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플라스틱의 '판타스틱' 변신

[머니S리포트-코로나 시대 '플라스틱 전쟁'②] 옥수수로 만든 페트병? 화학업계 친환경소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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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다. 정부가 비대면·비접촉을 권고함에 따라 포장·배달 중심의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과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을 이용해 기존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더 높은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는 국내 화학업계의 현황을 살펴봤다.
# ‘20세기 기적의 소재’. 한때 플라스틱은 이렇게 불렸다. ‘생각한 그대로 만들다’라는 뜻 그대로 어떤 모양이든지 손쉽게 변신이 가능하다. 쇠처럼 녹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다.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색이나 무늬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다. 이런 천사의 능력을 지니고도 가격까지 저렴하다. 플라스틱은 이런 장점을 앞세워 지난 150년간 인간의 일상과 일생을 점령해왔다. 플라스틱 포장재가 쓰이지 않는 제품은 이제 걸러내기 힘들 정도다.

# 북태평양에는 ‘쓰레기섬’이 있다. 이곳의 쓰레기 면적은 155만㎢로 그 양은 자그만치 7만9000톤에 달한다. 한반도 면적 7배에 달하는 이곳은 바다 위로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가 모여들어 만들어졌다. 1조9000억개의 쓰레기 조각이 떠다니는 이곳의 99%를 차지하는 주범은 플라스틱. 지금도 계속해서 쓰레기섬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굳이 쓰레기섬을 언급하지 않아도 플라스틱은 지난 수십년 간 환경파괴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썩는 플라스틱’. 땅속에서 낙엽처럼 완전히 썩어버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화학 업계는 이 시장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소재 개발에 한창이다.



2025년 10조 시장 열린다… 소재 경쟁 치열



업계가 ‘썩는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퇴출 기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 경우 자연스레 생분해성 소재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4조2000억원에 머물렀던 생분해성 소재시장이 연평균 약 15% 성장을 거듭하며 2025년 9조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LG화학·SKC·롯데케미칼 등이다. 이 업체들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재활용 역시 어려운 플라스틱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의 물성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LG화학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의 물성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LG화학
최근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인 곳은 LG화학. 유연성(신율·늘어나는 정도)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생분해성 신소재를 자체 개발해냈다. 이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과 폐글리세롤(바이오 디젤의 생산 공정 중 발생한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의 생분해성 소재. 120일 이내에 90% 이상 생분해된다. 단일 소재로는 PP(폴리프로필렌) 등의 합성수지와 동등한 전세계 유일 소재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는 유연성 강화를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나 첨가제를 섞어야 했다. 이로 인해 공급 업체별로 물성과 가격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LG화학이 이번에 개발해낸 소재는 단일 소재로 품질과 용도별 물성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소재를 상용화하면 비닐봉지·일회용컵·마스크 부직포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LG화학은 2022년 고객사 대상 시제품 평가 등 진행한 뒤 2025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벅스 포장재부터… 음료, 샴푸 등 생활 전반에



LG화학과 함께 SKC 역시 생분해성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다. SKC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 PLA 필름을 상용화했다. 옥수수 추출 성분으로 땅에 묻으면 단기간에 생분해되고 유해성분이 남지 않는다. 투명성과 강도가 뛰어나고 인쇄하기도 좋아 활용 범위가 넓다. 과자나 빵 등 신선식품 포장재 외에도 종이쇼핑백·종이상자·음료병 라벨·코팅지에도 쓰인다.

SKC의 생분해 PLA 필름은 2018년 10월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바나나 포장재로 공급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케이크 보호비닐과 머핀·샌드위치의 포장재 등으로 공급품목이 확대됐다. 현재 국내 편의점 체인과도 식품 포장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는 채소 제품의 포장재로 공급되고 있다.


애물단지 플라스틱의 '판타스틱' 변신
해외 진출도 앞두고 있다. SKC는 일본 편의점 체인과 주먹밥 포장재로 생분해 PLA 필름 평가를 진행 중이고 동남아 항공사와는 기내식용 나이프세트 비닐 포장재에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LG화학과 SKC가 옥수수라면 롯데케미칼은 사탕수수다. 롯데케미칼은 사탕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바이오 페트(PET)를 개발해 2012년부터 생산 중이다. 바이오 페트는 기존 석유계 페트 공정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약 20% 줄여 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100%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환경보호와 관련된 ‘착한 소비’와 ‘효율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2018년 대비 2019년 바이오 페트 판매량이 약 6배 가량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플라스틱에 비해 원료 자체는 비싸지만 소비자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고객사 역시 친환경 용기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제조 원가가 다소 올라가더라도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온도에서만 썩어… “단계적 도입해야”



업계에선 플라스틱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규모는 2017년 88만톤에서 2022년 135만4000톤으로 약 54%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선 특정 온도와 습도 등 까다로운 자연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정한 환경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을 경우 일반 플라스틱처럼 썩지 않고 땅이나 바다에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역시 2015년 1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UNEP는 “생분해 플라스틱 이용이 늘어도 환경오염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온이 50℃가 넘어야 분해되는데 자연환경에서는 기온 50℃를 넘는 상황이 매우 드물다”고 언급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과정 역시 친환경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소재로 사용되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농작물을 키울 때 사용하는 농업 원료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해 선순환 효과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라는 큰 틀의 방향성은 맞지만 생분해 플라스틱이 상용화되는 과정에는 여러 문제가 수반된다”며 “현재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더라도 일반 플라스틱처럼 재활용할 수도 그렇다고 매립해 처리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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