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훼방에 치인 WTO 유명희, '美 지지' 업고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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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화했다./사진=뉴스1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화했다./사진=뉴스1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선호도 조사에서 일본·중국 훼방에 치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주요 국가인 미국이 유 본부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며 유 본부장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앞선 것으로 확인되는 가운데 유 본부장은 WTO 제안대로 사퇴하거나 역전을 노리며 버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이비드 워커(뉴질랜드 대사)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신임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유 본부장 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절대적인 우위



오콘조이웨알라 전무는 100표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BC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총 163개국 중 104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유 본부장은 약 60개국으로부터 '선호한다'는 답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정부가 '경합 열세'를 예상해온 것에 비해 차이가 크다.  

일단 WTO 사무총장 선출은 단순 투표로 정해지는 방식이 아니다. 각국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WTO 회원국들이 한 명의 후보를 정하는 컨센서스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후보가 자진사퇴를 하며 단수후보가 남게 된다. 그리고 '만장일치' 형식으로 사무총장을 뽑는다. 

워커 의장은 오콘조이웨알라 전무에게 WTO를 이끌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본부장에 대한 사실상의 자진사퇴 권유다. 

하지만 외교부와 산업부는 "워커 의장은 향후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11월9일 개최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이 선호도 조사에서 밀렸지만, 당장 사퇴할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컨센서스 과정까지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유 본부장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거는 것은 미국의 지지다. 미국의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국제무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강력하게 유 본부장을 밀어주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번 선호도 조사 직후 아예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공식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 본부장을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어떤 입장?



일단 EU(유럽연합)와 일본이 오콘조이웨알라 전무를 택한 가운데, 중국 역시 유 본부장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WTO 환경을 위해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WTO와 관련해 ▲25년간 다자간 관세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분쟁조절 기능도 통제불능이 됐고 ▲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도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현재 ‘100대 60’이라는 구도를 봤을 때 유 본부장의 역전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WTO 측도 최종 합의까지 "정신없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WTO 사무총장 선출 시한은 다음달 7일까지다. 

다음달 초 역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유 본부장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단수후보로 남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미국이 우리 측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WTO 사무총장을 놓고 대립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미 미국이 WTO를 흔드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는 중이다. 

미국과 손잡고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낼 경우, WTO 사무총장의 임기를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웨알라 전무가 절반씩 나눠서 수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다만 11월3일로 예정된 대선 이후에도 미국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등극이 좌절되더라도, '졌지만 잘 싸웠다'에 가깝다는 평가다. 애초에 국제적 인지도가 부족했던 유 본부장이 '파이널 5'를 거쳐 결선까지 진출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가 적었기 때문이다. 유 본부장이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외교의 높아진 위상 덕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전민준
전민준 minjun84@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전민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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