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근혜 때 도입하려던 OECD 통계, 문 정부 들어 무산됐다

유경준 의원, 통계청장 재임 당시 작성한 FTE 통계 검토 보고서 공개 "현 정부, 경제 현실 있는 그대로 보여줄 의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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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2017.5.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2017.5.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서영빈 기자 =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통계청에서 검토됐던 OECD방식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FTE : Full Time Equivalent) 지표의 도입이 문재인 정권 들어서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 통계가 현실과 점점 괴리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를 보완할 국제적 통계방식의 도입이 논의단계에서 무산됐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뉴스1이 단독 입수한 A4용지 2장 분량의 'FTE 환산 취업자 개념 및 산출방법 검토 보고서'는 2017년 6월5일 통계청 고용통계과에서 작성됐다.

이 문건은 2017년 7월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지냈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것이다. 유 의원은 통계청장을 그만 두기 전 FTE 통계 도입을 목적으로 통계청 소관과에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전일제 환산 취업자 통계(FTE) 도입에 앞서 작성한 검토보고서.(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제공)© 뉴스1 서영빈 기자
통계청이 전일제 환산 취업자 통계(FTE) 도입에 앞서 작성한 검토보고서.(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제공)© 뉴스1 서영빈 기자

◇유경준 "통계청장 재임시절 FTE 통계 도입 검토했다"…문건 공개

유 의원에 따르면 FTE 통계 도입은 2016년 중순부터 검토가 시작돼 2017년 6월 보고서가 나오면서 일부 진척됐으나, 정권이 바뀌고 유 의원이 통계청을 나오면서 검토가 중단됐다.

유 의원은 당시 FTE 통계 검토를 지시했던 배경에 대해 "당시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더불어 단시간 근로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자에 대한 보조지표로 전일제 환산(FTE) 통계를 OECD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하여 공시지표로 도입하기 위해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FTE 통계란 일주일에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한 것을 '취업자 1명'(1 FTE)으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20시간 일하면 0.5명, 80시간 일하면 2명 등 시간별로 차등화해 취업자 수를 계산한다. 반면 현재 통계청의 취업자 통계는 국제노동기구(ILO) 방식으로,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한다.

FTE 통계 방식대로 보면 올해 9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135만3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9월 취업자 감소 규모는 39만2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통계청 취업자 수와 FTE 취업자 수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한 직접일자리 때문이다. 2018년 '고용 쇼크'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주 10시간 내외의 초단시간 일자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만명 아래로 감소했던 취업자 증가 규모는 연간 30만명 수준을 회복했다. 단기 일자리가 많을수록 현재 통계청 통계방식이 FTE 통계보다 일자리가 많은 것으로 집계돼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유 의원은 정권이 바뀐 뒤 FTE 통계 도입이 무산된 데 대해 "현 정부에서 통계 거품 의혹을 해소하고 경제 현실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의지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FTE 통계, OECD·영국에서 활용…정치권 중심으로 도입 촉구

FTE 고용통계는 OECD가 매년 회원국들의 FTE 고용률 통계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 영국 정부도 각 지역별 FTE 통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와 현실간 괴리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초단기 일자리로 채워진 고용거품을 제거한 현실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FTE 통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잠재성장률 추정시 노동투입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향후 (정부 정책에 따라)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현재 통계청 방식의 취업자수 보다는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를 적용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부의 고용상황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FTE 통계를 인용했다. 유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OECD 통계방식을 적용하면)이 지사님이 살펴본 2016년과 2019년을 비교해도 112만명이나 FTE 취업자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게 무슨 뜻이냐면 고용의 양도, 질도 크게 나빠졌다는 증거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엄청나게 늘려서 취업자수 통계를 부풀렸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덧붙였다.

경제 관련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각종 통계를 발표하는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는 23일 기재위 국감에서 'FTE 통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유 의원의 지적에 "전일제 환산방식(FTE)으로 추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FTE 통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공식 고용통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TE 통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에 "제가 파악한 바로는 어떤 나라도 FTE 방식으로 공식 노동통계를 내는 곳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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