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덮은 '중국산 드론'… 태양광·풍력도 '안방 내줄까?'

[머니S리포트-길잃은 '메이드 인 코리아'①] '외산 잔치'에 무너지는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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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내 산업계 전반에 외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경쟁력은 여전히 확보 못 한 상황에서 저가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산에 자리를 뺏기고 있어서다. 통신·게임 분야는 물론 소재·부품·장비와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외산이 잠식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무관심한 정부와 ‘저가’·‘기술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밀려 들어오는 외산 사이에서 국내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길을 잃은 KOREA 기업들. 무너지는 산업 생태계 속 이들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 한국의 하늘길은 외산 드론이 점령한 지 오래다. 국내 드론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완구·레저용 드론은 90% 이상이 중국의 DJI사 제품이다. 산업용 드론시장 역시 DJI 제품이 70% 이상 차지한다. 세계 최대 드론기업인 DJI는 싼 가격과 함께 기술력을 내세워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안 유출 문제에도 공공기관마저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 한국공항공사의 드론 입찰엔 10여개 국내업체가 참여했지만 결국 값싼 DJI 제품이 낙찰됐다. 공항공사가 2016년부터 사들인 13기의 드론 모두 DJI 제품. DJI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까지 챙기고 있다. 농가에서 드론을 구입하면 지자체가 약 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이 중 상당금액이 DJI 주머니로 들어간다.

# 중국산 드론의 높은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국내 관련 산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 정부가 대기업 진출마저 막아놓은 탓이란 지적이다. 드론은 2017년 공공발주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약돼 있다. 현재 국내 드론 제작업체 수는 200여곳. 이 중 다수가 평균 매출액 5억원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기술개발을 위해선 차세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지만 여력이 안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입찰도 이들에겐 하늘의 별따기. 제조시설확보와 생산·검사시설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도 몇 안된다. 3년 뒤 5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된다는 국내 산업용 드론시장. 국내업체는 꽃도 피워보기 전에 세계 1위 중국기업에 안방을 모두 내주고 있다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가 드론을 이용해 배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관계자가 드론을 이용해 배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인천공항공사
산업계는 이 같은 드론 사례가 국산화율이 저조한 국내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국산 드론이 기술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내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가운데 외산의 공격에 바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비단 드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공공부문 네트워크 장비는 외산에 자리를 뺏긴 지 오래고 연간 4조원대에 이르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도 외산의 침투가 시작됐다.



태양광·풍력… 밸류체인 전멸, 외산 잠식



문재인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태양광과 풍력 등도 외산업체의 ‘저가 공습’에 휘둘리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반기 사상 처음으로 2GW(기가와트)를 돌파했다. 하지만 중국업체의 공격적인 국내 진출로 국산 태양광 모듈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12.4% 하락한 67.4%에 그쳤다. 반면 올 상반기 진코솔라와 JA솔라 등 중국산 태양광 모듈 설치량은 0.69GW로 한국시장 점유율이 32.6%에 이른다.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사진=뉴스1 DB
주택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사진=뉴스1 DB
이들의 경쟁력은 역시 ‘가격’이다. 통상 태양광 모듈은 국산보다 중국 제품이 약 10% 싸다. 98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중국산 모듈은 300억~350억원, 국산은 350억~370억원가량 드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공단은 중국계 회사들이 신규 건설 제한과 보조금 축소 등 태양광 규제안으로 자국 내수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자 한국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가까우면서도 태양광 보급정책을 펴고 있는 일종의 ‘기회의 땅’인 셈이다.

모듈 이외의 나머지 소재 산업은 이미 중국업체의 잠식이 끝난 상황이다. 태양광산업 생태계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패널) 순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초소재의 경우 95% 이상이 중국산이다.

하늘길 덮은 '중국산 드론'… 태양광·풍력도 '안방 내줄까?'
이러한 구조 탓에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은 올 1분기를 기점으로 모두 전멸했다. ‘태양광의 쌀’이라 불리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와 한화솔루션은 잇따라 국내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국내에서 잉곳·웨이퍼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몇 년 전부터 하나둘씩 사라졌다. ‘넥솔론’은 2년 전 파산했고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태양광 제조업체 관계자는 “모듈 설비를 아무리 늘리더라도 기초 소재는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여서 태양광 설비를 증설하면 중국업체에게만 좋다”며 “에너지전환도 좋지만 구조적인 외산 의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산업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현대중공업 떠난 자리… 외산이 점령



풍력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주요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도 풍력사업에 뛰어들었으나 각종 규제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모두 철수한 상태다. 그 자리를 외산 풍력설치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풍력 산업시장 점유율 1위는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덴마크 ‘베스타스’로 35%에 달한다.

국내업체인 유니슨(17%)과 두산중공업(11%)이 추격하고 있지만 독일 지멘스(9.5%)와 스페인 악시오나(4.3%)까지 포함한 외국기업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으로 12GW 규모의 전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외산기업들의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도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탐라해상풍력/사진제공=두산중공업
탐라해상풍력/사진제공=두산중공업
한 풍력제조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커지는데 외산 때문에 오히려 국내업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국산 기자재가 품질과 AS 등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다 보니 수주 경쟁이 붙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산을 쓰고 결국엔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정부 개입 없이는 앞으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산화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금은 세계적인 풍력 제조업체로 성장한 베스타스·지멘스·골드윈드(중국)나 태양광업체 진코솔라·JA솔라 역시 초기 자국시장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베스타스와 지멘스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95%, 골드윈드는 88%에 달한다.

자국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고용률 저하와 국부 유출 등 각종 부작용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핵심설비는 에너지 안보와도 관련이 있는 기술임에도 기술종속이 심각하다”며 “정부가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선제적 투자로 기술독립을 이루고 더 이상의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글로벌화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며 “정부의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재계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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