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복수] 미 대선주자 ‘현금살포’, 한국 부채시계 어디로?

[머니S리포트①] 채권금리 상승·저금리 부작용… 3100조원 유동성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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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실물경제가 악화되고 개인과 기업의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금리정책의 결과는 31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기치 못한 저금리 역풍에 고개를 드는 가계부채의 부작용을 진단해봤다.
현 트럼프 정부는 ‘약달러’ 기조를, 연방준비제도(Fed)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현 트럼프 정부는 ‘약달러’ 기조를, 연방준비제도(Fed)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11월3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경제·정치·외교 등 전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부문에선 미국의 통화·재정정책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현 트럼프 정부는 ‘약달러’ 기조를, 연방준비제도(Fed)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미 달러 약세에 원화 강세로 돌아섰고 한국의 기준금리는 넉달째 동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저금리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해지면서 시중 유동성은 3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 증가는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발 ‘유동성 파티’가 미 대선 이후 극대화될지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현금살포’ 긴축 사이클 앞당기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의 통화·재정정책 공약은 흐름을 같이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완화’, 조 바이든 후보는 ‘재정확대’를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동안 ‘강달러’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하며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지난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했을 때 ‘좋은 뉴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일본·스위스·덴마크처럼 미국도 마이너스금리를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디자인=김은옥 기자
바이든 후보 역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저금리 정책을 지지한다. 최근 CNN에서 바이든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정부에서 지명된 벤 버냉키를 재지명한 사례를 들어 파월 의장의 재선임에 무게를 실었다.

두 후보의 저금리 공약은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정책을 뒷받침한다. 앞서 미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후 네 차례에 걸쳐 총 2조8000억달러(3170조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번째 경기부양책으로 1조8000억달러(2040조원), 바이든은 2조2000억달러(2490조원)의 예산 집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연준의 제로금리 질주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재정투입은 실물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앞당겨 연준의 긴축 사이클을 촉발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바이든이 슈퍼 부양책을 실시하려면 공격적으로 국채를 발행해 채권값이 하락하고 채권금리가 올라간다. 이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가 조달하는 금리의 인상을 부추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되레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미국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 사이에선 연준의 금리 상승을 겨냥한 베팅이 늘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투자자는 채권값 하락에 앞서 장기 국채를 팔아치우는 추세다. 10월21일 뉴욕시장에서 미국 국채30년물 수익률은 0.336%포인트 오른 1.5922%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121%포인트 하락한 0.1451%, 국채5년물은 보합인 0.3329%를 각각 나타냈다.

한국도 ‘실효하한’까지 내려간 기준금리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0월 1.25%에서 ▲3월 0.75% ▲5월 0.50%로 두 차례 인하했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진작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부양효과보다 자산버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가 현 성장 수준을 이어간다는 전제 하에 기준금리는 내년 초까지 동결한 후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는 미 대선 후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전망에 약세를 보인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Blue wave) 가능성이 높아져 달러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10월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6원 내린 1139.4원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 114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19일(1136.9원)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같은 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가리키는 달러인덱스(DXY)는 96.4에 하락 마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시장은 바이든의 당선 기대 속에 원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위안화가 강해지면 원화는 주요국 통화와 유사한 속도로 달러 대비 점진적인 절상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주식에 뭉칫돈, ‘유동성 함정’ 우려


저금리 기조에 대규모 유동성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단기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채를 키워 기업과 가계가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광의의 통화량(M2)은 전년대비 9.5% 증가해 3100조3734억원(평잔)을 기록했다. M2는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머니마켓펀드(MMF)·2년미만 정기 예·적금 등을 포함한 광의의 통화지표로 쓰인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디자인=김은옥 기자

8월 중 M2는 전월보다 9조8000억원(0.3%)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8조8000억원)과 요구불예금(7조8000억원) 등 결제성 예금이 주로 늘었다. 저금리 환경에 돈을 굴리기보다 손에 쥐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 나타내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5.5회로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사이 가계부채는 16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000억원이다. 주택매매 거래가 늘고 전세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확대했고 기타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투자 열풍 속에 2분기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7조9000억원 늘었다.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수천조원의 돈이 부동산과 주식에 몰려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돈맥경화’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에 자금순환이 느려질수록 경제 회복속도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 저물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피가 돌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듯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실물경제 회복이 주춤한 상황에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과열 등 금융 불균형은 한국경제에 잠재적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경제회복 타이밍을 놓쳐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는 복수의 칼이 될 것”이라며 “실물경제에 돈이 흘러가기 위해 기업이 새로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 적극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남의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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