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반도체 '일편단심'… "인텔안고 날겠다"

[CEO In&Out] 최태원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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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SK그룹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 인수 여부를 두고서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SK 계열사 경영 실적이 악화된 상황. 선택 한 번으로 자칫 그룹 전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매년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자금도 부담. 더구나 반도체는 석유와 통신사업 등이 주력인 SK그룹 사업구조와 거리가 멀었다. SK 경영진은 대부분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나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믿어달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마지막까지 임원진을 설득했다. 하이닉스 매각 본입찰 마감일. SK그룹이 장고 끝에 하이닉스 본입찰서를 제출한 시각은 마감 7분전이었다. SK그룹은 3조4000억원에 하이닉스를 품에 안았다. 하이닉스가 SK그룹 내 최대 계열사로 급성장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시 한 번 ‘통큰 베팅’을 단행했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미국 인텔 사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 인수에 나서면서다. 인수금액만 무려 10조원. 이 빅딜로 SK하이닉스는 단숨에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이나 S램과 달리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시메모리) 부문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했다.



고질적 약점 극복… 세계 2위로 ‘우뚝’




SK하이닉스는 10월20일 공정 공시를 통해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90억달러(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국내 인수합병(M&A)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에는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 80억달러가 최고가였다. 양사는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어 2025년 3월까지 인수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점유율 2위로 점프한다. 최 회장이 통큰 베팅에 나선 것도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D램(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에만 정보가 저장되는 휘발성 메모리)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 비중은 약했다. 점유율 역시 낮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분야 점유율은 11.4%. ▲삼성전자 33.8% ▲웨스턴디지털 17.3% ▲웨스턴디지털 15.0% ▲인텔 11.5% 등에 이어 5위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 낸드 점유율은 22.9%로 두 배 뛰어오른다. 낸드 부문에서도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이 SK하이닉스의 낸드 경쟁력 강화 전략과 인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한다. 최 회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1년 넘게 공들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비중(75%)에 비해 낮은 낸드플래시 비중(24%) 등 불균형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SK하이닉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최태원의 반도체 '일편단심'… "인텔안고 날겠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인텔의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부 전체를 인수한다. 여기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인텔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인텔의 주력 사업은 중앙처리장치(CPU)로 비메모리 반도체다. 인텔은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장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악화와 미·중 갈등 여파 등으로 고민이 깊었다.
이번 매각으로 인텔의 사업구조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급격하게 쏠리지만 이번에 SK하이닉스에 넘기지 않은 옵테인 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 입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석권하고 있는 낸드 플래시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옵테인에 집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싶은 인텔과 낸드 사업을 강화하고 싶은 SK하이닉스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인수가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경반도체’에서 30년 만에 이룬 꿈… 다음은?




무엇보다 이번 빅딜은 최 회장의 반도체 사업 육성 의지가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10조3000억원이라는 자금이 총수의 용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 회장이 2012년 2월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한 후 반도체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공격경영을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2015년 4800억원을 투자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사들였고 2017년 약 1조원에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2018년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본 도시바 메모리(현 키옥시아)의 지분 49.9%을 4조원 가량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만큼 최 회장이 반도체를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워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에 대한 최 회장의 관심이 각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반도체 사업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염원이기도 했기 때문. SK는 선경 시절인 1978년 선경반도체를 만들며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가 오일쇼크로 3년 만에 사업을 접은 적이 있다. SK하이닉스 인수로 30여년 만에 선대 회장의 ‘반도체 꿈’을 이룬 SK그룹이 다시 10년 뒤 글로벌 업체의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로 비상할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2년 전부터 낸드 사업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텔 낸드 사업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반도체에 대한 최 회장의 야심과 승부사적 기질이 이번에도 발휘된 것인데 결국엔 세계 1위 삼성을 뛰어넘겠다는 야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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