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생 한반에 40명… 아이들이 화장실을 못가요

[우리 아이 학교 어디로 보내나요] ②천안한들초 사태 4년, 불법 위에 불법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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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합계 출산율 0.918명.(2019년 통계청 조사 기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인 해결 과제로 지목된 지 오래지만 정작 젊은 인구가 몰리는 수도권 신도시의 과밀학급 실태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경기도 내 신도시로 떠나는 신혼부부와 예비 부모와 학부모는 부족한 교육 인프라에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약 4년 전 충남의 한 신도시에서도 발생했다. 이 학교는 2017년 개교 당시 인근 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사용승인(준공허가)도 받지 않은 채 학생들을 등교시켰다. 지금까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교육 인프라 없이 아파트만 우후죽순 들어서는 신도시. 해결 방법은 없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도로 볼라드(안전펜스)가 파손됐다고 신고하니 고쳐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시민이 갖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15일 ‘안전한 통학길 만들기’ 공청회에 참석한 천안한들초 6학년 유주명군은 지자체와 교육청 관계자들 앞에서 등교 환경의 개선을 요구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아·이찬승·배설윤·유주명·이지효 학생은 등교 안전 문제에 대한 증거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해외 사례의 조사 자료도 발표해 시 관계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들초는 충남 신도시 천안 백석지구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개교했다. 교육청은 땅 소유주인 민간 조합과 학교부지 매매계약을 맺고 대금까지 치렀지만 이후 조합장의 횡령과 계약서 위조 등이 드러나 소유권이 불분명해졌다. /사진=뉴시스
한들초는 충남 신도시 천안 백석지구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개교했다. 교육청은 땅 소유주인 민간 조합과 학교부지 매매계약을 맺고 대금까지 치렀지만 이후 조합장의 횡령과 계약서 위조 등이 드러나 소유권이 불분명해졌다. /사진=뉴시스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신도시 등굣길’


한들초는 충남 신도시 천안 백석지구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개교했다. 교육청은 땅 소유주인 민간 조합과 학교부지 매매계약을 맺고 대금까지 치렀지만 이후 조합장의 횡령과 계약서 위조 등이 드러나 소유권이 불분명해졌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긴급히 전학시켜야만 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은 준공 미검사 상태로 건물을 세웠다. 학교 앞과 주변은 민간 소유 땅이란 이유로 보행도로와 소방도로의 건설허가가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협의와 공사가 지연돼 학생들은 4년째 매일매일 위태로운 등굣길에 오르고 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4년 전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위치한 환서초의 학급당 학생수는 40명에 육박했다. 화장실 앞에 수십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없었다. 교사 한명당 맡아야 하는 학생 수가 평균 대비 두 배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교육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올 초 천안에서 9세 아들을 폭행하고 여행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가방 학대사건’의 희생자도 환서초 학생이었다. 학부모 A씨는 “학급당 학생수가 많아 교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만약 과밀학급 문제가 없었다면 담임교사가 가정 내 학대를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환서초등생 절반이 2017년 학기 도중 새로 개교한 한들초로 강제전학을 하게 됐다. 이번엔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학교 앞은 논밭과 하천이고 법정도로가 없어 불법 임시사용 중인 상태였다. 건축법이 규정하는 6m 이상의 진입로가 부재하고 인도와 차량을 분리하는 시설조차 미비했다.

한들초가 올 7월16~19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등굣길의 ▲보도블록 파손 ▲안전펜스 부재 ▲불법 주·정차 ▲과속 차량 ▲좁은 보행도로 등이 불편 사항으로 지적됐다. 학부모들은 개교 이후 4년 내내 시와 교육청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간 소유의 땅이어서 해결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 들어야 했다.

학부모들은 통학길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초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속한 학교부지의 소유권이 불명확한 상태로 학교 운영을 지속시킨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 한들초 부지는 당초 도시개발구역인 백석5지구의 체비지(시행사가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환지 계획 없이 유보한 땅)다. 도시개발사업이 지연되고 학교부지를 넓히기 위한 추가 매입 과정에서 조합과의 가격 협상이 결렬돼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발단이다. 사실상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육청의 부지 분리수용과 시급한 준공검사 완료를 촉구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자들의 입장이다. 충남교육청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건축법상 건폐율·용적률·기반시설 등을 갖췄기 때문에 불법 사용은 아니다”라며 “교육청 직원들이 수시로 교통지도를 하고 올해 안엔 도로 확충을 완료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 연말이 다되도록 아직까지 도로 확충은 완료되지 않았다. 2017년 개교 당시 3학년이던 현재의 6학년생들은 결국 졸업까지 불안한 등굣길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흥 가온중 전경. /사진=장동규 기자
시흥 가온중 전경. /사진=장동규 기자



저출산과 도시 양극화가 빚은 비극


한들초 사태의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백석5지구엔 앞으로 추가 입주가 잇따라 예정돼있다. 만약 한들초마저 과밀학급 사태가 벌어지면 학교 증축이 불가피한 상황.

김현정 한들초 운영위원장은 “불법 건축물 위에 또 불법 증축을 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인 저출산 사태로 학교가 남아돈다고 하는데 실제 천안만 봐도 구도심은 학생수가 부족하다”며 “도시 양극화가 젊은 인구를 신도시로 몰리게 해 학교 양극화마저 불러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역시 학생수 감소와 예산 부족 문제로 학교를 추가 설립하는 데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정병인 천안시의원(천안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소방도로를 조성하고 대각선 방향의 추가 횡단보도 설치 요청에 대해선 실제 사고 위험을 조사 후에 경찰과 협의해 내년 시범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노향
김노향 merry@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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