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노사관계 최대 '쟁점은?'

[머니S리포트-노사관계 대격변기③] 사회적 대타협 앞서 힘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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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의 노·사문화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선진적인 노·사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화된다. 기로에 놓인 한국의 노·사관계는 과연 어디로 나아갈까.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귀를 때리는 투쟁가와 구사대를 동원한 노조탄압. 근대화 이후 대한민국 노동조합사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이다.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찬 갈등 속에서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숨졌다. 그러나 현재 재계의 30~40대 젊은 오너 3·4세들이 선대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2020년 현재 노·사관계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악습의 근원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역사적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며 불식의 악순환 구조에 고착돼 왔다. 오랜 식민지배와 독재 정권을 겪는 과정에서 국가 주도의 급속한 발전을 하다 보니 노동영역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식민지배를 경험한 후발 산업국가였던 만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노조를 억압한 역사가 지금의 노·사관계 대립의 시초”라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도 노·사관계가 복잡해진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국가와 자본이 결탁한 사이 노동이 배제되며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과는 반대로 노동영역에선 모순이 축적돼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양극화로 꼽았다. 근로조건이 양호한 대기업·공기업·정규직 등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의 2차 노동시장 사이에 분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적 생산방식과 축적체제를 갖췄다. 신자유주의는 경쟁과 시장원리를 우선으로 둬 승자와 패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노·사 관계 시스템 및 노동시장 정책 등에 따라 이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이 늘면서 사측의 인건비는 오르고 생산력은 낮아지게 된다”며 “결국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하게 되는데 이 경우 2차 노동시장 근로의 환경은 열악해진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벌어지고 있어 노동시장 양극화는 강화될 것”이라며 “고용 창출과 투자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 손실일수가 2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노·사관계 관련 지표는 개선 추세다”면서도 “노·사 모두 대표성이 취약한 점과 소모적 갈등을 반복하는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가 양극화 극복에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노동법 개정’ 쟁점 부상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재계서열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달라진 노·사 관계 설정은 반길 만한 일이라고 노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오너 3~4세가 선대의 노조 억압 경영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현대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추를 옮기며 노동자의 필요성을, 삼성전자는 노동문제를 벗어나 기업 발전을 얘기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선 노동법 개정을 통해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고 비대면 업무가 확대되는 등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노동 규칙 개혁이 불가피한데 이런 개혁과 검토 없이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모순이란 얘기다. 또 한국의 경우 관련 법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경직돼 있어 경쟁력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산업 민주주의 즉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며 “노조법에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제한을 노동법 개정에 넣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도 삭제하며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노·사관계가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정권의 명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노동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정권이 흔들렸던 적이 여러 번 있다”며 “촛불시위도 틀어진 노·사관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정부는 전임 정부의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대타협보다는 우선 기업·업종별로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 연구위원은 “노·사관계는 한 국가의 문화다.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광주형 일자리 등과 같이 사례를 쌓아가며 사회통합 측면에서 차차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금공시제 및 직무기반 임금체계 보급 ▲조세체계 보완 등 인프라 구축 ▲표준계약서 강제 등 기업 간 거래 투명성 강화 ▲징벌적 보상제도 확대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 대표성 강화▲대기업 노·사 연대임금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가림
권가림 hidde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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