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으로 '정신병동' 갇힌 13세 소녀, 살기 위해 써내려간 글

[신간] 거식증 일기

 
 
기사공유
  • 카카오톡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공유
  • url 공유
발레리 발레르.(© G. Mermet, 아도니스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금도 버스를 타고 그 병원의 담장 앞을 지나가면, 그 담벼락들이 내 피부를 할퀴며 상처를 입히는 것만 같습니다. 또 공원이라도 가면, 그곳에 있는 철책이 내 얼굴을 향해 뛰어올라 덤벼드는 것만 같습니다.…(중략)…그곳, 27호 병실에, 나의 거부 그리고 살아야 한다는 고통과 함께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961년 프랑스 파리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 그러나 부모의 불화로 무너진 가정에서 자란 아이. 무관심과 가정불화에 방치되면서 충격으로 불과 13세 나이에 거식증에 걸린 아이. 제대로 된 치료 대신 부모와 의사에 의해 '아동정신병동'에 4개월간 강제 입원된 아이. 무지와, 억압, 부조리의 현장에 있던 아이는 2년 뒤 이 경험을, 분노를 글에 담았다. 발레리 발레르의 책 '거식증 일기'가 그것이다.

© 뉴스1

그의 나이는 고작 15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악몽을 3주에 걸쳐 글로 써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성 '사마마' 대신 용맹을 뜻하는 '발레르'를 새로운 이름으로 삼고 책을 펴냈다. 그의 책은 온 프랑스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언론, 정신의학계는 물론이고 그의 고통에 공감한 청소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르몽드지에 서평을 쓴 작가 크리스티안 로슈포르는 "이 책에 빠져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글이 한없이 끌어당겼기 때문"이라며 "이 영민한 아이가, 고작 열다섯 살짜리 아이가 죽음을 무릅쓴 용기를 내어 철옹성 같은 침묵을 깨고, 자신을 다 드러내 분명하게 스스로를 표현한, 우리 어른들을 보는 그녀의 시선, 그녀의 진실이 우리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라고 극찬했다.

발레리 발레르.(© Guy Lenoir, 아도니스 제공)© 뉴스1© 뉴스1

발레리 발레르는 이듬해인 1979년 첫 소설 '말리카 혹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을 발표하고, TV 문학 프로그램 '아포스트로프'에 출연해 당대의 '아이콘'으로 성장한다. 18세가 된 해부터는 경제적으로 독립해 글쓰기에 매진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트라우마는 계속됐고, 1981년 두 번째 소설 '하얀 강박관념' 발표 후 1982년 12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이처럼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발레리 발레르. '프랑스문학의 유성' '여자 랭보'로 불리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단 한 권의 책도 번역된 적이 없다. 당시에만 50만부가 팔렸다는 '거식증 일기'마저도. 이에 아도니스 출판은 한국어판 출간을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상징주의 시인 폴 베를렌느를 공부한 박광수 선생이 번역을 맡았다.

번역본에는 옮긴이의 말과 함께 '거식증 일기'의 프랑스 출간 직후 르몽드 기사가 부록으로 실렸다. 표지는 소녀의 고통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

◇ 거식증 일기 / 발레리 발레르 지음 / 박광수 옮김 / 아도니스 / 1만5000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 0%
  • 코스피 : 2633.45상승 7.5418:01 11/27
  • 코스닥 : 885.56상승 11.0318:01 11/27
  • 원달러 : 1103.20하락 1.418:01 11/27
  • 두바이유 : 47.79하락 0.7418:01 11/27
  • 금 : 47.49하락 0.3818:01 11/27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