숍과 대조됐다. 내수시장에서 로드숍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로드숍 브랜드 본사 관계자는 “소비 구조가 온라인으로 가고 있으니 본사 입장에서도 온라인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적자가 수백억씩 쌓이는 데 온라인 판매라도 안 하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가맹점을 끌고 갈 수가 없는 악순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본사가 온라인 판매를 중단한다고 해서 가맹점 위기가 나아지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회사 입장에선 너무 힘들어 가맹점에게 폐점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구조적 한계… 로드숍 매물 M&A 등장설도



전문가들은 로드숍 브랜드의 위기는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갖춘 편집숍이 등장하고 인플루언서 등을 중심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업이 확대되면서 로드숍이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 로드숍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샤 창업주인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2017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한 바 있다.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로 유명세를 떨친 스킨푸드 역시 보유한 해외사업권 중 일부를 매각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여간 국내 로드숍 브랜드가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중국인 착시 효과로 오히려 활황처럼 비춰진 경향이 더 크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에게 테스트용 매장이 돼버린 지 오래됐고 그들의 쇠퇴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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