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일당 15만원 택배알바…배달품목은 '체크카드'

일당 올려준다는 말에 보이스피싱 피해금 배송한 40대 법원 "적어도 미필적 고의 있었어"…징역 1년6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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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찬 바람 불던 2019년 12월 16일. 퀵배송업체의 구인 광고를 본 김대진씨(45·가명)는 광고에 적힌 연락처로 카톡을 보냈다. "택배를 배송해주면 일당 15만원을 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적지 않은 금액을 제안받은 그는 일을 시작했다.

김씨가 들어간 업체의 배송 물품은 평범하지 않았다. 택배라면 쇼핑물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배달 라이더였다면 포장된 음식을, 퀵이었다면 단순한 서류나 물품을 배송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 업체가 배달하는 물품에는 '체크카드'가 있었다.

회사의 이상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당을 지급했다는 기록을 숨기기 위해, 회사는 일당을 무통장으로 입금했다. 일주일이 지난 23일, 김씨는 더 이상한 지시를 받았다. 상사가 "돈을 분산시켜 세금을 줄이려 한다"며 현금을 전달받아 알려준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 일을 맡아주면 일당을 20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상사의 말을 들은 김씨는 제안을 수락했다. 김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김씨가 가담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고금리 대출을 받아 송금해주면 바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신용점수를 높여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 2명은 이 말에 속아 각각 1750여만원, 930만원을 A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했다.

피해자들과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게 된 A씨도 "입금되는 돈을 인출하여 직원에게 전달해주면, 입출금을 반복해 거래 실적을 만들어 저금리로 대출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은 상태였다. 2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근처, A씨는 김씨를 만나 2000여만원을 인출해 건넸고, 김씨는 자기 몫의 일당을 떼고 무통장 입금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를 전달했다.

하지만 김씨의 알바는 오래가지 못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속인 '중간다리' B씨가 A씨와는 달리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 27일, 김씨는 대전 서구에서 B씨와 접선하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붙잡혔고 올해 5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법정에서 "돈을 건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인지 몰랐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A씨와 접선하는 현장에서 대출회사 직원으로 행세한 점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올해 10월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전에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확정적 고의가 없었고 피해 금액에 비해 얻은 이익도 많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10월 23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검찰도 27일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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