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이드 인 코리아' 외면하는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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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이드 인 코리아' 외면하는 'KOREA'
1980~2000년대 초반. 국내 컨테이너 크레인산업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건실한 성장을 이어오다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국산 기자재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크레인과 야드 크레인 공사 시공권이 하나둘씩 중국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발주기업인 컨테이너부두공단은 ‘예산절감’이란 미명 하에 규정에도 없는 국제입찰을 강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현재 부산신항만 1~5부두에 설치된 하역 장비 67개는 모두 중국산이다. 신항 개장 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항만 하역 장비를 생산했지만 저가로 무장한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모두 사업을 포기했다.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 기자재 시장을 장악한 중국업체 ‘ZPMC’사가 주도권을 얻자마자 돌변했다. ZPMC은 2015년부터 기존 저가정책을 바꿔 납품가를 기존 대비 20~30% 올렸다. 외국기업이 본색을 드러냈지만 이미 국내 산업은 외산에 밀려 고사된 상태. 절대 강자가 된 중국제조사의 정책 변화에 따라야 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 돼버렸다.

국내 풍력업계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핵심사업으로 해상풍력이 부각되면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지만 외국계 풍력설치 기업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크레인산업과 마찬가지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나 지원 방안 없이 목표치만 앞세웠다간 외국 기업에 내수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고 국내 시장은 모두 죽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풍력발전기 설치 비중도 외산이 월등히 높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사별 풍력발전기 설치현황 점유율 1위는 덴마크의 베스타스(35%)다. 국내업체인 유니슨(17%)과 두산중공업(11%) 등이 추격하고 있지만 독일 지멘스(9.5%)와 스페인 악시오나(4.3%)까지 포함한 외국기업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물론 경험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외산 풍력 제조사들이 국내 업체보다 앞선다. 하지만 기술력만 놓고 보면 국내 제조사들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사한 용량과 로터 직경을 가진 베스타스 제품과 두산중공업의 기종을 비교할 경우 연간 발전량(▲베스타스 9778 ▲두산중공업 10015)과 이용률(▲베스타스 32% ▲두산중공업 35%) 등이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두산중공업이 베스타스보다 20년 늦은 시장 후발주자임을 감안하면 발전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정부는 국내 해상풍력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으로만 12GW(기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전남 신안(8.2GW) ▲서남권(2.4GW) ▲울산·동남권(6GW) 등이다. 앞으로 실증지역이 늘어나면 국내 업체와 외산 업체의 입찰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키는 정부가 쥐고 있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 한 가지만 놓고 봐도 외산 발주를 받을 이유가 없어서다. 시공과 금융 등 국내 산업 기여도나 국내 업체의 고용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세계적인 풍력 제조업체로 성장한 베스타스·지멘스·골드윈드 역시 자국 시장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의 자국 시장 내 점유율은 93%를 넘어선다. 반면 자국 풍력산업 구축 없이 풍력발전 확대 정책만 추진해 온 대만은 외산 주도 개발에 따른 국부 유출 부작용은 물론 시장가 대비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실패를 되풀이할 것인가. ‘메이드 인 코리아’ 풍력산업의 활로가 돼 줄 것인가. 이제 정부의 결단만 남았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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