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개방형혁신, 마냥 좋은 게 아니다?

자금회전율 개선에 바이오벤처 투자도 ‥ 많아지는 파트너사에 분쟁 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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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 국내 A제약사는 기존 사업인 제네릭(복제약)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약개발에 몰두했다. 산학연구소에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수년간 연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활용했고 임상시험을 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생산할 때는 위탁개발생산업체(CMO)를 이용했다. 그 결과 A사는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미국 임상2상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다국적 B제약사가 A사의 항암신약에 관심을 보이며 기술수출에 계약금 1000만달러와 매출의 10%에 달하는 로열티(경상기술료)를 제시했다. A사는 지금까지 투자한 기간과 비용을 생각하니 계약금이 너무 낮아 보이고 B사가 모든 과실을 가져가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조금만 더 개발하면 다른 제약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 같은데….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독차지하면 어떨까 상상도 한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이제 A사와 비슷한 사례는 업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른바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기존에는 연구·허가·시판 등 신약개발 전(全) 과정을 한 기업이 단독 진행하는 ‘폐쇄형 혁신’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대학과 산학연구소·임상시험수탁기관·위탁개발생산업체·다국적제약사 등 관련업체와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이 대세가 됐다.



타사와 협력, 신약개발 성공률 3배 높아



개방형 혁신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다국적제약사 281곳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분석했더니 폐쇄형 모델의 신약 성공률은 11%인 반면 개방형 혁신은 34%로 드러났다.

기술수출 계약금으로 자금회전율을 개선하고 기술력이 좋은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수도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면 단기간에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공동개발, 기술수출 등 개방형혁신 사례가 잇따라 나온다. 개방형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유한양행. 2018년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은 2015년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에 판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는 바이오기업 ‘제넥신’의 약효지속기술인 ‘HyFc’가 접목됐다. 유한양행의 2019년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다국적제약사와 계약한 기술수출 규모는 연매출과 맞먹는다. 


임상과정. /사진=김은옥 머니S 기자
임상과정. /사진=김은옥 머니S 기자



별 문제 없어도… 개발 중단 시 타격 커



일각에서는 아무리 개방형 혁신이 트렌드라고 해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기술수출한 약물이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큰 문제가 없어도 파트너사가 사업전략상 개발을 중단하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계약금이 크지 않으면 기술수출 약물을 반환하는 데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업계 측 설명.

한미약품의 경우 2015년부터 성사된 기술수출 6건 중 5건이 연달아 해지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2016년 폐암 표적치료제 ‘올리타’ 권리를 반환한 데 이어 지난 5월 사노피아벤티스가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을 포기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한미약품의 3분기 영업이익을 마이너스(-)266억원으로 예상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으로 잔여 연구개발 비용이 인식되면서 3분기에는 연구개발비만 1000억원 이상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수출한 약물이 최종적으로 모든 임상을 통과해 시판되더라도 수익의 대부분은 파트너사가 챙길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방형 혁신으로 늘어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다 고려할 수 없는 데다 파트너사와의 분쟁 등 폐쇄형 혁신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국적제약사의 전문성에만 계속 의존해서는 내부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도 한계점”이라고 꼬집었다.
 

한아름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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