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플라스틱서 금맥 캔다… 재활용 나선 기업들

[머니S리포트-코로나 시대 ‘플라스틱 전쟁’③] 재활용 기술 진화… 페트병이 원사·가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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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다. 정부가 비대면·비접촉을 권고함에 따라 포장·배달 중심의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과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을 이용해 기존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더 높은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는 국내 화학업계의 현황을 살펴봤다.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원 연구원이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솔벤트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원 연구원이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솔벤트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업계가 에코 비즈니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지속가능 경영 측면에서 재활용 기술 없이는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만들어낸 변화다.



기업 뛰게 하는 ‘ESG’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제조업 중 생산 5위(6.1%)와 수출 4위(8.3%)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으로 세계시장에서도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4위(926만톤)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생산의 55%를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 탓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성장 둔화와 함께 세계 1·2위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생산시설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 등으로 본업을 넘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E’에 해당하는 환경에 주목한다. 비재무적인 환경 관련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사회적 가치 향상은 물론 투자자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요 글로벌 고객사는 기업의 환경적 가치와 이에 따른 지배구조를 파악한 후 투자를 추진한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고객사가 친환경 경영·동반성장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도 경쟁이 더욱 어려워지며 환경·지배구조 등에서 차별화를 두려 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사업 개발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기업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하려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석유화학업계의 실험실 연구원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지금까지 무심코 버렸던 폐플라스틱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비중을 100%로 설정했고 일본도 60%를 목표로 잡는 등 세계 각국에서 재활용 기술 관련 요구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진화하는 재활용 기술


주요 석유화학사들 플라스틱 재활용 계획. /그래픽=김은옥 기자
주요 석유화학사들 플라스틱 재활용 계획. /그래픽=김은옥 기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소재가 혼합된 상태로 버려지는 만큼 분쇄할 때 최대한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찾았다. 우선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유의 불순물을 대폭 줄여 솔벤트와 윤활기유 등 화학 시제품을 만들었다. 

솔벤트는 세정제·페인트 희석제·화학공정 용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 제품이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 윤활유를 만드는 주원료이자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재료다. SK이노베이션은 재활용 기술 확보의 청신호로 보고 수율과 제조 공정 등을 재조정해 제품 상용화 시기와 사업 모델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성장전략으로 ‘그린밸런스2030’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린밸런스2030은 환경 긍정 영향을 창출하는 그린 비즈니스를 육성해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도 힘을 보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재활용 업체와 정부를 대상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펼쳐 현재 20%인 친환경 제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로 확대할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존 탄소 비즈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친환경 제품을 포트폴리오에 넣고 관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플라스틱 수거 생태계 확보돼야



시중에 유통되는 신발·가방·옷도 석유화학업계를 거친다. 효성그룹 화학섬유 계열사 효성티앤씨는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해 가방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수거된 투명 페트병을 잘게 조각낸 후 원사로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리사이클 섬유가 ‘리젠제주’다.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는 이 섬유로 가방을 제작한다.
롯데그룹 김교현 화학BU장(왼쪽) 이 네프론 기계에 플라스틱페트병을 넣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롯데그룹 김교현 화학BU장(왼쪽) 이 네프론 기계에 플라스틱페트병을 넣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가로×세로 길이 10㎝×18㎝의 가방 1개를 만들려면 500밀리리터(㎖) 페트병 16개가 필요하다.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는 네덜란드 글로벌 친환경 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의 안전성 검증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원단 제조사에 넘길 수 있다. 대부분의 화학석유기업도 이 기관을 통한다.

롯데케미칼도 적극적이다. 폐페트병 회수 장비인 ‘네프론’을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에 설치해 페트병을 수거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폴리에스터(rPET)를 롯데그룹 계열사와 글로벌 기업에 공급해 의류나 신발 소재에 쓰이게 할 예정이다.

‘프리사이클’(precycle) 움직임도 눈에 띈다. 프리사이클은 재활용 이전에 폐기물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개념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2공장 바이오 에틸렌글리콜(Bio-MEG) 탱크에서 바이오 페트(Bio-PET)를 생산하고 있다. 

Bio-PET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삼아 PET의 주요 원료인 에틸렌글리콜(MEG)을 만드는 생수병으로 100%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하다. 기존 석유계 PET공정 대비 이산화탄소(CO₂)를 약 20% 저감해 제품을 생산한다. Bio-PET 생산량이 연간 8000톤이면 기존 PET 공정 대비 CO₂를 약 3800톤 낮추는 셈이다. 이는 1만1000가구가 한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CO₂양과 같다.

업계는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수거와 처리 생태계가 확보돼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깨끗한 플라스틱 수거가 안 돼 품질이 좋지 않아 일본 등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하고 있다”며 “폐플라스틱 수거 인프라 구축과 정부의 재활용 정책 및 석유화학기업과 재활용 관련 중소기업 간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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